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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다

[공상동화 3 편 - 다르 소녀와 달무리 검]

by trustwons

18.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다


「어두움이 물러가고 밝은 새 아침이 오니라.」


다르와 하루가 잠든 방안에는 창가로 햇살이 비추었다. 벽을 보고 잠을 자던 다르는 몸을 돌이켜 창가로 향해있었다. 그리고 벽에 몸을 기대어서 얼굴에 비친 빛 때문에 눈을 떴다. 다르는 창가에 하루가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르는 누워있는 채로 하루를 한참 동안을 바라보고 있더니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하루가 매일 일찍 일어나네? 그리고 창가에 서있지? 또 달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사실 하루는 거의 매일 아침 일찍 일어 나서는 창가에 와 있었다. 하루는 샛별을 바라보며 그 옆에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는 다르가 말해준 달도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할 거라고 한 말을 되새김하듯이 마음속으로 되내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저 달이 나의 친구가 되어줄까? 내가 일본에 가 있어도 날 찾아올까?’


하루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샛별과 달을 바라고 있었다. 그때에 하루는 깜짝 놀랄 소리를 들었다.


“하루야! 혼자서 뭔 생각을 하고 있니?”

“어머나, 나에게 달이 말을 했어! 내 친구가 돼 줄래?”

“그럼 너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하루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루는 달을 더 가까이 보려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달은 하루에게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때에 다르가 침대에서 내려와 하루가 있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루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루야, 뭘 그리 생각하니? 내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꽤 오랫동안을 창가에 있더라.”

“응, 나, 달하고 대화를 하고 있었어. 달이 나보고 너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라고 말했어.”

“그 말은 내가 한 건데....... 또 다른 얘기는 없었어?”

“다른? 없는데....... 네가 말한 거니?”

“응~ 좀 전에 한 말은 내가 말한 거야. 왜? 실망이야?”

“난 또~ 달이 내게 말한 줄로 알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 아니었어?”


하루는 매우 실망하는 얼굴빛이었다. 다르는 그런 하루의 표정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다르는 하루에게 몸을 기대면서 조용히 달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르는 이렇게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아버지, 하루에게도 달을 통해 말씀을 주시어요. 하루 곁에 아버지가 계심을 느끼고 믿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다르야, 너 지금 기도했니? 누구에게 했니?”

“네가 어떻게 내가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한 줄을 알았니?”

“네 기도하는 입술의 진동을 내게서도 울렸어! 네가 달하고 대화를 하는 줄로 알았지.”

“아냐, 달은 전달자일 뿐이야. 난 하나님 아버지께 부탁을 했던 거야.”

“뭘 부탁했는데?”

“너에게도 달이 친구가 되게 해달라고 말이야. 사실은 하나님 아버지는 항상 네 곁에 계시거든, 네가 그걸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어.”

“내 옆에 항상 하나님이 계신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느껴?”

“하나님은 성전이나 교회 안에만 계시지 아니야~ 천지만물에 어디에도 하나님은 계셔! 예수님이 그러셨잖아! 하나님은 하늘을 날아가는 새도, 들에 풀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어찌하지 못한다고 말이야.”

“그 얘기는 들었어!”

“그게 무슨 뜻이니? 새나 들풀에도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거잖아~ 이해가 되지?”

“그럼, 여기에도 계시겠네? 바쁘시겠다.”

“사람의 생각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지~ 그래서 사람은 어리석다고 하셨지.”

“아~ 난 어떻게?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네!”

“나도 처음엔 너처럼 그랬어! 그런데 차츰 하나님이 내 뇌를 열어주셨어~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지. 그 첫째가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어.”

“우리 아버지?”

“그래, 친아버지는 딸이 떨어져 있어도 딸이 뭘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아시듯이 말이야.”

“난 아버지가 안 계셔!”

“참 그렇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하루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계시잖아! 그분이 그렇게 알고 계신다는 거야.”

“어머, 다르야~ 네가 다르게 보인다.”


이때에 다르의 책상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다르는 곧바로 일어나서 책상에 있는 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예지니?”

“응, 뭐 하니? 준비하고 있는 거지?”

“예지야~ 안녕!”

“하루니? 잘 잤니? 언제 올 거니?”

“식사하고 바로 갈게!”

“그러지 말고 여기 와서 같이 먹자!”

“맨 날 네 어머니께 죄송하잖니~”

“괜찮아~ 어차피 하시는 거니깐. 와~ 우리 엄마도 오래!”

“알았어! 후다닥 하고 갈게~”

“ㅋㅋ, 후다닥?”


다르는 하루와 함께 세수를 하고는 어머니께 예지 집에서 먹는다고 말했다. 다르 어머니도 그러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아니 다르 어머니는 따라나서려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다르와 하루는 예지 오빠가 사준 수영복을 꼭 챙겨서 집을 나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예지의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에 앞서 가는 민지를 다르와 하루는 발견했다. 하루가 먼저 소리쳐 민지를 불렀다. 조용한 성격인 하루가 웬일로 앞서 가며 민지를 부르는 것에 다르는 놀랐다.


“민지야! 우리랑 같이 가자~”

“어? 하루니? 나보다 늦었네.”


민지는 뒤돌아보며 하루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다르와 하루와 민지는 나란히 걸었다. 아침날씨라서 인지 제법 선선하였다. 예지의 아파트에 이르자 미수의 아버지의 자동차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먼저 본 다르가 말했다.


“저기 미수의 아빠 차아니니?”

“맞아~ 미수도 같이 가는구나? 누가 연락을 했지?”


민지가 들어오는 자동차를 주시하면서 말했다. 자동차가 예지의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미수와 담임선생님도 함께 내렸다. 선생님을 발견한 민지는 놀라 소리쳤다.


“어머, 선생님이시다. 어떻게 된 거지?”

“안녕! 다르와 민지, 하루 모두 안녕~”

“선생님은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되다니? 우리 친구들이 가는데 당연한 거 아니니?”

“얘들아~ 안녕!”

“미수야, 네가 선생님을 모셨니?”

“아니, 예지가 선생님 모시고 오라고 했어!”

“얘들아! 다시 만나서 반갑다. 오늘은 바다로 여행하는 거니?”

“미수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다르와 하루와 민지와 미수는 선생님을 모시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미수 아버지도 뒤따라 오셨다. 예지의 집안으로 모두 들어서자. 은비와 인선도 와 있었다. 갑자기 예지네 집이 좁아 보였다. 식구가 몇일까? 예지의 아빠는 일찍 출근하시고 안 계셨다. 아마도 쫓겨나듯이 나가셨을 게다. 현재 몇 명이나 되는지 세워보자. 예지 어머니, 예지 오빠들, 예지와 은비와 인선이, 린다와 줄리아 그리고 다르와 하루와 민지 그리고 미수와 선생님과 미수 아빠다. 모두 열네 명이나 되었다. 대가족이다. 방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을 위해 예지 어머니 혼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셨다니 놀랍다. 보조 식탁을 두 대나 연결해 놓으셨다. 예지와 린다와 줄리아가 식탁 위에 그릇과 수저와 반찬들을 옮기느라 바쁘다. 마치 린다와 줄리아는 예지 네에 식구인 듯이 보였다. 역시 은비도 끼여 함께 일을 도왔다. 그렇게 열네 명의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탁을 바라보니 대단했다.

여름인지라 미역오이냉국과 가지무침과 콩나물냉국, 오이깍두기, 부추오이김치, 그리고 소고기 가지볶음과 설렁탕을 내놓으셨다. 여학생들은 대만족이었다. 선생님도 미수 아빠도 매우 미안한 표정이셨다. 이 모든 걸 혼자 하셨다니 놀라워하신 선생님은 예지 어머니께 놀람과 미안함으로 인사의 말을 하셨다.


“예지 어머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음식솜씨가 좋으신 줄은 들었지만, 이 무더위에 혼자서 다 준비하셨어요? 송구합니다. 저라도 와서 도와드려야 했었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맛있게 드시면 좋죠!”

“우리 어머니가 다 하신 거 아니에요~ 어제저녁에 민지 어머니, 은비 어머니, 다르 어머니가 오셔서 밑반찬들을 해 놓으신 거예요. 저의 어머니는 설렁탕만 하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맛있게들 드셔요.”

“그렇다고 그걸 다 밝히니? 아침에 차려놓으신 예지 어머니께서 수고하신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은비가 예지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말하자 예지 어머니는 은비를 보고 엄지 척을 하셨다. 그리고는 숭늉을 떠서는 각자의 자리에 하나씩 놓아주셨다. 예지는 어머니께 혀를 쑥 내밀고는 웃었다. 이를 본 오빠들은 한바탕 웃었다. 다른 분들도 눈치를 채고는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렇게 요란을 떤 후에 모두들 즐겁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예지와 은비와 다르와 민지 그리고 미수는 바쁘게 빈그릇들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였고 린다와 줄리아와 하루는 식탁을 치우고 정리를 했다. 순식간에 뒷정리를 마친 여학생들은 예지 오빠들을 따라 각자의 짐들을 들고 아파트를 나왔다.

그리고 지상주차장에 있는 15인승 버스로 갔다. 이번에는 예지의 작은 오빠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모든 일행들은 뒷좌석에 찾아 앉았다. 선생님은 미수와 함께 앞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예지와 린다와 줄리아, 그리고 다르와 민지와 하루, 그리고 은비와 인선이가 앉았다. 이를 확인하신 미수의 아버지는 예지의 큰오빠에게 보태 쓰라고 금일봉을 주셨다.

버스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향해 나아갔다. 이를 미수의 아버지와 예지의 어머니가 지켜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수 아버지는 예지 어머니께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자동차로 아파트를 떠나갔다.

여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인천 송도의 해상고속도인 인천대교를 지나 영종도에 들어서서는 인천공항도로를 따라서 바다를 끼고돌아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을 했다.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을왕리 해수욕장 소나무 숲 쪽에 해변주차장에 버스가 주차를 하니 11시가 되었다. 여학생들은 각자의 텐트를 가지고 소나무 숲 쪽에 텐트자리를 잡았다. 여름휴가철이 막 지나서였는지 그렇게 사람들이 부적이지는 않았다. 예지와 린다와 줄리아가 한 팀이 되어 텐트를 치고 있었고, 은비와 인선과 민지가 한 팀이 되었고, 미수는 다르와 하루가 한 팀을 이루었다. 그렇게 나란히 텐트를 치고 있을 때에 선생님은 일인용 텐트를 이미 쳐놓았다. 열심히 텐트를 치느라 몰랐던 여학생들은 선생님이 텐트를 다 쳐놓고는 여학생들의 텐트 치는 것을 살피고 계셨다. 텐트를 다 친 여학생들은 이제야 선생님의 텐트를 구경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텐트를 본 민지는 이상하다는 듯이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것 군인용 텐트 아니에요?”

“그래, 맞아! 뭐가 문제인데.........”

“선생님은 군인이셨어요?”

“그래, 그랬었지. 지금은 영어선생님이지.”


쌍둥이 오빠들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예지의 오빠들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혹기심이 많은 은비는 여기서 가만있을 리 없었다.


“선생님은 영어선생님이 되시기 전에 군인이셨다는 말이네요? 여군이시죠?”

“은비야, 내가 남군이겠니? 말 같은 소리를 해라!”

“무슨 군인이셨어요? 간호장교?”

“이것들 봐라~ 날 무시하는구나! 그래 봐도 여군공수부대 장교였어!”

“와아~ 선생님! 존경해요~ 멋져요~”

“너희들도 희망이 있으면 내게 말해봐~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정말요? 민지야~ 넌 어때?”


미수가 민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두 민지를 부러운 눈초리로 보았다. 민지는 싱긋 웃어버렸다. 선생님도 민지를 보시고 고개를 끄떡이셨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표정이셨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쌍둥이 오빠들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선생님으로부터 군대이야기를 듣던 여학생들은 오빠에 의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젠 날씨가 차가워서 한낮에만 잠시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빠들도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갔다. 선생님도 곧 뒤따라 수영복차림으로 바다에 들어오는 것을 본 여학생들은 선생님에게로 몰려왔다. 공수부대여서인지 선생님은 수영도 잘하셨다. 여학생들도 선생님 뒤를 따라다니며 수영을 했다. 특히 린다와 줄리아는 수영을 잘하였다. 미국교육에서는 스포츠를 하나씩은 잘하도록 권유하고 교과과정에 필수로 되어있다고 린다와 줄리아는 말하였다. 그리고 하루와 은비와 인선이도 제법 수영을 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예지와 다르와 미수는 수영장식 수영을 하다 보니 바다수영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렇게 수영도 하고 잠수도 하고, 또는 바닷속에 뭔가를 잡아오기도 하고,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풀장에서는 오직 수영만 했었는데, 바다에서 수영은 파도타기도 하고, 물속에 이것저것 살펴보기도 하고 파도 위에 둥둥 떠 있기도 하고, 모래사장에서 놀 거리도 많았다. 더욱 재밌어하는 것은 바닷속에서 조개나 소라 등 생물을 잡는 재미였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다. 하루와 다르는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조개껍질이나 소라껍데기 등을 줍고 있었다. 멀리서 이를 본 민지와 예지는 다르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함께 예쁜 조개와 소라 껍데기를 찾고 있었다. 뒤따라 린다와 줄리아가 오고, 은비와 인선이 와 미수가 다가왔다.

선생님은 모래사장 위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면서 여학생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에 쌍둥이 오빠들은 마트에 가서는 수박과 여러 가지 과자들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오빠들은 손짓으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이를 본 여학생들은 손에 조개와 소라껍데기를 잔뜩 들고 돌아왔다.

모래사장 위에 파라솔 아래에서 여학생들은 선생님과 오빠들과 함께 수박을 쪼개어 먹고 과자도 먹으며 이런저런 수다에 요란스러웠다.


“누구의 소라가 가장 예쁜지 선발해 보자! 선생님이 뽑아주세요. 네~”


선생님은 모두 다 예쁘다고 하시면서 특히 하루의 소라가 좀 더 예쁘다고 하였다. 결국 하루의 소라가 제일 예쁜 것으로 뽑혔다. 이를 지켜보던 다르는 하루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하루에게 소라와 관련된 언니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게 무슨 얘기야?”


은비가 다급히 물었다. 소라와 관련된 언니라니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자 다르는 차분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아는 언니인데, 이름이 소라야~ 저 남쪽바다에 외딴섬, 소라섬이 있거든....... 거기에서 자란 언니야.”

“그런데? 이름이 소라야? 거기에다 소라섬에? 소라섬이 어디 있어?”


은비는 다그치듯이 되물었다. 민지도 예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인선은 소라섬을 알고 있었다.


“소라섬? 나도 알아~ 통영 근처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야!”

“정말? 인선이는 가봤어?”


은비가 인선이를 잡아당기듯이 물었다. 모두들 인선이를 쳐다보았다. 다르도 역시 인선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인선이 말이 맞아! 통영에서 가까운 곳에 자매섬이 있고 그 옆에 소라섬이 있지. 언니는 거기서 태어났다고 이름이 소라야~”

“그런데........”

“그 소라언니에게는 소라 친구가 있었어. 소라껍데기 말이야.”

“소라껍데기가 친구야?”

“소라언니의 엄마가 어릴 적에 갖고 놀던 소라래. 그런데 그 소라를 소라언니가 바다에서 다시 주었어. 그러자 그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있으니 소라껍데기에서 소리가 들려왔지. 소라언니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말이야.”

“우와~ 재밌겠다. 그래서.”

“자세한 건 난 몰라~ 지금 하루가 갖고 있는 소라를 보니깐 그 생각이 났어!”

“그 언니는 만날 수 있는 거야? 아직 거기 소라섬에 살아?”

“아닐걸, 미국에 살 거야~ 아마도.”

“전화해 봐! 직접 듣고 싶다.”


은비와 미수는 더욱 긍금했다. 직접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지. 거긴 밤일 걸~”

“그럼 우리 나중에 만나게 해 주라~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다.”


옆에서 잠잠히 듣고만 계시던 선생님도 역시 궁금해하고 계셨다. 눈치가 빠른 은비와 예지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시더니 다르에게 독촉을 했다.


“선생님도 궁금해하신다. 그렇죠?”

“정말, 너희들은 너무나 신기한 이야기가 참 많구나!”

“거봐~ 선생님도 그러시잖아! 우리 언제 그 언니를 만나보자!”


그렇게 둘러앉아서 수다를 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새 해가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오고 있었다.


“천사들~ 이젠 수영을 어렵겠다. 옷 갈아입고들 와서 우리 저녁식사 준비를 할까?”


쌍둥이 오빠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을 하자 여학생들은 우르르 일어나 샤워실로 가서는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이미 선생님과 오빠들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텐트 앞에 야외용 저녁식사인 것이었다. 여학생들이 텐트로 돌아오자 코를 찌르는 맛 냄새에 경악을 했다. 숯불 위에는 돈마호크와 삼겹살이 맛향을 뽐내고 있었다. 버너 위에는 얼큰한 김치찌개 용솟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버너에는 밥이 차비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쌈채소랑, 파채랑, 새우와 소시지, 그리고 각종 애채랑 과일이 대기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오빠들이 차려놓은 야외식사를 여학생들은 마냥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모닥불까지 오빠들이 해 놓아 주변에 빙 둘러앉아 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에 하루는 여전히 소라껍데기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다르가 이야기해 준 소라언니의 생각이 자꾸 났다. 이때에 선생님이 하루에게 말했다.


“하루는 오사카 항구도시에 산다며……. 거기에는 이런 소라껍데기는 없는가 봐?”

“아니에요.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예쁜 소라껍데기는 못 봤어요.”


하루는 더욱 자신이 갖고 있는 소라껍데기를 요리조리 만지고 귀에 대보고 하였다. 그러자 다른 여학생들도 소라껍데기를 꺼내어 살피고 있었다. 눈치 빠른 미수가 다르에게 귀엣말로 말했다.


“아무래도 하루에게 소라언니를 소개해주어야 할 것 같다. 통화를 해봐!”

“아직, 새벽일지도 몰라! 좀 더 있다가 한번 통화를 해야겠어.”


그러자 은비가 나서서 독촉을 했다. 민지도 예지도 매우 궁금하여 응원을 해주었다. 역시 린다와 줄리아도 궁금한 눈치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도 누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지의 오빠들은 린다의 오빠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서 기대하는 것 같았다.

결국 다르는 폰을 들어 소라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곧 받은 모양이다. 모두들 다르에게 집중해 있었다.


“언니야! 나 다르야~”

“웬일이니? 전화를 다 하고.......”

“거긴 지금 몇 시지? 새벽이지?”

“아니, 여긴 저녁 6시쯤 된 거 같아~”

“뭐야? 여기랑 똑같네~ 거기 시카고 아니야?”

“응, 난 지금 소라섬에 와 있어~ 잘 있지?”

“응, 한국에 와 있는 거야? 언제 왔어?”

“6월 말에 왔단다. 8월 말에는 가야지.”

“그럼 만났을 수 있어? 우리가 거기로 갈까?”

“오면 좋지~ 그렇잖아도 양부모님이 일주일 전에 미국에 가셨어! 할머니랑 함께 있어.”

“그래? 그럼 우리들이 가도 되겠다.”

“우리들이라니? 누구?”

“어~ 여긴 친구들이랑 을왕리 해수욕장에 왔어. 미국친구도 함께 있어. 모두 9명이나 되는데.........”

“아홉 명? 다 온다고....... 여기로?”

“그럼 안 돼? 사실 여기 일본친구 하루도 함께 있거든, 언니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그래!”

“와도 문제 될 건 없지. 여긴 작은 호텔도 있으니깐....... 거기서 묵으면 되겠다.”

“정말이지? 승낙한 거야!”

“그래, 언제 올 거니?”

“내일! 내일 갈게! 어때? 너희들.......”

“우린 좋아! 하루가 좋겠다.”

“오는 길은 알지? 통역항구에 배를 보낼게! 뭐로 올 거니?”

“글쎄? 예지 오빠들께 물어보고 문자로 보낼게!”

“그래, 알았어! 그때 보자~ 기대된다.”


다르는 소라언니랑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다 들은 여학생들과 선생님과 오빠들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결론은 15인승 버스로 가는 걸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다르는 통영에 도착시간과 가는 방법을 소라언니에게 자세히 전했다. 소라언니도 통영항구에 도착시간에 맞춰서 유람선을 보내겠다고 했다.

여학생 모두들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모처럼 선생님과 오빠들이 맛있는 텐트식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었건만, 내일 소라섬에 간다는 이야기에 여학생들을 떠들며 야단들이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서는 내일 여행에 대해 말이 많았다. 선생님과 오빠들은 식사한 모든 장비들을 정리하면서,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니 텐트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여학생들은 셋셋씩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도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고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셨다. 오빠들은 모두 텐트 안에 들어간 것을 지켜본 후에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갔다. 오빠들은 버스 안에서 잠자리를 꾸몄다.

점점 어두워져 가면서 을왕리 해수욕장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였다. 텐트 속에서는 여전히 여학생들의 속닥이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선생님도 홀로 텐트 안에 누워서는 내일 일에 생각이 많았다.


“음, 소라언니라니........ 어떤 분일까? 뜻밖에 여행이 길어지게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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