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세계-창작동화 편]
소라 섬에도 겨울이 왔다. 소녀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점점 해가 바다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해는 바다에 잠긴 채로 겨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유난히 바다가 무거워 보였다. 소녀는 누가 소라 섬 위에 하얀 천으로 덮어놓았을까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변에 모래사장도 하얗게 덮어버렸다. 바위산도 하얗게 덮어져 있었다. 소녀는 마당에까지 하얗게 덮어버린 눈을 바라보았다. 소라 섬은 하얀 섬이 되어버렸다고 소녀는 무겁게 생각을 내려놨다. 이젠 갈매기도 찾아오지 않는다. 너무나 고요했다. 소녀는 그렇게 오랫동안을 꼼짝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창문 위까지 온 해를 바라보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해야, 너마저 마음을 닫았구나! 왜 네가 멀리 느껴지지.”
해는 말이 없었다. 소녀는 한참 동안 해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했다.
“너도 할 말이 없겠지. 슬퍼하지 마! 뭐 네 탓은 아니잖아~ 겨울은 너무나 지루해. 그렇지?”
소녀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방문을 스르르 열고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소녀의 곁에 같이 앉으셨다. 소녀는 할머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할머니, 할머니는 겨울이 좋아?”
할머니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리고 소녀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시며 창문에다 뭐라고 쓰셨다.
“봄.”
“나도 봄이 좋아~”
소녀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도 같은 마음이라는 듯이 소녀의 손에 힘을 주었다. 바깥에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소녀는 할머니를 이끌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하얀 눈을 뭉쳐서 할머니에게 살짝 던졌다. 눈덩이는 할머니의 어깨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할머니는 빙긋 웃으시며 마당에 눈을 뭉쳐 소녀에게 가볍게 던졌다. 그러자 소녀는 피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눈덩이는 소녀의 등에 맞고 흩어졌다. 소녀는 눈을 뭉쳐서 굴렸다. 떡 눈 같아 눈이 잘 뭉쳐졌다. 소녀는 금방 눈사람을 만들었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셔서 숯을 가져와 눈사람의 눈썹을 붙였다. 소녀는 나뭇가지를 꺾어와 눈사람의 팔을 만들었다. 할머니는 목도리를 가져와 눈사람의 목을 감싸주었다. 눈사람의 눈, 코, 입도 만들어 주었다. 소녀는 솔방울을 가져다 눈사람의 단추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 소녀는 덩실 춤추며 눈사람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눈사람이 멋져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떡이시며 밝게 웃으셨다. 해도 즐겁다는 듯이 맑은 하늘에서 소녀의 집 마당으로 햇살을 열심히 비춰주었다. 소녀는 양팔을 벌리고 햇살을 흠뻑 받으며 해를 향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쩜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을까? 소녀는 문뜩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소녀 혼자서 마당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눈사람과 함께 놀았다. 마당에 있는 눈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본 소녀는 눈사람에게 달려가 눈사람의 얼굴에 대고 속삭였다.
“넌 이름이 뭐니? 내 친구 하자.”
“그래, 우리 친구해! 난…….”
어디선가 대답하는 소리를 소녀는 들었다 소녀는 놀란 표정을 하며 허리를 펴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뭐지? 네가 말한 거야? 너의 이름은 눈 소라 해! 내가 만든 거니깐.”
소녀는 만족해하면서 눈사람을 두 팔로 안았다. 그리고 눈 소라의 둘레를 빙빙 돌았다. 소녀는 비틀거리며 대문으로 갔다. 그러자 대문 밖에는 모든 것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흰옷을 입고 있었다.
“어머, 온 세상이 하얗구나. 너희들도 흰옷을 입었구나!”
소녀는 두 팔을 옆으로 뻗고는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자 소녀의 뒤를 따라 소녀의 발자국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소녀는 자기의 발자국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즐거워했다. 소녀는 잠시 자리에 멈추더니 눈덩이 하나를 만들어서 굴렸다. 눈덩이는 순간 큰 덩어리가 되었다. 소녀는 곧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소나무 가지를 꺾어 두 팔을 만들고 솔잎과 나뭇가지로 눈과 코와 입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덩이를 만들어 눈사람을 만들었다. 해변으로 가면서 하나씩 눈사람들을 만들었다. 해변에 있는 눈사람은 코도 눈도 입도 조개껍질로 만들었다. 그렇게 소녀는 눈사람을 열심히 만들면서 바위산에 이르렀다. 바위산에도 중간중간 눈사람들을 만들었다. 소녀는 종일 뛰고 걷고 하면서 여기저기 눈사람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바위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소녀는 잠시 바위산 꼭대기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짙푸른 바다에 소라 섬만이 하얗게 노인이 되어버렸네 하고 소녀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에 소녀는 눈 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깡충 뛰는 것을 발견했다.
“어머, 저기 토끼가 있네?”
소녀는 참 오랜만에 토끼를 본 것이었다.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토끼를 한 마리 잡아온 것을 보고 처음 본 것이었다. 소녀는 바위산을 내려와 들판 위로 뛰어간 토기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이미 토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도 소녀는 눈을 밟으며 토끼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소녀는 작은 바위 밑으로 토끼의 발자국이 있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바위 밑을 살폈다. 그러자 소녀는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였구나. 토끼야, 너의 집이 여기야?”
소녀는 더 이상 토끼를 추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서 집을 향해 눈을 밟으며 걸었다. 소녀가 집으로 가는 길마다 눈사람들이 있었다. 소녀는 반가웠다. 마치 친구들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소녀는 눈사람마다 반가이 맞아주며 인사를 했다.
“안녕~ 반갑다. 춥지 않니?”
소녀는 처음 만난 것처럼 인사를 하며 악수도 하며 지나갔다. 소녀는 대문 앞에 이르자 뒤돌아서서 눈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애들아~ 감기 조심해!”
마당으로 들어선 소녀는 눈 소라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혼자 있어서 심심했니? 네 친구들이 많이 있단다. 외로워하지 마.”
소녀는 마치 자기의 입장을 말하는 것처럼 눈 소라에게 말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소녀는 더욱 외로워했었다. 오늘도 소녀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눈사람들을 만들며 하루를 보내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홍당무를 하나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녀는 대문을 나와 눈길을 걸으며 아까 본 토끼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작은 바위 밑에 홍당무를 놓았다.
“토끼야, 네가 얼마나 배고팠으며 이 추운 날씨에 나왔겠니? 여기 이거 먹어!”
소녀는 그렇게 토끼가 먹을 수 있도록 홍당무를 놓아주고는 천천히 집으로 향하여 걸었다. 벌써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하늘은 어둡지는 않았다. 소녀는 다시 눈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면서 집으로 왔다. 소녀는 마루에 걸터앉아 마당에 있는 눈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방을 열고 마루로 나오셨다. 소녀의 옆에 앉은 할머니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얻고는 마당에 있는 눈사람을 바라보셨다.
“할머니, 나 오늘도 눈사람을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토끼를 봤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서는 뭐라고 글을 썼다.
“토끼를 봤어?”
“응, 그래서 홍당무를 갖다 줬어.”
“잘했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나왔겠니.”
“우리 데려다 기를까?”
“아니다. 토끼의 자유를 빼앗으면 안 돼!”
“자유? 참 그렇지~”
“우리 저녁을 먹자.”
“응.”
소녀는 할머니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소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뛰어다니느라 소녀는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깊은 밤에 소녀가 잠들었을 때에 창가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잠이 깨어 소리 나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창밖에 눈사람을 보았다.
“이 밤에 누구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창밖에서 눈사람이 나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소녀는 급히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눈사람을 보고 놀랐다.
“너 눈 소라 아냐? 날 깨운 거야? 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가자!”
눈 소라는 소녀를 이끌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많은 눈사람들이 소녀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쉬~ 조용히 해! 할머니가 깨시겠다.”
“뭔 소리야~ 지금이 몇 시인데 자고 있어?”
소녀가 주변을 살펴보니 어둡지가 않았다. 벌써 하늘에는 해가 떠있었다. 눈사람들이 소녀를 둘러싸고는 뭐하고 놀까 하고 보채고 있었다. 소녀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래, 숨바꼭질 놀이 어때?”
“좋아, 좋아.”
눈사람들은 좋다고 저마다 웅성대며 떠들었다. 그때에 소녀가 모두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너희들 다 똑같잖아?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 돼!”
“그래? 그럼 우리도 이름을 정해줘!”
“알았어. 넌 스노우 에이(Snow A), 넌 스노우 비(Snow B), 넌 스노우 씨(Snow C), 넌 스노우 디(Snow D)…….”
소녀는 앞에서부터 눈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정해주었다. 눈사람의 수는 모두 20명이나 되었다. 그렇게 각 눈사람들의 이름을 정해주고 소녀는 눈사람들과 숨바꼭질 놀이는 했다. 소녀가 술래가 되었다. 눈사람들은 모두 눈 위에 엎드려 있었다. 소녀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는 눈사람들을 찾았다. 그런데 한 명도 찾지 못했다. 겨우 눈 소라만을 겨우 찾아냈다. 결국 소녀는 못 찾겠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어느새 눈사람들이 나타났다. 소녀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너희들 너무하잖아~ 눈 위에 숨으면 어떻게 찾니? 너희들은 눈사람이잖아~”
그러자 소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던 것이다. 소녀는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는 아침 7시를 가리켰다. 소녀는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당에는 눈 소라인 눈사람이 그대로 있었다. 소녀는 급히 옷을 입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눈 소라 눈사람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소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들이 여기저기 그대로 있었다.
“음, 내가 만든 눈사람들은 그대로 있네. 간밤에 정말 눈사람들과 신나게 놀았는데 말이야.”
소녀는 할머니와 아침을 먹으면서 간밤에 꿈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도 신기한 꿈을 꿨다고 하시며 함께 밖으로 나가보자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