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세계-창작동화 편]
소녀는 편지 상자에서 편지를 꺼냈다. 한 달 전에 미국에서 온 편지였다. 소녀는 미국에 계신 한 부부의 편지를 다시 꺼내서 읽고 또 읽었다. 소녀가 영어를 공부하면서 섬 목사님의 도움으로 미국에 계신 한 부부를 소개받았던 것이다. 소녀는 동굴에서 발견한 엄마가 사용했던 영어책들을 가지고 영어공부를 했다. 할머니는 소녀가 엄마를 닮아서 공부도 잘한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엄마가 사용했던 녹음테이프를 통해 듣는 영어도 빨리 이해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십리밖에 있는 자매 섬으로 찾아가서 섬 목사님께 말씀을 드렸다. 주일이 되면 소녀는 할머니를 따라 자매 섬으로 가서 섬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곤 했었다. 자매 섬은 두 개의 섬이 붙어있어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고 생김새가 자매 같다고 해서 자매 섬이라 부른다. 여기에는 자그만 마을이 있고, 교회도 있고, 우체국도 있고 작은 학교가 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자주 자매 섬에 소녀는 갔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주일이 되면 교회의 집사님이 배로 할머니와 소녀를 데리려 와 교회를 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교회에서 가르치는 주일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소녀의 나이도 어느덧 12살이 되었다. 소녀는 엄마가 어릴 적에 입었던 옷을 할머니가 주셔서 입었다.
오늘이 미국서 미국인 부부가 섬으로 오는 날이었다. 소녀는 편지를 자세히 읽었다. 할머니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한 음식들을 만들고 있었다. 소녀는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쁜 구름들이 하나 둘 보이고 바위산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창문틀에 팔을 고이고 두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주변을 살폈다. 깨끗하게 정돈된 마당의 싸리나무 울타리 쪽에는 옛날 장독대 서넛이 의좋게 놓여 있었다. 울타리를 따라 피어난 개나리꽃들이 집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소녀는 멀리서 작은 배 하나가 소라 섬으로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급히 일어나 할머니한테로 갔다. 소녀는 할머니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할머니, 배가 오고 있어요. 배가…….”
할머니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크게 해 보였다. 그리고는 요리하던 손을 앞치마로 씻고는 소녀와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배가 부두 쪽으로 다가오자 소녀는 할머니와 부두로 나갔다. 부두라고 하기에는 너무 협소했다. 보드 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목재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자매 섬에서 섬 목사님이 직접 손님을 모시고 오셨다. 배는 부두에 정박하고 교회 집사님이 먼저 내려서 부두에 배를 고정을 시켰다. 그러자 섬 목사님은 미국에서 오신 미국인 부부를 부두로 안내했다. 배에서 내린 두 부부를 섬 목사님은 할머니와 소녀에게 소개를 했다. 미국인 부부를 할머니는 반갑게 환영을 했다. 소녀도 두 부부에게 크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영어로 말을 했다.
“웰컴! 만나서 기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국인 부부는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소녀의 두 손을 꼭 잡고는 소녀의 볼에 키스를 했다. 소녀는 좀 당황했지만 책에서 알았기에 곧 이해를 했다. 할머니는 집으로 안내를 했다. 부두에서 집까지는 오십 미터쯤 되는 거리었다. 할머니는 대접할 다과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 소녀는 미국인 부부를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소녀는 영어로 말했다.
“저의 방이에요. 여기서 묵으시면 됩니다.”
미국인 부부는 감탄을 하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부인이 말했다.
“참 예쁜 방입니다.”
그리고 소녀의 책상에 다가가 잘 정리된 모습을 보다가 편지를 보았다.
“어머, 이 편지는 제가 보낸 것이네요?”
소녀는 당황하면서 말했다.
“예, 제가 읽고 있었습니다. 오늘 오신다고 해서요.”
이때에 할머니가 방문을 두드렸다. 마루에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놓았다. 소녀는 할머니를 바라보고 손님들을 마루로 안내를 했다. 모두 다과가 준비된 탁자 주변에 둘러앉았다. 섬 목사님은 할머니와 소녀에 대해 다시 미국인 부부에게 설명을 하고 나서 할머니에게 부부에 대해 설명을 해 드렸다.
“먼 미국에서 오신 두 분은 부부입니다. 남자분은 성함이 스미스이십니다. 그리고 여자분은 성함이 엘리자이십니다.”
다과를 나눈 후에 소녀는 스미스와 엘리자를 모시고 바위산 주변 해변으로 모시고 갔다. 그리고 소녀는 여기서 어릴 적부터 놀던 곳이라며 재미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미국인 부부는 매우 신중히 소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소녀는 바위산 위로 안내를 했다. 바위산 꼭대기에서 주변 바다를 설명해주며 밤이 되면 동쪽에 육지의 불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두 부부는 바위산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소라 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작은 섬이라고 미국인 부부는 생각을 했다. 소녀가 미국인 부부를 모시고 소라 섬을 둘러보며 안내를 하고 있을 동안에 섬 목사님은 할머니를 도우며 대화를 나누셨다. 할머니는 글씨로써 말씀을 나누셨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저녁식사를 준비하러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부엌으로 가셨다. 섬 목사님은 집안을 둘러보신 후에 마당으로 나오셨다. 그리고 섬 목사님은 멀리 바위산에서 내려오는 미국인 부부와 소녀를 바라보았다. 섬 목사님은 천천히 대문을 나서다 말고 멈췄다. 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셔서 섬 목사님은 할머니를 도왔다.
잠시 후에 미국인 부부는 소녀와 함께 집에 들어왔다. 소녀는 두 부부를 마루 식탁 자리에 안내를 했다. 할머니가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고 미국인 부부는 놀라면서도 흥분이 됐다. 꿈틀거리는 문어회와 입이 쩍 벌린 조개탕과 미역국이 특히 미국인 눈에 들어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소녀와 나누면서 미국인 부부는 즐거운 식사를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할머니와 섬 목사님은 소녀가 미국인 부부와 대화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만족해하셨다. 식사를 마친 섬 목사님은 미국인 부부와 대화를 나누신 후에 소녀와 할머니에게 두 분을 잘 부탁한다고 하시고는 배를 타고 자매 섬으로 돌아가셨다. 미국인 부부는 소녀의 방으로 왔다. 소녀는 할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마치고 미국인 부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녀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미국인 부부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저기 하늘에 달과 별들이 저의 친구들이에요.”
미국인 부부는 놀란 표정을 하시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달과 별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달과 별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정말이에요. 저기 달은 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어요. 저 별들은 제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줘요.”
“편지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것들이 꾸민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예, 맞아요. 여기 책상 위에 작은 소라가 보이시죠? 저의 친구예요.”
“그래, 참 귀엽구나. 바닷가에서 주어온 것이겠구나.”
“주어온 것이 아니에요. 저 소라가 저를 찾아온 거예요. 갯벌에서 만났어요.”
“네 얘기를 듣다 보면 너무나 신기하고 놀랍단다. 마치 프란체스코를 연상하게 되는구나.”
“맞아요. 성 프란체스코도 새들과 대화를 했다고 하잖아요.”
“프란체스코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그럼요. 저기 보이시죠?”
소녀는 방 한쪽 벽에 책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벽 전체가 책장으로 되어 있고 책들이 가득했다. 그러자 미국인 부부는 소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미국인 부부는 놀란 표정을 하면서 스미스가 말했다.
“저 책들을 다 읽었니?”
“예, 다 읽었어요. 지금은 엄마의 동굴에 있는 책을 읽고 있어요.”
“엄마의 동굴?”
미국인 부부는 이구동성을 물었다. 소녀는 내일 엄마의 동굴을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 미국인 부부는 섬 소녀가 공부를 제대로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나중에 꼭 미국으로 초청해 공부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서로 의견을 나누었던 것이 부끄럽게 생각됐다. 그리고 내일은 소녀의 엄마의 동굴을 보게 될 것에 호기심이 컸고 기대도 컸다. 미국인 부부는 소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늦도록 시간을 보냈다. 그때에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소녀에게 그만 자러 가야지 하셨다. 소녀는 할머니의 생각을 미국인 부부에게 잘 설명해 드리고 소녀의 침대 옆에 보조 침대를 하나 더 갖다 드렸다. 그리고 잘 주무시라고 인사를 했다.
“굿나이트! 미스터 스미스 언드 미시즈 엘리자.”
“쌩크 유! 미투. 굿나이트!”
소녀는 미국인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는 할머니와 방을 나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모두 잠든 하늘에는 달과 별들이 이들을 지켜보며 어두운 밤하늘에 빛을 더욱 빛내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할머니는 아침 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가시고 소녀는 해가 떠오르기 전에 해변으로 달려갔다. 바다 끝 수평선에는 해가 소녀가 오기를 기다리며 수면에 걸쳐 있었다.
“안녕! 날 기다렸니?”
“그럼, 언제 오려나. 한참이나 기다렸어.”
“미안해~ 손님이 왔거든……. 그래서 좀 피곤했어.”
“그랬구나. 좋은 분들이란다.”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여기에만 있는 줄 아니? 미국에도 내 친구들이 많아.”
“그래? 내게 소개해줘!”
“언젠가는…….”
소녀는 해와 대화를 나누고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때에 미국인 부부가 소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소녀가 보았다.
“굿모닝! 잘 주무셨어요?”
“참 부지런도 하네. 어딜 갔다 오니?”
“바로 저기예요. 같이 가봐요.”
“그래요.”
미국인 부부는 소녀의 뒤를 따라 해변으로 갔다. 소녀는 여기를 아침마다 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 제가 먼저 와요. 그리고 해가 떠오르면 해랑 대화를 해요. 아침인사죠.”
“아침인사? 해하고 대화를 한다고?”
“그럼요. 오늘 해가 두 분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두 분은 쑥스러우면서도 놀라면서 신비하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해변이었다.
“참 아기자기하네. 귀여운 해변 같아~”
“여기에 모래성을 쌓아요. 그리고 파도와도 대화를 해요. 다음 날 아침에 오면 파도가 제가 만든 모래성을 쓸어가 버려요.”
“그럼 속상하지 않니?”
“아뇨, 또 만들면 돼요. 나중에 알았어요. 그 모래성들이 어디로 갔는지요.”
“어디로 갔는데?”
“저 바닷속 소라의 마을이 있어요. 거기에는 제가 만든 모래성들이 마을을 만들어 놓았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가보았어요. 책상에 있던 소라 알지요? 그 소라가 안내를 해주었어요.”
“어머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하네.”
“정말이에요.”
“참으로 놀랍고 신비한 소녀예요.”
“제 이름은 소라예요. 금소라~ 할머니가 말을 못 하셔서 제 이름을 자주 듣지 못해요.”
“죄송해요. 소라 양, 앞으로 자주 이름을 부를게.”
미국인 부부는 소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할머니가 차려 놓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소녀는 두 분을 모시고 바위산 엄마의 동굴로 모시고 갔다. 동굴 안을 둘러본 미국인 부부는 감탄에 감탄을 연속했다.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과 거기에서 소녀의 엄마가 지냈다는 것들을 보여주는 책상과 장식들이었다. 그리고 동굴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녀는 엄마의 상자를 열어 보여드렸다. 미국인 부부는 상자 안에 있는 노트와 책들 그리고 장난감 인형들을 살펴보았다. 소녀의 엄마가 어떻게 자랐는지를 두 분은 대충 알 것 같았다. 소녀가 마련해 준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미국인 부부는 바라보았다. 두 분은 너무나 평안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다. 그렇게 소녀와 엄마의 동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덧 해는 바위산 정상에 와 있었다. 미국인 부부는 소녀의 안내로 바위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해변에 잠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할머니는 점심준비를 하고 계셨다. 언제 왔는지 섬 목사님이 와 있었다.
“목사님이 와 계셨네요.”
“어떻습니까? 재미있었습니까?”
“너무 재미있고 신비했어요. 금소라가 참 천사 같아요.”
“그렇지요? 볼 때마다 놀랍고 감사하게 됩니다.”
“하루만 있다 가기엔 아쉬움이 많아요. 며칠을 더 있다 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너무 수고하셔서…….”
“아니에요. 할머니는 좋아하실 거예요.”
소녀도 더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멀리서 할머니도 같은 마음이라고 고개를 끄떡이셨다. 섬 목사님은 미국인 부부와 서로 대화를 나누시더니 삼일 더 있도록 했다. 그렇게 되어서 소녀는 미국인 부부와 삼일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도 소녀가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고 만족해하셨다. 마지막 날 밤에 소녀는 미국인 부부와 함께 자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 마지막 날의 밤에 소녀는 창가에 보조 침대를 놓고 셋이 나란히 자리에 누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소녀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스미스로부터 들었다. 그때에 소녀는 해가 소녀에게 말해주었던 미국에도 친구가 많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엘리자에게 그 말을 했다. 엘리자도 미국에 한번 오라고 초청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때에 창가에 밝은 달이 가까이 왔다. 소녀는 달에게 말했다.
“오늘이 미국에서 오신 두 분이 나랑 있는 마지막 밤이야.”
“그래, 오늘 밤에 너에게 이 말을 꼭 전하라고 해서 말이야.”
“무슨 말?”
“두 분을 부모님처럼 잘 모셔드리라고…….”
“부모님처럼?”
옆에 침대에 계신 두 분도 소녀와 달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잖아도 미국인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일찍이 딸을 잃었던 것이다. 그 상처로 인해 먼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소녀 금소라를 섬 목사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소녀와 삼 년 가까이 편지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침 미국인 부부는 휴가를 내어서 한국에 사는 소녀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편지로도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던 소녀를 두 분은 만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소녀를 만나보니 더더욱 재미있는 소녀라는 것을 두 분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소녀도 미국인 부부도 각자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미국인 부부는 소녀를 따라 해변으로 갔다. 그리고 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하고 일찍 온 섬 목사님과 함께 미국인 부부는 자매 섬으로 떠났다. 소녀와 할머니는 떠나가는 배가 작아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배가 보이지 않자 소녀는 할머니의 팔을 가슴에 끌어안아 품었다. 할머니도 소녀의 마음을 알기에 소녀를 두 팔로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