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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

보릿고개

by 이준희


# 포토 에세이


문득 생각이 나는 보릿고개 시절, 먹거리가 궁해 외가에 들렸고

돌아올 때 등에는 묵직한 감자 한 자루가 등짐 져 있었다.

우수 경칩 지나니 봄이 기지개 켜고 꽃샘 할멈이

봄기운에 놀라 줄행랑치니

저만큼에 아지랑이가 봄을 등에 없고

나지막한 걸음으로 온다.

낙안읍성 골목길_1.jpg

봄이란 녀석이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줄 때면 부끄럽던 시절

그때 보릿고개 시절이 떠오른다.

항아리 깊숙이 아껴두던 쌀 한 움큼 내어 앞치마 적시며

이밥 지어 주시던 외숙모님.

타향살이 돌고 돌아온 그때 까까머리 소년은 어느덧 할아버지 되었다.

오늘도 문득 생각난다

그때 등짐 지고 흥겨워했던 감자 한 자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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