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rustwons Feb 24. 2022
토끼와 늑대
어느 날 늑대는 토끼의 목을 앞발로 눌러 괴롭히고 있었다. 토끼는 눈이 빨개져 있었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때에 지나가던 농부의 소가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니, 저런! 늑대는 자기보다 약한 토끼를 저렇게 고통을 줄 수 있어! 늑대는 사악한 동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거야.”
농부의 소를 뒤따라오던 제사장의 개는 이렇게 말했다.
“토끼가 얼마나 늑대를 약 올렸으면 늑대가 저렇게까지 하겠나? 하늘이 내린 천벌이지.”
이때에 정치인의 부인이 기르는 고양이가 나타나서는 말했다.
“맞아, 힘이 없으면 강한 자에게 잘 보였어야지. 토끼가 늑대 앞에서 알짱거리니깐 늑대가 화가 난거지. 고통을 받아도 싸지.”
이번에는 교수가 아끼는 앵무새가 날아와서는 끼어들어 말했다.
“그럼, 세상을 살려면 지혜로워야지. 잘난 체하면 혼나지. 강자 앞에서는 얌전해야지.”
늑대는 빙그레 웃으며 더욱 토끼의 목을 조였다. 그리고는 늑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사장의 개와 정치인 부인의 고양이와 교수가 아끼는 앵무새에게 윙크를 보내며 유유하게 힘을 주면서 토끼의 목을 조였다.
이제 토끼는 혀를 길게 내밀고는 앞발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토끼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늑대에게 응원을 보냈다. 오직 농부의 소만이 토끼를 가련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때에 까마귀가 날아와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니들이 섬기는 주인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알겠다. 그러니 주인의 똥구멍이나 빨며 사는 니들이 자유를 누리며 사는 토끼가 못마땅한 거였지.”
제사장의 개나 정치인 부인의 고양이나 교수의 앵무새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러자 까마귀는 날카로운 주둥이로 늑대의 엉덩이를 쪼았다. 농부의 소도 용기를 내어 강한 뿔로 늑대의 배를 걷어찼다. 늑대는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쳐 도망을 갔다. 토끼는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있었다. 농부의 소는 혀로 토끼의 목을 쓸어내려주었다. 의식을 찾은 토끼는 농부의 소와 까마귀에게 고맙다고 두 번 세 번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