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해와 달(소라 섬소녀 이야기)

[우리들의 세계-창작동화 편]

by trustwons

1. 해와 달[소라 섬 소녀 이야기]


서해의 남쪽 바다에 외딴섬이 있다. 섬의 이름은 소라 섬이다. 소라 섬에는 10살 된 어린 소녀와 육순 된 말 못 하시는 할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아침에 소녀는 홀로 작은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소녀 옆으로 날아온 갈매기들은 소라껍데기를 물고 와 소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어제도 소녀는 모래성은 쌓았다. 그런데 간밤에 파도가 와서 놀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도 소녀는 다시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갈매기가 물어다 준 소라껍데기로 성벽을 쌓았고 멋진 성의 지붕도 붉은 소라껍데기로 씌었다. 그리고 소녀는 일어나서 멀리 해를 바라보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안녕! 어서 와~"


소녀는 모래성을 쌓고 해와 함께 살자고 했다. 갈매기들도 해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맴돌았다. 그리고 해를 향해 날아갔다. 소녀도 모래성 주변을 돌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리고 해변에 있는 바위산으로 달려갔다. 소라처럼 생긴 이 섬을 사람들은 소라 섬이라고 부른다. 소녀가 바위산으로 올라가면 마치 소라의 뾰족한 곳에 온 것처럼 보였다. 소녀는 바위산 꼭대기로 뛰어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어젯밤에 소녀와 놀아준 달을 찾았다. 아직 달은 집에 가지 않고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아직 집에 안 갔네?"


소녀에게 달은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했다. 소녀도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에 갈매기들도 소녀의 머리 위에서 맴돌며 소리쳤다.


"륵 끼르륵 끼륵 끼끼"


소녀는 갈매기들과 함께 바위산에서 내려왔다. 소녀가 집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가 손짓으로 식사하자고 하셨다. 소녀는 할머니께 달려가 힘껏 안았다. 할머니도 소녀를 안아줬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즐겁게 먹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했다.

어느새 해는 소녀의 머리 위에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소녀가 앉아 있는 마루턱에 햇볕으로 내려와 앉았다. 소녀는 날씨는 무덥지만 바닷바람을 얼굴로 맞으면서 마루턱에 앉아 있는 햇볕을 품었다.


"오늘 뭐하고 놀 거야?"


마루턱에 앉은 햇볕은 소녀에게 말했다.


"응, 뭐하고 놀까?"


소녀는 햇볕을 베고 누우며 말했다. 그때에 갈매기들이 날아와 담장 위에 일렬로 앉았다. 그러자 소녀는 생각이 났다. 벌떡 일어난 소녀는 마당에서 막대기 하나를 들고 와서는 마루턱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내가 선생이다. 너희들은 학생이다. 알겠지?"


갈매기들은 합창하듯이 소리쳤다.


"끼륵끼륵~ 끼끼!"

"좋았어. 착하군!"


소녀는 마루턱에 앉은 햇볕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러자 햇볕 속에 소녀의 그림자도 함께 춤을 추었다. 이를 바라본 갈매기들은 담장 위를 껑충 뛰며 날갯짓을 했다. 방안에 계신 할머니는 방문이 활짝 열려있는 문으로 소녀가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시고 지그시 웃으셨다. 사실 할머니는 말은 못 하시지만 듣고 볼 수 있다.

이 소라 섬에는 오로지 소녀와 할머니만 살고 있을 뿐이다. 오래전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젊었을 때에 이 섬에 와 살았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 한 아이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듣는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 섬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은 어여쁜 처녀가 될 때에 육지로 나가 살다가 한 남자와 함께 살았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그 남자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지친 딸은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자 아이를 낳고는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도 마음이 상하여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여자아이와 할머니만 남게 되었던 것이다. 소녀는 천성이 해맑아서 할머니를 행복하게 했다. 할머니도 소녀를 아끼며 사랑했다.

소녀는 그렇게 해와 갈매기들과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해가 자리를 떠나 서해 바다 끝으로 가자 소녀는 바위산으로 올라가 해를 향해 소리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해는 수줍어하며 하늘을 붉게 물 들렸다. 갈매기들도 아쉬워하며 하늘 높이 날았다. 그때에 달이 빙긋이 웃으며 나타났다. 소녀도 달을 바라보며 반갑다고 껑충 뛰며 손을 들어 흔들었다. 하늘에는 하나 둘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녀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바위산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소녀는 마루에 걸터앉아 무릎에 팔을 고이고 턱을 받쳐준 채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달은 소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아담과 이브라는 두 남녀가 살았지. 그들은 멋진 정원에서 살았단다. 그 정원에는 예쁜 꽃들도 많았고 맛있는 과일도 많았지. 그리고 동물도 새들도 많았지. 그리고 두 사람은 옷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지냈지...."

"둘이서만 살았어? 여기 소라 섬보다 컸어?"


소라는 달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럼~ 훨씬 컸지.. 생각해봐~ 꽃도 많고 과일도 많고 새와 동물도 많다고 했지?"

"응! 거기에는 갈매기도 있어? 여기는 소라껍데기도 엄청 많아"


소녀는 조금은 질투가 났다. 그래서 소라 섬을 자랑했다. 달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두 사람은 동물들과 새들과 대화를 나누며 재미있게 놀았단다. 우리 소라 섬의 소녀처럼 말이다."

"나처럼?"

"그럼~"

"그래서?"

"어느 날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선악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지. 그때에 두 사람은 선악의 열매를 보았지. 너무나 아름답고 맛있어 보였던 거야."

"그래서 따먹었어?"

"물론 따 먹었지. 사실은 그 옆에 나무에 뱀이 있었거든..."

"왜? 뱀이 거기에 있었어?"

"두 사람을 유혹해서 그 열매를 먹게 하려는 거였지."

"그래서 먹었구나!"

"맞아! 뱀이 유혹해서 그 열매를 따서 이브에게 줬지. 이브는 한 입 먹고는 아담에게 줬지."

"두 사람이 같이 사이좋게 먹었네."

"그런데 먹으면 안 된다고 하나님이 그랬거든..."

"왜? 안돼?"

"먹으면 죽게 된다고 했어."

"사람은 늙으면 죽는데."

"원래는 영원히 살도록 하셨지."

"영원히? 안 죽고? 좋겠다... 그런데 왜 먹어?"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줄게."

"응. 고마워~이 이야기를 우리 할머니도 아셔?"

"그럼. 아시지. 그래서 항상 기도하시잖아~"

"아~ 그렇구나? 가끔 마루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계셨지..."

"너무 밤이 깊었지. 이제 다른 아이들을 살피러 가야겠다. 잘 자!"


소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 소녀는 할머니 곁으로 살며시 들어가 할머니의 팔을 베고 잠이 들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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