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세계 - 창작동화 편]
미국인 부부가 소라 섬에 왔다 간지 한 달이 되었다. 소녀에게 자매 섬에서 섬 목사님이 찾아오셨다. 미국에서 온 편지를 전달하시려고 목사님이 오셨다. 소녀는 너무나 기뻤다. 스미스와 엘리자 두 분의 편지였다. 소녀는 곧 편지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도 들으시라고 편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그러자 부엌에 계셨던 할머니는 일손을 멈추고 마루에 나오셔서 소녀의 곁에 앉았다.
「사랑하는 금소라야,
너를 본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구나.
그동안 우린 바빴단다. 할머니는 건강하시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를 만난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그리고 소라 섬은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더구나.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를 위해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었단다.
곧 여름이 오겠지? 그곳에서는 어떻게 여름을 보내는지 궁금하구나. 언제나 너의 편지를 읽으면 신비하고 놀랍고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였단다. 그런데 너를 만나러 소라 섬에 갔을 때에는 더 놀랍고 더 신비하고 더 아름다운 시간이었단다. 그래서 너의 모습을 자주 보고 싶구나. 그리고 소라 섬도 많이 그리워질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 너의 생각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너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를 위해서도 그렇단다. 다름이 아니고 소라 섬에 등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거야. 그러면 우리 금소라가 사는 소라 섬에서 재미있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등대의 불빛을 타고 널리 퍼져나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야.
그리고 금소라에게 컴퓨터를 선물하고 싶어. 그러면 편지도 좋지만, 컴퓨터를 통해서 서로 얼굴을 볼 수도 있지 않겠니? 찬성해주면 좋겠어. 물론 소라 섬에는 전기가 없으니 걱정이 되겠다. 그래서 등대의 불빛을 밝히기 위해서도 발전기가 필요하고, 우리 금소라의 집에도 석유등보다는 전등을 설치했으면 해!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전기가 있어야 하거든, 어때? 그 설치하는 비용을 우리가 부담을 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모든 자세한 것은 섬 목사님께 의뢰했으니까. 너는 구경만 하면 돼! 허락하는 거지? 그럼 그동안 할머니와 함께 건강하게 잘 지내! 주님 안에서 샬롬!
시카고에서, 스미스와 엘리자 씀.」
소녀는 읽고 또 읽었다. 할머니도 듣고 또 들으셨다. 소녀의 옆에는 섬 목사님도 계셨다. 소녀가 편지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소녀가 편지를 다 읽었다고 생각한 섬 목사님은 말을 하셨다.
“어때, 스미스와 엘리자 두 분께서 생각을 많이 하셨단다. 그리고 내게도 여러 차례 상담을 하셨단다. 그동안 크게 부족함 없이 소라 섬에서 잘 지냈었지만, 이제는 미국에 계신 두 분의 간절한 부탁이니 들어주면 어떨까 싶구나.”
소녀는 할머니를 한참 쳐다보더니 목사님께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할머니와 깊이 생각을 해보고 나서 제가 미국에 계신 두 분께 편지로 답장을 할게요. 내일 다시 오시면 좋겠어요. 내일까지 편지를 써놓을 게요.”
섬 목사님은 소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시고 바로 소라 섬을 떠나셨다. 소녀와 할머니는 목사님을 배웅해 드리고 나서 다시 마루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어느덧 해는 기울고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소라 섬을 덮어주었다. 소녀와 할머니는 해지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하나 둘 별들이 나타나고 달이 더욱 선명하게 밝아져 가는 것도 지켜보면서 드디어 소녀는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 지금도 전 너무 좋아요. 할머니랑 이렇게 호롱불 아래에서 바라보며 사는 것도 너무 좋아요. 저도 전기가 들어오고 전등을 달고 하면 더 밝고 독서도 늦게까지 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해요.”
할머니는 부스럭하면서 메모노트를 꺼내어 뭐라고 글씨를 썼다.
“고맙구나. 우리 소라가 참 착하기도 하지……. 여러 가지 불편한 것도 많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즐겁게 명량하게 지내는 것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단다.”
“그럼 우리 이대로 살까? 지금까지 불편한 거 없었잖아~”
“아니다. 우리 형편에 늘 감사하며 살았던 거지. 이런 일도 어쩜 하나님의 뜻일 게다. 받아들이렴. 아가!”
“그렇긴 해! 미국에 계신 두 분은 참 좋은 분 같아요. 우리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어 하는 것에 사실 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내일 목사님이 오시면 그렇게 말하렴. 허락한다고 말이다.”
“네, 먼저 방에 들어가서 편지를 쓸게요.”
소녀는 할머니께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홀로 마루에 앉아서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일찍 세상을 떠난 딸을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딸이 성인이 되면서 육지로 나가 살고 싶다고 하던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육지에 사는 딸이 결코 행복해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손녀도 성인이 되면 육지로 나가고 싶어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계신 스미스와 엘리자 두 분께서 육지처럼 이곳 소라 섬에다 전기를 설치해주려고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우리 손녀가 소라 섬에서 잘 지내준 것만도 감사할 뿐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달을 바라보면서 소리 없는 말을 입술로 중얼거렸다.
“달아, 너는 잘 알제! 우리 손녀가 혼자 살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넌 알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꼬? 제발 우리 손녀는 내 딸처럼 불행하지는 말았으면 한데이. 네가 많이 도와주려무나.”
소녀는 방 안으로 들어와 바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예쁜 편지지를 꺼내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미스 씨와 엘리자 님,
잘 지내시니 주님께 감사드려요.
저는 편지를 쓸까 하다 놓고 또 쓸까 하다 놓고 그랬어요. 너무나 그리웠거든요. 멀리서 찾아와 주신 것만도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사실 사진으로만 두 분을 뵈었었는데……. 실제로 오셔서 함께 있어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떠나가실 때에 전 속으로 많이 울었거든요. 할머니도 마루에 한참이나 앉아 계셨어요. 우리 둘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오셔서 함께 지내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랐어요.
그런데 오늘 자매 섬에서 섬 목사님이 오셔서 편지를 주셨거든요. 전 가슴이 막 떨렸어요. 하지만 꾹 참고 편지를 큰 소리로 읽었어요. 읽고 또 읽고 그랬어요. 할머니도 부엌에서 일하시다 말고 오셔서 제가 큰소리로 편지를 읽는 걸 다 듣고 계셨어요. 목사님께서 편지 내용을 들으시고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저는 하루 시간을 달라고 말했어요. 물론 고맙죠. 하지만 할머니의 생각은 어떠하신 지를 서로 의논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목사님이 가신 후에 우리는 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생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두 분께서 저를 생각하시고 이렇게 베풀어주심에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어요. 막 흥분도 되었어요. 그러나 좀 걱정이 되어요. 전등이 들어오면, 전 밤늦도록 책도 읽고 좋지만 달과 별들과 시간이 적어질까 하는 마음이 집혀요. 그런데 할머니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허락하라고 하셨어요. 저도 마음은 기대했거든요. 이렇게 저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두 분께만 드리는 말인데요. 제가 육지에 나갔을 때에 컴퓨터 하는 거 조금 해봤어요. 참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할머니가 아시면 많이 섭섭해하실 거예요. 제가 육지로 나가고 싶어 할까 봐요. 저의 엄마도 어른이 되면서 육지에 나가 살고 싶어 했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할머니랑 여기서 오래오래 살 거예요.
그럼 두 분께 감사 감사드리며 저에게 베푸시는 일에 하나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소라 섬에서, 금소라 올림.」
다음 날 아침 일찍이 섬 목사님이 소라 섬에 오셨다. 소녀가 쓴 편지를 붙이려면 일찍 서둘러야 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목사님이 일찍 오셨기에 아침식사를 함께 하시라고 권하셨다. 그리고 목사님도 소녀와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셨다. 그리시고 목사님은 차를 마시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소녀에게 들려주셨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단다. 소년은 아침 일찍 집을 떠났지. 엄마가 생선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싸 주셨지. 소년은 어딜 가려고 했을까?”
“글쎄요. 멀리 가려나 봐요.”
“맞아, 멀리 가기에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신 거지. 그래서 소년은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갔어. 왜 따라갔을까?”
“음……. 엄마는 왜 같이 안 가요?”
“오! 좋은 질문이야~ 소년은 뭔가를 갈망하는 것이 있었을 거야.”
“무엇을 갈망했을까요?”
“모르지, 아마도 병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혹시나 고쳐줄까 하고 말이다.”
“그럼 사람들이 병 고쳐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해? 조용한 산 외딴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야.”
“그래서요?”
“소년도 그들 무리 속에 같이 있었지. 그때에 예수라는 분이 무리 속에 돌아다니시며 진리를 가르치셨지. 얼마나 오랫동안 말씀을 했는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는 이 사람들이 배고플 것 같으니 사람들을 마을로 보내어 먹도록 하고 머물게 하시라고 말했어. 예수는 너희들이 먹을 것을 나눠줘라 한 거야. 그러자 빌립은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지. 그때에 안드레가 여기 한 소년이 생선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 그리고 이걸로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는 사람들을 잔디 위에 앉게 하라 하시고 소년이 가져온 도시락을 가져다 축복기도 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셨지.”
“저도 알아요. 사람들에게 배불리 먹도록 나눠주고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고 했어요.”
“성경을 열심히 읽었구먼, 그렇지~ 열두 광주리에도 가득 남았던 거야.”
“가득이요? 와~ 대단하다. 한 소년의 도시락을 많은 사람들이 먹고도 남은 것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히 남았다니…….”
“우리 금소라도 작은 소라 섬에 혼자 있지만, 언젠가는 그 소년처럼 놀라운 일을 하게 될 거야.”
“예? 제가 어떻게…….”
“그래, 편지는 다 썼겠지?”
“네! 여기 있어요.”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목사님께 드렸다. 목사님은 편지봉투를 이리저리 살피시더니 한 말씀하셨다.
“음, 제대로 썼구먼. 글씨도 예쁘게 잘 썼네.”
소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목사님은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는 소녀에게는 미국에 잘 보내줄게 하시며 배를 타고 소라 섬을 떠났다. 소녀는 멀어져 가는 배를 바라보면서 살아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자신이 쓴 편지가 미국에 계신 스미스와 엘리자에게 빨리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편지에 실어 보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