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펜팔 친구와 대화
[소라 섬 소녀 이야기]
by trustwons Mar 30. 2022
41. 펜팔 친구와 대화
무더운 여름이 한창인 어느 날이었다. 소녀는 이층에 있는 피아노 방 옆에 있는 발코니에서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라 섬에 있을 때에는 새벽마다 해변으로 달려가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였던 소녀였었다. 미국으로 온 소녀는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소녀는 식구들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용히 이층으로 올라가서는 발코니에 앉아서 밤하늘을 깨우는 여명을 기다리곤 하였다. 소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다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산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소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숲과 집들과 눈앞에 있는 작은 호수뿐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하늘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마침 소녀는 밤하늘에 별들과 달을 보며 소라 섬을 생각할 수가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도 달이 밝았다. 소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달아, 너를 소라 섬에서 보던 달처럼 느끼지 않는구나. 자꾸만 다른 달처럼 느껴지니 어쩌면 좋니?”
“너는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있는 곳을 보고 있는 거지.”
“그래? 그랬었나 보구나. 그런데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
“그래서 인간은 관념적으로 보고 생각하지. 그러니 어찌 진리를 알겠니?”
“그렇구나! 난 소라 섬에서의 관념을 뛰어넘을 수가 없을까? 미국에 온 지 벌써 넉 달이 되어 가는데 말이야.”
“네 이메일을 봐! 친구들이 네 소식을 기다리고 있단다.”
소녀는 달의 말을 무시하고 여전히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오며 파란 하늘이 펼쳐짐을 바라보던 소녀는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해는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더위와 함께 햇빛이 소녀의 얼굴에 가득해졌다. 소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해를 마음에 품었다. 새들의 소리가 소녀의 귀에 들려왔다. 소녀는 비록 바다는 아니지만 숲과 집들로 이루어진 풍경이 햇빛 아래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해야~ 여기서는 말이야~ 무엇인가 재미있을 것 같고, 무엇인가 궁금해지는구나.”
소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다. 벌써 사람들이 도로 옆길을 따라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에 이른 아침에 집 주변을 달렸던 것이 생각이 났다. 소녀의 이마에 땀이 맺히며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소녀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해를 바라보는 소녀는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토록 아침마다 소라 섬 해변에서 해 떠오름을 바라보고서야 하루를 시작하였던 소녀가 아니었던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를 떠나 피아노 방으로 들어갔다. 피아노 방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했다. 소녀는 소라 섬에 있을 때에 엘리자가 보내준 전자 피아노를 열고 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볼드윈(Baldwin) 피아노를 소녀는 조심스럽게 열었다. 소녀는 가만히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하늘이 푸르고 드높이 맑은 날 찬란한 아침이 열리며 밝았네.…….”
그때에 엘리자는 부엌에서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층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은 엘리자는 잠시 이층으로 걸음을 했다. 그리고 피아노 방으로 가만히 다가가 소녀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소녀는 피아노 건반을 살며시 치면서 중얼거리듯 찬송을 불렀다. 엘리자는 가만히 소녀의 뒤로 다가가 소녀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렸다. 소녀는 건반을 치던 손을 엘리자의 손에 가져가 엘리자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엘리자는 기쁨에 벅차서 소녀를 뒤로 안았다. 그리고 소녀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소녀도 엘리자의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이젠 마음껏 쳐도 돼! 모두 일어났는걸.”
엘리자는 소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건반을 몇 번 두드렸다. 그때에 스미스가 올라와 인사를 했다.
“굿모닝~ 아침부터 찬양을……. 소라리자는 믿음이 좋구나!”
엘리자는 스미스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녀는 마음껏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시던 할머니는 소녀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중얼중얼 입술을 움직이시며 따라 찬송을 부르셨다.
“하늘이 푸르고 드높이 맑은 날, 찬란한 아침이 열리며 밝았네.
주 앞에 나아가 그 이름 부르면, 지은 죄 많아도 용서해 주시리.
..................
걱정과 근심이 없어진 좋은 날, 새로운 희망이 솟구쳐 오르네.
생명의 양식을 땅에서 맛보면, 하늘의 은총을 넘치게 주시리.”
엘리자도 부엌으로 돌아오면서 영어로 찬양을 함께 불렀다. 스미스 씨는 거실에 앉아서 모닝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소녀의 아침 피아노 소리 덕분에 모두들 즐거운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스미스 씨는 오늘따라 여유롭게 출근을 하였다. 뭔가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스미스 씨는 자동차를 타고 직장으로 출발했다. 할머니와 엘리자와 소녀는 거실에 모여 앉아 있었다. 할머니와 엘리자는 커피를 마시며 텔레비전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소녀도 옆 소파에 앉은 채로 노트북을 열어 메일을 살피고 있었다. 소녀는 인터넷으로 ‘우리들 세계’의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바로 소녀의 펜팔 사이트가 열렸다.
“안녕! 나 노라야, 소라리자의 미국 생활에 대해 소식을 듣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노르웨이에도 오면 좋겠다. 이번에 난 오슬로 대학(University of Oslo)에 입학하게 되었어. - 노라 -”
“안녕! 소라리자는 보통 아이가 아니야~ 그렇게 빨리 미국 생활에 적응하다니, 놀랍다. 나도 이번 가을학기에 시드니대학(UTS)에 간호학과에 들어갈 것 같아. - 소피아 -”
“어머? 너희들은 벌써 대학을 정했구나! 소피아는 간호학과면 노라는 무슨 과야? - 소라리자 -”
“모두 안녕! 난 엠마야~ 나는 시카고 주립대학(UIC)에 교육과정을 공부할 거야. 소라리자는 어디로 대학교를 정했니? - 엠마 -”
“나? 마미는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으로 가면 하셔~ 추천해 주실 거래. 무슨 과를 할지 잘 모르겠어. 나는 자연철학을 생각하고 있거든. 너희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 소라리자 -”
"나도 전공을 뭐로 할까 고민 중이야. 소라리자와 함께 고민을 해보자. 모두 의견을 줘! - 노라 -”
소녀가 열심히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엘리자는 소녀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열심이니?”
“펜팔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 친구들은 잘 지낸다던?”
“이번에 모두 대학에 진학을 하는 얘기들이에요.”
“잘 됐다. 그래, 친구들은 어느 대학으로 가게 되었다던?”
“노라는 오슬로대학에 갈 거구, 소피아는 시드니대학에 가고 그리고 엠마는 시카고 주립대학에 간데요.”
“엠마가 시카고 주립대학에 간다고 했어? 그럼 너도 엠마랑 같은 대학교에 갈래?”
“전 잘 모르겠어요. 같이 가면 좋기도 하는데…….”
“참, 넌 여전히 자연철학을 생각하고 있는 거니?”
“특히 아는 게 없어서요. 그저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서요.”
“우리 좀 더 알아보고 결정을 해보자. 내일 우리 함께 도서관에 가볼까?”
“도서관요?”
“아니면 내가 잘 아는 학장님이 계신데, 그분을 찾아뵐까?”
“전 너무 어지러워요. 전혀 아는 게 없었어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보자. 친구들이랑 많이 나눠보렴.”
“네.”
소녀는 어머니 엘리자가 자신을 위해 많이 애쓰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낯선 일들에 대해 당황하는 것 같았다. 한편 엘리자는 소라리자를 보다 좋은 대학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스미스 씨도 역시 엘리자의 마음과 같았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소라리자는 남 못지않게 자신의 꿈을 펼쳐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 스미스와 엘리자의 생각이었다. 소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켜놓은 채로 들고 자기 방으로 갔다. 그리고 소녀는 미국에 있는 대학들에 대해 검색하며 학교들의 실정과 정경들을 인터넷으로 찾고 살피며 비교하고 있었다. 아니 소녀는 대학교가 뭐하는 곳인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학문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소녀는 소라 섬에 살면서 자연과 친해졌고, 자연은 소녀의 친구였을 뿐이었다. 소녀는 우연히 철학이라는 단어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게 되었고,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자연을 생각하는 학문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녀는 자연철학이라는 나름대로의 이름을 붙여서는 이런 학문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소녀는 어느 대학에서도 자연철학이라는 학과를 찾지 못했다. 당황한 소녀는 펜팔 친구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난……. 어떡하지? - 소라리자 -”
“왜? 무슨 일이 있어? - 노라 -”
“대학교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내가 원하는 자연철학이라는 학과가 없어? - 소라리자 -”
“내가 듣기엔, 철학 학과에 있는 걸로 알아~ - 엠마 -”
“맞아! 자연철학은 철학인 거야~ - 소피아 -”
“그래? 자연철학이 바로 철학이라고? 철학이 뭐니? 생각하는 학문인 거지? - 소라리자 -”
“뭐, 그런 거지. 골치 아픈 학문이라던데……. -소피아 -”
“넌, 왜 자연철학을 공부하려는 거니? - 노라 -”
“난, 아는 게 자연 뿐이야~ 그것도 소라 섬의 자연,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 - 소라리자 -”
“음, 이해하겠다. 역시 소라리자는 특이해~ - 엠마 -”
“그럼, 난 어느 대학교로 갈까? - 소라리자 -”
“나랑 같은 대학교에 다니자! - 엠마 -”
“응? 시카고 주립대학교? - 소라리자 -”
“등록금도 다른 대학보다 적게 들어~ 그리고 국립대학이니깐 혜택도 많을 걸. - 엠마 -”
“그래, 엠마랑 같은 학교 다니면 좋겠다. 서로 도움도 되고 의지할 수 있잖아~ - 소피아 -”
“그래, 마미 하고 의론 해 볼게! - 소라리자 -”
“와~ 신난다! 소라리자랑 같이 다니면 난 좋지! 우리 마미 한데 말해야지~ - 엠마 -”
“좀 기다려! 아직 결정한 거 아니야~ - 소라리자 -”
소녀는 다시 인터넷으로 시카고 주립대학교를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 학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소녀는 본인이 원하는 자연철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부 학과가 시카고 주립대학에 없는 것을 알았다. 소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내가 원하는 학과가 없는 것 같아, 엠마와 함께 다니고 싶었는데…….”
소녀는 시카고에 있는 다른 대학들을 찾아보았다. 자연철학을 배울 수 있는 대학으로는 노스웨스턴 대학 와 시카고 대학을 찾았다. 그러나 어느 대학에도 자연철학을 배우는 학과는 없었다. 그저 생각하는 학문, 철학 학과만 있는 대학이었다. 소녀는 실망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소녀가 인터넷으로 대학들을 찾아보고, 학교의 위치와 사진으로 학교의 정경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소녀가 대학들을 찾는 동안에 어느덧 해는 지고 어두워져 있었다. 잠시 후에 엘리자가 소녀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소녀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자와 함께 방을 나와 식탁으로 갔다. 할머니가 반찬들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계셨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할머니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빙글레 웃으셨다. 그리고 와 앉으라고 손짓을 하셨다. 엘리자는 소녀와 함께 식탁 앞에 앉았다. 엘리자는 소녀에게 식사기도를 부탁했다. 소녀는 기도를 영어와 한글을 섞어가며 했다. 소녀의 기도가 마치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소녀는 현관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스미스 씨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스미스 씨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며 가방을 들어주었다.
“대드, 어서 오세요. 마침 식사를 하려던 중이었어요.”
“오 그래, 제때에 내가 왔구나. 손 씻고 갈게. 고맙다.”
스미스 씨는 소녀에게서 가방을 받아 들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면실에서 손을 씻고 스미스 씨는 바로 식탁으로 왔다. 스미스 씨가 자리에 앉아 엘리자는 스미스 씨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식사 기도는 우리 소라리자가 했어요. 자 식사하시죠.”
스미스 씨가 와서 합류하니 소녀는 더욱 즐거운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도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엘리자도 할머니가 해주신 한국식 음식에 매우 좋아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엘리자가 준비한 커피 타임을 할머니와 스미스 그리고 소녀까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어느덧 밤이 깊어지자 할머니는 할머니 방으로 가시고, 스미스와 엘리자는 자신들의 방으로 갔고, 소녀도 자기 방으로 갔다. 소녀는 펜팔 친구들이랑 간단한 대화를 가진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소녀가 막 잠이 들려고 하자 엘리자가 소녀의 방으로 왔다.
“오늘 밤은 우리 딸이랑 같이 자면 안 될까?”
“아니요, 좋아요. 그렇잖아도 잠이 안 올 것 같았어요.”
“그랬구나. 나도 너랑 대화를 가지고 싶었단다.”
“네? 무슨 대화를 요?”
“네가 대학교를 선택하는 데에 고민이 많은 것 같더라. 그래서…….”
엘리자는 소녀의 침대 속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소녀도 엘리자를 환영하듯 이불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란히 소녀와 엘리자는 침대 위에 누웠다. 잠시 후에 엘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친구들이랑 어느 정도 대화를 했니?”
“별 대화는 없었어요. 엘마가 같은 학교를 같이 다니자고 하는데…….”
“그래 엠마가 그랬어? 시카고 일리노이즈 주립대학이라고 했지!”
“네, 그런데 그 대학교에는 제가 원하는 학과가 없어요.”
“너는 꼭 자연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거니?”
“글쎄요, 다른 학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별로 하고픈 학과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전 자연에 대해서 많이 알고 싶어요. 하나님이 만든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궁금하기도 해요.”
“그렇겠구나, 너는 소라 섬에서도 자연과 친구로 지냈으니……. 자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았겠니? 이해가 되는구나.”
“저를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마미~”
“그럼 자연철학보다는 자연과학이 더 좋지 않을까?”
“자연과학이요? 그런 학과는 있나요?”
“네가 생각하는 그런 학과는 없을 거야. 네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보면 어떨까?”
“제가 어떻게 해요?”
“내가 도와줄게, 함께 찾아보자꾸나. 우선 철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면서 말이다.”
“그럼 먼저 철학을 공부할래요.”
“그래, 너무 늦었으니 푹 자고 내일부터 찾아보자~ 재밌겠다! 그렇지?”
“네, 마미가 최고예요~”
소녀는 엘리자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둘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