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닷속 여행(소라 섬 소녀 이야기)

[우리들의 세계 - 창작동화 편]

by trustwons

3. 바닷속 여행[소라 섬 소녀 이야기]


이른 새벽이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소녀는 할머니와 같이 자지 않았다. 자기 방에 있는 작은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이때에 소리가 울려왔다.


“우~ 엉~ 우엉! 우엉! 엉~”

소라 집에서 소리가 울렸다. 소녀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 소리지? 음, 소라 집이구나!”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소라 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밖을 쳐다보았다. 아직 해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먼저 깼네.”


“뭔 소리야~ 내가 먼저 깼지.”

소라 집이 한마디 했다. 소녀는 깜짝 놀라며 소라 집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까 소리 난 게 너였어?”


“그래 나다. 일어나라고 한 거야.”


“왜 서둘러?”


“하여간 준비해!”


“어딜 가려고?”


“응, 나의 고향으로 가보자.”

소라 집은 소녀와 바닷속에 있는 소라의 마을에 가고 싶다고 했다. 소녀를 만나기 전부터 모래성을 만들어준 소녀를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데려오고 싶었던 것이다. 소녀도 사라진 모래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소녀는 서둘러 세수를 하고는 할머니께 얘기를 했다. 바닷속 구경을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메모지에 써서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조심해서 다녀오라. 맛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을 게.”


소녀는 할머니가 써준 메모지를 받아 읽고는 할머니를 껴안았다. 그리고 할머니 볼에 뽀뽀를 했다. 할머니도 소녀를 안아 이마에 키스를 했다. 언제나 할머니는 소녀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외딴섬에서 둘이 살면서 할머니는 소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셨다. 그전에는 할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육지에 가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맛있는 음식도 사주시고 책방에 가서는 재밌는 책도 사주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육지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소라 섬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시곤 하셨다. 할머니는 바닷가에 해초를 캐어 오시고, 바위에 있는 김과 미역 그리고 조개와 게 등을 잡아오셨다. 그리고 해녀처럼 바다 깊이 들어가셔서는 여러 해물들을 잡아 오시기도 하셨다. 때론 문어와 물고기도 잡아 오셨다. 그리고는 이것들을 말려서 저장하시고 맛있게 요리도 하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사 온 흑염소들을 키웠다. 소녀는 염소젖을 좋아했다. 소녀는 집을 나서기 전에 할머니가 마련해 준 염소젖을 한 그릇 마셨다. 그리고 소라 집과 함께 바닷가로 갔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녀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해가 떠오르려고 수평선 하늘과 바다 위에는 아름다운 붉은빛으로 치장을 했다. 그리고 서서히 해는 구름을 헤치고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안녕~ 오늘은 내가 먼저다.”


소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두 팔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한 손에는 소라 집을 잡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는 햇살을 사방으로 뿌리며 얼굴을 내밀고는 말했다.


“그래, 반갑다. 오늘은 소라 집이랑 바다 궁전을 구경하지?”

“어떻게 알았어? 엿들은 거야.”

“엿듣기! 소라 집에게 물어봐~”


이때에 소라 집이 소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창조주는 다 아셔!”

“그건 나도 알아~”

“알긴 뭘 알아! 저기 해는 창조주의 파수꾼이야. 우리를 지켜주고 감시하거든.”

“그래? 해가 그런 일을 한다고? 몰랐네.”

“넌 성경을 어떻게 읽었니?”

“가만, 하나님이 두 큰 빛을 만드시고, 둘 가운데서 큰 빛으로는 낮을 다스리게 하시고, 작은 빛으로는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


소녀는 문뜩 성경말씀이 생각났다. 그래서 소리 내어 말했다.


“그래, 그거야! 알았지?”


소라 집은 알고 있는 듯이 우쭐대며 말했다. 그러나 사실 소라 집은 성경의 내용은 잘 모른다. 성경은 오직 사람을 위해 쓰인 책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에 소녀는 이해됐다는 듯이 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해도 잘 다녀오라고 빛을 더욱 밝게 비췄다. 그러자 햇빛이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소녀가 있는 쪽으로 뻗어오자 바다가 둘로 갈라졌다. 그리고 바닷길이 나타났다. 소녀는 깜짝 놀랐다. 사실 소녀는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소라 집이 말했다.


“슬슬 가볼까? 이 길로 곧장 가면 나올 거야.”

“어머, 땅이 말랐어? 어떻게 된 거지?”


소녀는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 바닷속의 바닥이 마른땅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땅은 단단하였다.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소라 집의 마을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곳에는 바닷물이 충만했다. 소녀는 헤엄치며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는 바닷물 속을 그냥 걸어서 들어가게 되었다. 소녀는 물고기처럼 바닷속에서 숨을 자연스럽게 쉬고 있는 것이었다. 소라 집은 소녀의 손을 떠나 바닷속을 헤엄치듯이 유유히 갔다. 소녀는 소라 집의 뒤를 따라갔다. 소라 집의 마을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모래성들이 보였다.


“와우~ 내 모래성들이 여기 다 모였네!”


소녀는 함성을 지르며 사방을 흩어 보았다.


“그래 모래성이 다 사라진 줄 알았지?”


소라 집은 소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어머, 내가 만든 모래성 안에는 소라들이 살고 있잖아~”


소녀는 자세히 모래성을 살피다가 그 성안에 소라들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파도 물결이 가져다준 모래성들을 모아 성의 마을로 만들어주었더니…….”

“주었더니?”

“응, 소라 놈들이 소라 집을 나와서는 모래성 안에 사는 거야.”

“그랬구나. 그래서 소라 없는 소리 집이 되어버렸구나. 미안해!”


소녀는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파도의 장난이었던 것이었다. 모래성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녀는 한 마디 했다.


“소라들이 모래성 안에서 사는 것만은 아니네. 다시 소라 집 안으로도 들어가고 있네!”

“사실은 소라 놈들이 소라 집 안에만 있으면 답답했나 봐. 때때로 소라 집을 나와서는 모래성 안에 있다가 다시 소라 집으로 돌아오고 그래.”

“그런데 자꾸 소라 놈이라고 말하는 거야.”


소녀는 소라 집이 자꾸 소라 놈이라 말하는 것이 귀에 거슬렸던 것이다. 괜히 소라 집이 맘에 들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미안해,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었어. 소라와 난 한 몸이거든…….”


소라 집은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듯이 말했다. 얼굴? 그렇지 소라 집은 얼굴이 따로 없는 거였지. 소라 집의 몸이 붉어졌던 것이다.


“맞아! 넌 소라와 한 몸이 맞아~ 소라 놈 하면 넌 소라 집 놈이 되는 거야. 알았지?”


소녀가 소라 집에게 눈을 부름 뜨고는 힘져서 말했다.


“그렇게 되는구나. 결국 나도 놈이 된 거네. 말을 곱게 써야겠어.”

“그럼, 남을 존경해줘야 자신도 존경받는 거야. 사실 너나 소라는 한 몸인 셈이지.”

“그런데 너희 인간들은 왜 그래? 서로 싸우고 난리야!”

“우리? 인간들? 몰라~ 난 할머니 랑만 살아와서 모른다고.”


소녀는 당황하였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사실 소녀는 모른다. 육지에 오래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리고 모래성들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참 멋지다. 더욱 멋진 것은 바닷속에 있는 모래성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리고 모래성 주변을 물고기들도 다니니깐 너무 아름다워~”

“그렇지? 그래서 파도가 모래사장에 있는 모래성들을 여기로 가져다 준거야. 네가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었니? 그냥 놔두었으면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을 거야.”

“고마워~”

“내게 고마워할 것 없어. 파도에게 말해주렴.”

“그래야겠다. 너희들은 참 착하구나!”

“우리?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께서 그렇게 창조하신 거야. 너희 인간들도 그렇게 창조한 거야. 그걸 인간들은 몰라!”

“우리 인간들? 왜 그럴까?”

“인간들은 교만하거든…….”


소녀는 슬펐다. 엄마를 버리고 가버린 아빠를 생각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랑 육지에 갔을 때에 인간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소녀는 소라 집에게 이젠 집에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제 집에 갈래. 할머니가 기다리셔!”

“깜빡했네. 돌아가야지.”


소라 집은 소녀의 말을 듣고서야 소녀는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그때에 소라 집이 말했다.


“날 여기 두고 가려고?”

“너의 고향에 왔잖아! 여기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사실, 난 소라가 집을 떠난 후 소식이 없어. 이젠 빈집으로 있을 수가 없어.”

“왜? 다른 소라가 들어와 살면 되잖아.”

“무슨 소리야~ 이 집 저 집 아무 집에 살지 않아. 다 자기 집이 정해져 있어.”

“그렇구나. 몰랐네. 자기 집이란 것이 있다는 것이 인간들과 비슷하다.”

“꼭 그렇지마는 아니야. 빈 소라 집이 그대로 방치하면 게들이 독차지 해.”

“그럼 좋은 거 아냐? 비워있는 것보다 좋잖아?”

“그렇게 생각해? 게들은 소라 집을 험하게 다루거든. 그리고 더럽게 사용해.”

“그래? 그렇구나. 몰랐네. 오늘 많은 것을 배웠다. 고마워.”

“그러니 날 데려가 줘! 너도 혼자 외롭잖아? 내가 친구 아냐?”

“응? 맞아~ 내 친구야.”

“그럼 날 데려가야지.”

“알았어. 나랑 함께 살자. 오케이?”

“오케이!”


소녀는 소라 집과 함께 바닷길을 따라 나왔다. 그러자 갈라졌던 바다가 언제 그랬나는 듯이 합쳐졌다. 소녀는 해를 향에 손짓을 하고는 소라 집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할머니는 아침 식사 준비를 다 해놓고는 마루에 앉아 쉬고 계셨다.


“할머니! 나 왔어요.”


할머니는 반가워하며 밝게 웃으셨다. 그리고 소녀의 손을 이끌고 마루 위로 올라갔다. 오늘은 마루에 식탁을 놓으셨다.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아침식사를 했다. 식탁 옆에는 소라 집이 놓여 있었다. 소라 집은 식탁 위에 음식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우우 하고 소리를 냈다. 늦은 아침 식사였는지 벌써 해가 중천에 이르러 소녀와 할머니가 식사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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