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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와 순이의 소꿉놀이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민이와 순이의 소꿉놀이


어느 꽃동네에는 말 못 하는 다섯 살 된 민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민이는 날 때부터 듣지도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이었다. 민이는 생글생글 잘도 웃는다. 동네의 어른들은 민이를 많이 사랑하신다. 아침 일찍 일어난 민이는 집 앞에 문턱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아침 출근길에 아저씨, 아줌마, 누나, 형들이 바쁘게 지나가면서도 민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면 민이도 웃으며 따라서 손을 흔든다.

어느 봄날에 꽃동네는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골목마다 만발하였다. 민이는 같은 또래인 순이랑 소꿉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민이가 말 못 하는 것을 순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순이는 혼자서 말을 많이 한다.


“민아! 넌 아빠 하는 거야. 그럼 난 엄마하고 알았지?”


민이는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 순이는 집에서 베개를 하나 가지고 왔다.


“아빠야, 아기가 잠들었어!”

“응, 내가 봐줄게.”


혼자 말하면서 순이는 엄마가 됐다가 아빠가 됐다 하였다. 그리고 민이 무릎에 베개를 얹어주면서 순이는 손으로 베개를 두드리는 흉내를 낸다. 그러면 민이는 눈치로 금방 알고는 무릎에 있는 베개를 토닥토닥 거리며 아기를 돌보아준다. 순이는 진달래 꽃잎을 따다 반찬을 만들고 개나리 꽃잎을 따다 밥을 만들었다.


“아빠야, 밥 먹어요. 냠냠…….”


순이는 흉내를 하면서 민이 앞에 상을 차렸다. 민이도 냠냠하면서 즐겁게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다. 민이는 언제나 순이의 아빠가 되고 순이는 언제나 민의 엄마가 되었다. 꽃동네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그래서 민이의 부모도 순이의 부모도 맞벌이하러 일터로 가나고 집에 없는 날이 많았다. 옆집에 사는 순이는 민이에게는 좋은 친구이었다. 어떤 날은 민이가 순이네 집에 가서 순이의 부모가 차려 놓은 점심을 함께 먹는다. 어떤 날에는 순이가 민이의 집에서 민이의 부모가 차려 놓은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한다.

봄 날씨여서 그런지 민이는 순이와 소꿉놀이를 하고 나서 민이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는 마루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려고 할 때에 민이의 부모도 순이의 부모도 일터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마루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고이 잠이든 아이들을 안고 방 안으로 데려갔다. 순이의 어머니는 순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민이의 어머니는 민이는 방 안으로 데려가 잠자리에 눕혔다. 꽃동네에는 어둠이 내려앉자 좁은 골목마다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민이도 순이도 꿈속에서 너는 아빠, 난 엄마 하며 소꿉놀이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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