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길동무
[안데르센 동화 - 재창작 동화 편]
by trustwons Aug 26. 2021
5. 길동무
한 마을에 부자 욜이 살고 있었습니다. 욜은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첫째 아들의 이름은 한스였으며, 둘째 아들의 이름은 찬스였습니다. 그리고 막내딸의 이름은 베라였습니다. 어느 날에 욜은 아들들과 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욜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찬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재산을 가지고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찬스는 말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찬스는 산을 넘고 들을 지나서 한 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주막에 머물렀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에 찬스는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스는 소머리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주막 입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젊은 남자 한 명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찬스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말리며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이토록 싸우는 것입니까?”
“이놈이 건방지게 우리를 밀치고 주막 안으로 먼저 들러 가잖습니까?”
“무슨 급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사람을 치다니요?”
찬스는 젊은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왜 밀쳤습니까?”
“밀치다니요? 아닙니다.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들으셨지요. 옆으로 지나갔답니다.”
“분명히 우리를 쳤습니다.”
“뭔가 서로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제가 한턱을 낼 테니 사이좋게 해결합시다.”
찬스는 서로 오해한 것이라 생각하고 좋게 해결하려고 저녁식사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좋습니다. 허, 허,”
건장한 남자 중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 턱수염을 만지면서 받아주었습니다. 그래서 찬스는 건장한 남자 네 명과 젊은 남자 한 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도록 주막 여인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막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때에 젊은 남자가 뒤따라오면서 말했습니다.
“실례가 안 되다면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예?”
찬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좋다고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찬스는 젊은 남자와 함께 말을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찬스는 뒤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예, 저는 동무입니다. 길동무라 불러주십시오.”
“예, 길동무요? 다른 이름은 없습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부릅니다. 길동무~”
“사람들이라니요? 누굴 말합니까?”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이지요.”
“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저를 당신이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런 거지요.”
“참 이상한 분이십니다.”
“저를 만난 것이 이상합니까?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아, 예, 저는 찬스라 합니다. 찬스라 불러주십시오.”
“반갑습니다. 찬스 선생!”
“뭐 선생이라고 하기는 그렇습니다. 그냥 찬스라 불러주십시오.”
“예, 찬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특별히 가야 할 곳은 없습니다. 그냥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음……. 그렇군!”
“뭐가요?”
두 사람을 태운 말은 무거웠는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자 찬스는 한 여인숙에 도착하여 방을 정하고는 길동무란 사람과 함께 쓰기로 했습니다.
“찬스, 날 믿습니까? 방을 같이 쓰게 하니 말입니다.”
“믿지 않습니다. 이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특별한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별 대화를 하지 않고 각 침대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찬스는 옆 침대를 살폈습니다. 비워있었습니다. 찬스는 속으로 그렇지 몰래 떠났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세수를 하고 짐을 챙기고 방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길동무는 말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아니, 여기 계셨습니까?”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우리 둘을 태우느라 많이 힘들었겠다고 생각하여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러 가시지요.”
“예, 그러죠.”
두 사람은 여인숙 내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 말을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말은 들판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한 노인이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찬스는 말을 멈추고 노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르신, 왜 여기 길에 앉아 계십니까?”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말에 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좀 쉬는 걸세.”
“어디 가시는 길이십니까?”
“저 아랫마을에 딸네 집에 가는 길일세.”
“그러시군요. 이 말을 타고 함께 가시지요.”
“고마우이.”
찬스는 말에서 내려서 노인을 말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찬스는 말고삐를 잡고 걸었습니다. 말 위에는 노인과 길동무 두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사실 길동무는 찬스보다 젊었습니다. 그런데 길동무라는 사람은 말 위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길가에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찬스는 약수터 앞에 말을 세우고는 맨 앞줄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두 사람을 태우고 먼 길을 와서 말이 힘들어합니다. 물을 조금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맨 앞줄에 있는 사람이 물을 받다 말고 찬스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말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쾌히 허락을 하고는 물을 한 바가지를 받아 찬스에게 주었습니다. 찬스는 물바가지를 먼저 노인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서 말에게 물을 먹였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길동무는 감탄을 했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도 감탄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도 물을 먹게 했습니다. 찬스는 고맙다고 연신 절을 하고는 다시 말고삐를 잡고 걸었습니다. 그렇게 반나절을 걸어가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행은 노인의 딸네 집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노인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딸이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찬스는 노인을 말에서 내려주었습니다. 노인은 찬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딸에게 사연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나그네인 두 사람을 집으로 모시겠다고 간청하여 찬스는 흔쾌히 받아들이고는 말을 대문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찬스와 길동무는 노인의 딸에게 정성스러운 점심을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찬스는 노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허 허, 자네는 훌륭한 사람일세. 좋은 여행을 하시고 많은 복을 받으시게나.”
“별말씀이십니다. 아름다운 따님을 두셨습니다. 혹 부군께선 어디 계신지요?”
찬스는 노인과 대화를 나누시며 집안을 살펴보고는 노인의 딸의 부군은 뭘 하시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노인은 딸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딸의 부군은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노인이 딸과 함께 지내려고 찾아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인의 사정을 다 들은 찬스는 말에 가서 짐 보따리를 풀고 금화 열량을 딸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찬스는 길동무와 함께 말을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찬스는 마을을 벗어나려고 할 때에 어디선가 애달픈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을의 외딴곳에 허름한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얼마나 구슬프게 우는지 말을 타고 가는 찬스의 귀에까지 들렸던 것입니다. 찬스는 말고삐를 돌려 외딴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길동무가 말했습니다.
“그만 가십시다. 곧 어두워질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궁금하잖습니까?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구슬피 웁니까?”
찬스는 길동무의 권유를 마다하고 고집스럽게 외딴집으로 말을 이끌고 갔습니다. 외딴집 앞에 도착한 찬스는 말에서 내려 문 앞에서 소리쳤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집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계속 구슬프게 우는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찬스는 가만히 대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집안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울음소리만 크게 들려왔습니다. 찬스는 한 발짝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길동무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찬스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한 여인이 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찬스를 돌아보았습니다.
“여인, 무슨 일이기에 그리 슬피 우십니까?”
여인은 당황하여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여인은 옷고름을 바로 하고 앉았습니다.
“많이 놀라셨나 봅니다. 실례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만 너무 구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찬스는 변명하듯이 말하고는 여인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옷깃으로 눈물을 닦고는 큰 한숨을 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여인은 찬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습니까? 삼 년 전에 남편을 잃고 어머니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아들을 데려가고 올해는 저의 어머니를 데려갔습니다. 어떻게 해마다 이런 일이 생길까요?”
“아하~ 정말로 기구한 일입니다. 부인께서 그렇게 구슬피 울만도 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가신 분을 너무 애타게 괴로워하시지는 마십시오. 반드시 좋은 날도 있을 것입니다.”
찬스는 자기 나름대로 잘 위로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말을 했습니다. 밖에서 말에 그대로 앉아 있던 길동무는 찬스가 너무 오래 지체함으로 말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마루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찬스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홀로 있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찬스는 여인에게 정중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실은 곧 날도 어두워질 텐데 여기에 하루를 묵고 갈 수는 없습니까?”
여인은 조금 놀라는 표정을 하더니 바로 밝아지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좀 누추하지만 하루 정도는 묵고 가셔도 되겠습니다. 그렇잖아도 혼자 있자니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묵기로 하겠습니다. 다른 한 분이 더 계십니다. 괜찮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스에게 다른 방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찬스가 여인의 뒤를 따라 방에서 나오자 길동무가 마루에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이미 길동무는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듯이 잠잖고 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여인에 집에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여인은 두 손님에게 아침식사를 드렸습니다. 찬스와 길동무는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찬스는 떠나기 전에 여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길동무는 떠난 차비를 하고 말을 끌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찬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여인의 방으로 들어간 찬스는 떠날 생각이 없는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길동무는 말고삐를 잡고 한참 동안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길동무는 여인의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방안에는 찬스와 여인이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찬스, 언제 떠납니까?”
“글쎄, 떠나지 않겠습니다.”
“떠나지 않다니? 여기 계속 있을 겁니까?”
“그렇습니다. 부인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찬스는 그렇게 한 해 두 해 외딴집에서 여인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찬스는 허름한 집을 새롭게 단장을 했습니다. 정말 마을의 외진 곳이지만 멋진 한옥 집으로 새롭게 지었습니다. 그리고 예쁜 꽃들로 담장을 했습니다. 외양간도 짓고 오백 평 남직한 밭도 꾸몄습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정자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자주 찾아주었습니다. 찬스는 종종 잔치를 베풀어 마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찬스는 여인과 함께 지내면서 아들과 딸을 낳았습니다.
한가한 어느 날에 찬스는 정자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젊은 남자 한 분이 걸어오는 것을 찬스는 보았습니다. 찬스는 그 남자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찬스는 길동무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두 팔로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찬스는 말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찬스, 나도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물론입니다. 두 남매를 가졌습니다.”
“음, 집이 멋져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칭찬도 자자합니다.”
“다 길동무의 덕분이었습니다.”
“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왜 길동무라 부르는지를 알았습니다.”
“역시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습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눈도 밝으니 보는 것마다 복이 되는 것입니다.”
“아~ 주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범사에 감사하라 그리고 항상 기뻐하라고 저의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배우려고 여행을 떠났던 것입니다.”
“그랬군요. 이제 아버지가 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 달 안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저의 아버지께서요?”
“곧 세상을 떠나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찾아뵈어야 하겠습니다.”
찬스는 길동무로부터 고향에 계신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아내와 아들과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아내와 아들과 딸을 소개하고 형님과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여생을 위해 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