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 포토 에세이
문득 생각이 나는 보릿고개 시절, 먹거리가 궁해 외가에 들렸고
돌아올 때 등에는 묵직한 감자 한 자루가 등짐 져 있었다.
우수 경칩 지나니 봄이 기지개 켜고 꽃샘 할멈이
봄기운에 놀라 줄행랑치니
저만큼에 아지랑이가 봄을 등에 없고
나지막한 걸음으로 온다.
봄이란 녀석이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줄 때면 부끄럽던 시절
그때 보릿고개 시절이 떠오른다.
항아리 깊숙이 아껴두던 쌀 한 움큼 내어 앞치마 적시며
이밥 지어 주시던 외숙모님.
타향살이 돌고 돌아온 그때 까까머리 소년은 어느덧 할아버지 되었다.
오늘도 문득 생각난다
그때 등짐 지고 흥겨워했던 감자 한 자루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