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잠든 방으로 새 아침의 햇살이 비췄다. 언제나 해보다 먼저 일어났던 소녀가 오늘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침대 위에 깊이 잠이 들어있다.
“안녕~ 새 아침이다. 일어나야지.”
햇살을 통해 해가 말했다. 소녀는 너무나 밝은 햇살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해가 바람을 불러 들었다. 바람은 창문으로 들어와 소녀의 얼굴을 휘감고 돌아갔다. 그때에 소녀는 얼굴을 창가로 향하고는 살짝 눈을 떴다. 그러자 해는 소녀의 얼굴 정면을 향해 햇살을 내비쳤다. 소녀는 지그시 눈을 뜨고서 해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오늘은 내가 늦었네.”
소녀가 말을 하자 해는 다시 구름 속으로 숨었다. 소녀는 해가 보이지 않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급히 세면을 하고는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는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네가 숨는다고 안 보이냐? 어서 나와 봐!”
소녀는 구름 속에 숨은 해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는 할머니 방으로 갔다. 할머니는 벌써 일어나셨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소녀는 부엌으로 달려가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할머니, 안녕!”
할머니는 뒤돌아보시고는 고개를 끄떡이셨다. 할머니는 듣기는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였기에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로 인사를 했다. 소녀는 다시 집을 나와서 해변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어제 소녀가 만든 모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가 확 트인 해변에는 소녀가 혼자서 놀기에 알맞은 작은 모래사장이 있었다. 모래사장에는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 파도가 밀려왔다 쓸어 가버린다. 그래도 소녀는 파도를 좋아한다. 파도는 유일하게도 소녀와 놀아주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소녀는 모래사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있어야 할 모래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씻어버린 것이다.
“흥, 네가 또 장난친 거지?”
소녀는 파도를 향해 말했다. 파도는 아무 말이 없다. 파도는 다시 소녀의 발등을 타고 넘었다가 물러갔다.
“어? 내 발을 넘었어?”
소녀는 발로 밀려오는 파도를 힘껏 차 버렸다. 그리고 도망가는 파도를 따라갔다.
“어딜 도망가려고?”
소녀가 파도를 따라와 발로 이리저리 밟고 뛰고 했다. 파도는 조금씩 뒤로 밀려가더니 아주 멀리 도망을 갔다. 소녀는 도망가는 파도를 끝까지 쫓아갔다. 그리고 소리쳤다.
“야~ 네가 도망가면 어디까지 갈건 데? 이리 와~ 안 와? 혼난다.”
소녀는 파도가 멀리 물러가고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살폈다. 혹시 파도가 훔쳐간 모래성이 어딘가에 있나 하고 찾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터벅터벅 갯벌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 갯벌에는 여기저기서 물방울이 피었다 터지고 한다. 소녀는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었다.
“좋아~ 이젠 너희들이 노래를 하는구나. 그동안 답답했지? 마음껏 불어봐!”
소녀는 모래사장 위에 서서 갯벌에서 물방울을 피고 터지는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늘에 해도 소녀를 지켜보며 함께 갯벌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때에 소녀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주먹만 한 소라껍데기를 보았다. 햇살에 비추인 소라껍데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소녀는 소라껍데기를 주웠다. 그리고 바닷물로 깨끗이 씻었다. 소녀는 소라껍데기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텅 빈 소라 껍데기이었다. 소녀는 소라껍데기를 자신의 귀에 대었다. 소라껍데기에서 소리가 났다. 소녀의 귀에는 윙, 윙, 우엉, 엉~ 그렇게 소라껍데기 속에서 울려 났다.
“안녕! 너를 기다렸단다.”
“날? 왜?”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짓고는 소라껍데기를 눈앞으로 가져와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라껍데기는 멋진 남자의 목소리처럼 말했다.
“이유를 말해야 해? 난 저 깊은 바닷속에 살았었단다. 네가 만든 모래성을 나에게 보내주었지. 그래서 나는 그 모래성으로 하나하나 바닷속에 궁전을 만들었지. 그리고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기다린 거야.”
“날, 그럼 내가 만든 모래성이 너한테로 간 거야? 그렇잖아도 궁금했었어.”
“궁금했었다고?”
“그럼, 저 파도가 늘 쓸어가…….”
“많이 속상했겠다. 그렇지?”
“아니, 또 만들면 돼.”
“또 만들면 된다고? 넌 참 착하구나~”
소녀는 소라껍데기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소녀는 다시 갯벌에 소라껍데기를 놓아주려고 했다. 그때에 소라껍데기는 소리쳤다.
“야~ 내가 싫으냐? 왜 버리려는 거야~”
“아니, 널 놓아주려는 거지. 웬 신경질이야?”
“신경질? 내가 뭘 신경질이냐? 내 속을 봐봐……. 신경질 낼만하냐? 내가?”
“응? 그러네. 미안해~ 속이 텅 비었네?”
“그렇지? 그놈이 날 버리고 가버렸어!”
“누가?”
“누구긴 누구~ 소라 놈이지.”
“소라가 소라의 껍데기를 버렸다고? 말도 안 돼!”
“너 참 몰라도 많이 모르는구나.”
“내가? 이 바다에서 자랐다고~ 네가 갓난아기 때부터 말이야.”
“그래? 뭘 아는데?”
“날 무시하는구나! 내가 학교도 안 다녔다고 무시하는 거냐?”
“학교? 그게 뭔데?”
“몰라~ 육지에 사는 애들은 학교에 다닌데……. 거기서 별별 공부도 한데…….”
“넌 왜 안다녀?”
“나? 어떻게 다녀? 여긴 학교도 없어. 할머니랑 나뿐이야.”
“그렇군, 배운 것도 없는데 뭘 안다고 그래?”
“날 무시하는구나. 그래도 글도 읽을 수 있고, 집에는 할아버지가 사다준 책들도 많아~”
“그걸 다 읽었어?”
“그럼, 다 읽었지. 별거 아냐? 어떤 건 재밌고, 어떤 건 슬프고, 어떤 건 신기해.”
“그래? 그중에 어느 것이 제일 좋았어?”
“어느 것? 당연 성경책이지.”
“성경책? 어른들이 보는 책이잖아~”
“아냐! 누구나 읽어도 되는 거야.”
“누구나? 나도?”
소녀는 배꼽을 잡고 모래사장을 뒹굴며 웃었다. 소라껍데기는 모래사장에 내던져진 채로 말이다. 그러자 소라껍데기는 화가 났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우엉~ 우엉~ 엉~ 하고 말이다. 소녀는 깜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아 소라껍데기를 주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입맞춤을 해주었다.
“미안, 미안, 널 무시하는 게 아니야. 성경은 사람을 위해 써진 책이야.”
“그렇구나. 사람이 얼마나 멍청하면 말이다.”
“ㅋㅋ 너 정말 웃기는구나. 사람이 멍청하긴 해.”
“우린 말이야. 창조주를 잘 알거든……. 그런데 사람들은 몰라. 스스로 태어났데. 얼마나 멍청하면 그걸 말이라고 하니?”
소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소녀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가 나타났다. 소녀는 소라껍데기로 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도 알고 있었던 거야?”
해는 더욱 밝게 빛나며 응대했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소녀는 생각했다. 창조주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에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시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그렇군, 하늘 궁창에 광명체들을 만들고 나서, 해와 달과 별들로 낮과 밤을 나뉘게 하시고, 계절과 날과 해를 이루게 하고 여러 가지 징조로 알리셨지. 낮에는 해를 통해 말씀하시고 밤에는 달을 통해 말씀하셨지. 넌 알고 있었지?”
해는 그렇다고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했다.
“너는 왜 말을 못 해? 달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러자 소녀의 귀에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네게 가까이 가면 너는 타 죽게 된단다. 그러니 멀리서 지켜보는 거야.”
“그래? 그러네. 고마워~”
소녀는 해를 향해 손을 이마에 대고 경례를 했다. 그리고 소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멀리서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계셨다.
“얘야~ 아침 먹자!”
소녀는 할머니가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라껍데기를 주머니 속에 넣고는 집으로 달려갔다. 소녀는 할머니와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마루에 벌렁 누웠다. 할머니는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가셨다. 아직 하늘 위에 해가 빙긋이 웃으며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손으로 해를 가리며 손가락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햇살은 소녀의 눈앞에서 춤을 추며 뭔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 소라껍데기랑 좋은 얘기 많이 했지? 앞으로 잘 지내봐!”
소녀는 고개를 끄떡이면서 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소라껍데기가 잡혔다. 살며시 주머니에서 소라껍데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소녀는 소라껍데기를 바라보았다. 그때에 소라껍데기가 말을 했다.
“너는 날 어떻게 부르는 거야? 날 소라껍데기이라 생각하고 있지?”
“그래!”
“껍데기가 뭐냐? 껍데기…….”
“껍데기가 어때서?”
“넌 성경을 읽었다면서 모르냐?”
“뭘 몰라?”
“창조주는 쓸모없는 것을 만들지 않았어! 껍데기란 쓸모없다는 말이지. 사람들이 생각한 나쁜 말이야.”
“그럼 뭐라고 해?”
“소라 집이라 불러줘!”
“소라 집? 그거 좋은데……. 그렇게 불러줄게.”
“고마워!”
“우리 바닷가에 가볼까?”
“좋지~ 바다는 나의 고향이거든.”
소녀는 소라 집을 주머니에 넣고는 집을 나섰다. 아침에 갔던 해변을 지나 바위산에 이르렀다. 점점 파도는 바위산을 내리치려고 밀려오고 있었다. 아직 바닷물이 바위산에 이르기 전이었다. 소녀는 바위산 옆으로 돌아갔다. 바닷물이 빠져서 여기저기 바다풀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소녀는 바닷물을 퍼서 바위에 붙어 있는 바다풀들에게 뿌려주었다. 그리고 소녀는 바위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때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나 좀 살려줘~”
소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또 들렸다.
“나 좀 살려주라고~ 나 좀 살려달라니까!”
그때에 소녀는 바위틈에 끼어 있는 조개를 보았다. 조개는 연신 조개껍데기를 벌렸다 닫았다 반복하고 있었다. 해는 미안해하면서 구름 속으로 숨었다. 그러자 소녀의 주머니 속에서 소라 집이 말했다.
“도와줘라~ 말라죽겠다. 어서!”
소녀는 바위틈 사이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위틈에 낀 조개를 건져내어 바닷물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조개는 살았다는 듯이 바닷물 속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말했다.
“고마워~ 너 아니면 난 말라죽었을 거야.”
“고맙긴……. 어쩌다 바위틈에 끼었어? 다른 친구들은 괜찮은 거야?”
“파도칠 때에 바위 속에 있어야 하는데……. 궁금해서 얼굴을 내밀었더니 파도에 밀려서 붕 떴다가 내려앉으면서 바위틈에 끼게 됐어.”
“조심해야지. 뭐가 궁금했는데?”
“우리 조개들은 늘 바다 밑으로만 다니잖아! 한번 파도를 타고 바다 위로 솟고 싶었지.”
“그랬구나. 그래 어땠어? 좋았어?”
“천만에……. 다시는 안 할 거야. 그건 위험한 짓이었어.”
“그래, 잘 생각했다. 다 자기 분수대로 사는 거야.”
“분수? 분수라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왜 분수? 몰라? 모르는구나.”
“모르긴 왜 몰라! 나쁜 말이잖아~ 차별하는 것이잖아. 우리 모두는 독특한 존재로 태어난 거야.”
“아하~ 그렇구나. 미안! 오늘 소라 집한테도 조개한테도 많은 걸 배우는구나.”
“그럼, 우리는 창조주를 알기 때문이지. 앞으로 잘해!”
소녀의 주머니 속에서 소라 집이 말했다. 조개도 그렇다고 바닷물 속에서 물거품을 내었다. 소녀는 바위산 밑에 바위에 앉아서 발을 바다에 담근 채로 멀리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늘에 해를 바라보았다. 햇살이 바다 위에서 맴돌며 춤을 추었다. 파도도 함께 덩실 추었다. 멀리서 갈매기들이 줄지어 날아오고 있었다. 바위마다 갈매기들이 내려와 앉았다. 그리고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깍, 깍, 까~ 까~”
소녀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해와 구름과 바위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과 조개와 소라 집과 어울려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