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원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어느 날이었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아저씨가 혜화동 전철역에 지하철에서 내렸다. 이때는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여유롭게 지하철에서 내린 아저씨 앞으로 예쁘게 차려입은 한 할머니가 다가와서는 아저씨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 오백 원만 주게."


당황한 아저씨는 주춤하더니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 돈이 없을 텐데...."


그리고 지갑을 열어보니 만 원짜리 지폐가 두 장이 있었다. 아저씨는 선뜩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어 할머니의 손에 공손히 지워주면서 말했다.


" 할머니, 건강하셔요."


그리고는 아저씨는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밝은 표정을 하면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을 하였다.


" 할머니가 왜 오백 원을 달라고 했을까? 오백 원으로 무엇을 하시려고 하지? 요즘 오백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저씨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혜화동 지하철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는 여전히 할머니를 생각하며 걸었다. 날이 조금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혜화동 거리에는 젊은이들만이 오고 가고 있었다. 대학로 거리마다 노점들이 길게 진열되어 있었고, 하나둘 점등들이 켜져 가고 있었다. 연인들이 사랑스럽게 서로를 품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저씨는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로 들어갔다.


" 작은 공책을 하나 주세요? 얼마죠?"

" 천오백 원!"


문방구 주인이 작은 공책을 집어주며 말했다. 아저씨는 돈을 주려고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열었다. 지갑 안에는 천 원짜리 두 장이 더 있었다.


" 어? 천 원짜리가 있었네."


아저씨는 지갑에서 천 원짜리 두 장을 꺼내어 주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 할아버지, 오백 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문방구 주인은 멈칫하더니 이천 원을 받고 공책과 거스름 돈 오백 원을 아저씨에게 주었다.


"뭘 할 수 있을까? 지하철이나 버스 차비도 안될 거고... 공중전화를 쓰면 몰라도~"

" 그렇군요!"


아저씨는 작은 공책을 손에 받고, 거스름 돈 오백 원을 받아가지고는 문방구를 나왔다. 그리고 아저씨는 할머니를 생각하였다.


" 그래, 공중전화를 걸려고 했었군. 저녁식사라도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 혹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아저씨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혜화동역 방향을 돌아보더니 가던 길을 촘촘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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