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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희 Jul 15. 2024

나 홀로 여행(3)
영천에서 마지막 일정을

세월의 뒤안길

by이준희 Jun 23. 20


○ 영천에서 마지막 일정을


이왕 영천에 왔으니 부모님을 안장한 국립영천 호국원에 들를 참이다. 시골이라 시외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운행을 하니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시간을 기다려 호국행 버스에 올랐고 30여 분을 달려 호국원에 도착한다. 저만큼에 호국의 문이 나를 반기고 삼월의 따스한 봄볕이 수많은 영령이 잠든 이곳에 살며시 내린다. 전적비 앞에서 예를 표하고 참배 실로 향한다. 어쩌다 한 해에 한두 번 들리는 내가 죄스럽다. 올 때마다 혹여나 시방 내가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잠시 후 참배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참배실에서 부모님들의 영상을 만나게 된다. 그리운 얼굴이다. 가져간 소주 한 잔 올리고 지난날 회상한다. 어머니의 치맛자락 잡고 피난길 떠났던 일곱 살 꼬맹이가 세월의 덕분인가 칠순의 문턱을 넘었다,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온다. 지난날 생각하면 무엇하랴. 10분간의 만남을 뒤로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봄바람이 나의 속내를 알아보았는지 살랑이며 나를 위로하듯 얼굴을 쓰다듬는다. 3월의 봄날, 따스한 햇볕도 좋고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들도 좋아 보인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임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호국원을 뒤로한다.

덜컹거리는 시외버스는 몇 안 되는 승객을 싣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영천역에 나를 내려주고 또 갈 길이 있는지 휭 하며 달려간다. 이제 1박 2일의 나 홀로 여행길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영천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동대구에서 KTX로 환승을 한다. 내가 앉은 좌석 옆에 젊은 여자 스님이 있고 감기가 들었는지 마스크와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 말을 붙여 볼 여유가 없다.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다. 대전까지 가는 길에 말동무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접어야 했다. 간밤에 잠을 설치고 이른 시간에 열차를 타느라고 잠이 모자란 것 같다. 피곤이 몰려와 고개를 숙이며 잠시 졸은 것 같다. 대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에 깜짝 놀라 잠을 깨고 보니 옆자리 스님도 대전에 내릴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동학사 스님이 아닌가.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은 모두가 다른 모양이다. 곱고 고운 젊은 나이에 뭣 하러 고행의 길을 걷는가. 진흙탕의 속세가 싫어서 참선의 생활을 하는가. 수행자의 뒷모습에 고개가 숙어진다. 무엇 때문인가. 잠시 나를 들여다본다. 주마등 같이 지나온 세월의 뒤안길을 그려보며 역사를 빠져나오니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조급한 마음일까. 답답함이 엄습한다. 비록 짧은 1박 2일간의 나 홀로 여행길이었지만 나를 찾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집 현관문을 열자 몰티즈 두 녀석, 금순이와 별이가 꼬리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짖어댄다. 하룻밤 보지 않았다고 반가운 마음에 환영식 한번 거창하다. 귀여운 녀석들 머리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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