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책 속에 묻힌 소녀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by trustwons May 10. 2022
43. 책 속에 묻힌 소녀
밤이 늦도록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고 있는 소녀는 방 안으로 비췬 달빛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소녀는 노트북을 자유자재 잘 사용하고 있었다. 벌써 노트북에 소녀는 읽은 책에 대한 독서목록까지 만들어 놓았다. 묵묵히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달이 창가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깜짝 놀라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너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거야~”
“자연의 법칙? 누가 자연을 다스리는데…….”
“그거야~ 당연 창조주 하나님이시지!”
“알긴 아는구나. 넌 언제까지 그렇게 늦도록 책만 읽을 거니?”
“왜, 그럼 안 되니?”
“안될 것까지는 없지만…….”
“없지만 이라니?”
“넌 할머니를 잊은 거니? 넌 많이 변했어!”
“내가?”
“소라 섬에서는 그러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소녀는 머뭇거렸다. 그리고 뒤돌아보았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리고 프린트된 종이가 너절하게 놓여 있었다. 소녀도 그런 모습을 보고서는 자신도 놀랐다. 그동안 소녀는 거의 일 년이 다 가도록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 외에는 학교 도서관에 묻혀 있든가 아니면 책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와서도 책에 묻혀 보내었던 것이다. 할머니도 엘리자도 스미스도 소녀 소라리자가 그토록 열중하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염려하는 마음에 소녀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엘리자와 함께 시카고대학에 물리학과에 이반 교수를 다시 만나고는 일단 교양학부에서 공부를 한 후에 전공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한 소녀는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골라가며 들었다. 그리고 엘리자가 놀랐듯이 소녀는 시카고대학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독서에 열심이었다. 가끔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다니는 엠마를 만나는 정도였다. 그것도 엠마가 시카고대학 도서관에 찾아와서 소라리자를 만나기 때문이었다. 소라 섬에서는 유유하게 지내었던 소녀는 미국에 와서는 전혀 딴 사람이 된듯하였다. 정말 소녀는 딴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달은 소녀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할머니에게 가보아라!”
그때서야 소녀는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엘리자와 스미스도 생각했다. 소녀는 책상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놔둔 채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대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아래층 할머니 방 옆에 방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대학생활을 하면서 소녀는 엘리자에게 부탁하여 이층에 있는 피아노 방을 쓸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피아노와 여럿 악기들을 아래층에 소녀가 쓰던 방으로 옮기고 소녀는 이층에 있는 방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후 소녀는 식사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이층 방에서 책과 함께 보내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간 소녀는 할머니의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침대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는 늦은 시간인데도 주무시지 않고 천장만 바라보고 계셨다. 소녀는 그런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 침대 속으로 끼어들어갔다.
“할머니, 안 자고 뭐해?”
“잠이 안 와~”
“미안해요. 할머니~ 제가 제 생각만 했네요.”
“아니다. 이젠 나도 늙었나 봐~ 잠이 적어졌어.”
“나, 여기서 할머니랑 같이 잘게!”
“괜찮다!”
“아니야, 내가 괜찮지 않아~”
소녀는 할머니를 끌어안으며 함께 잠이 들었다. 할머니도 곧 잠들어버린 소녀를 바라보면서, 소라 섬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잠시 후에 엘리자는 이층을 둘러보고는 아래층에 할머니 방을 살짝 열어보고는 소라리자가 할머니랑 함께 자는 모습을 보고서야 조용히 자기 방으로 갔다. 깊은 밤에 하늘에는 달빛이 밝았다. 할머니랑 자고 있는 소녀를 보고서야 달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소녀는 해가 밝아오는 것을 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를 깨웠다. 그리고 할머니를 모시고 소녀는 집 근처에 있는 작은 호수 숲을 걸었다. 전에 같았으면 소녀는 아침식사를 하고는 서둘러 학교로 가서 강의 듣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었었다. 오늘은 강의가 오후에 있고 해서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가졌던 것이었다. 소녀는 할머니와 호숫가에 있는 벤치에 함께 앉았다.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에게 소라 섬에 지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할머니, 생각나요? 제가 어릴 적에 절 데리고 해변으로 가서 모래성을 쌓았던 것 생각나요?”
“그래, 그래. 생각나지~ 그때부터 넌 커가면서 혼자서도 해변에 가곤 했었지. 매일 말이야. 그리고는 해를 바라보며 중얼중얼하던 네 모습이 생각나지.”
“그런데 여기서는 아침에 해를 보기가 힘들어~ 그리고 집중이 안 돼!”
“그러겠지~ 여기는 바다가 아니잖니? 산과 숲과 집들로 있고, 자동차들도 많이 다니지 않니?”
“맞아! 그래서 산만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날 때가 많아~ 그냥 멍할 때가 많아~”
“소라 섬이 그립겠구나!”
“응, 하지만 여기서도 궁금한 게 너무 많아~ 그리고 저 많은 사람들이 무얼 하며 사는지도 매우 궁금해!”
“그래, 이제는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이 세상을 알아가야 할 거야!”
“엄마도 그랬을까? 육지에 나가 살면서 말이야~”
할머니는 소녀가 엄마에 대한 말을 하자 잠시 말이 없었다. 소녀는 괜한 얘기를 했나 하고 할머니의 눈치를 살폈다. 할머니는 호수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면서 불쌍한 소녀의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소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생각에서 깨어나 소녀의 손을 꼭 잡았다. 어느새 해는 호숫가에 나무들 끝에 와 있었다. 소녀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다. 현관에 들어서니 엘리자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리고는 식당으로 안내를 했다. 오늘 아침식사는 엘리자가 준비를 했다. 벌써 스미스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냐와 할머니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스미스는 미소를 지으며 간단한 한국말로 말했다.
“할머니! 소라리자와 함께 좋으셨어요?”
할머니는 수줍어하며 식탁의 의자에 앉았다. 소녀는 스미스에게 다가가 등 뒤로 껴안았다. 스미스는 소라리자의 손을 잡고는 흔들어주며 잘했다는 듯이 의사표시를 했다. 엘리자는 할머니와 소라리자의 앞에 음식을 놓아주었다. 잔잔한 분위기였지만 화목하게 보였다. 스미스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와 엘리자를 거실로 안내하고는 커피를 내려서 두 분에게 갖다 드렸다. 그리고 소녀는 자기의 커피도 들고 거실에 소파에 앉았다. 엘리자도 소녀가 옆에 있는 게 좋은 가보다 연신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커피 맛이 좋은데~ 역시 우리 소라리자의 커피가 최고야!”
할머니도 연신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엘리자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래, 학교생활이 힘들지는 않니?”
“아뇨, 너무 재미있어요. 전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뜻을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어요.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놀라워요.”
“학교가 너무 멀지?”
“아뇨! 어머님이 사주신 자동차를 이용하니깐 다닐 만해요. 친구들이 예쁘다고 그래요.”
“너 말고 자동차?”
“네. 전 아니죠.”
소녀는 정색을 하며 웃었다. 엘리자는 오히려 당황하며 말했다.
“네가 어때서? 넌 참으로 아름답단다. 난 너를 보면 이브를 연상케 되는데…….”
“어머니는 농담도 잘하셔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네 엄마도 너처럼 아름다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할머니를 쳐다보더니 시익 웃으며 할머니에게 기대었다. 할머니도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엘리자도 할머니와 소녀를 바라보면서 안심하는 듯이 편한 모습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소녀는 할머니와 마미 엘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대학 강의 시간에 맞춰서 집을 나섰다. 소녀는 엘리자가 사준 예쁜 소형 자동차를 타고 대학교를 향해 달렸다. 소라 섬의 해변의 황금빛 모래 색깔인 자동차는 고속도를 멋지게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