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소녀는 이반 교수의 제자가 되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by trustwons

44. 소녀는 이반 교수의 제자가 되다.


소녀는 2년간 교양학부에서 공부를 마친 후에 마미 엘리자와 함께 시카고대학 물리학부에 계시는 이반 교수를 찾아뵈었다. 이반 교수실에서 엘리자와 소녀는 이반 교수와 함께 긴 대화를 가졌다.


“그래요, 2년 동안 교양학부에서 공부해본 소감은 어떤가?”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소녀는 마미 엘리자를 쳐다보고는 아쉬운 듯이 이반 교수께 말을 했다. 이반 교수는 책상 위에 팔을 고이고 소라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소녀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으나 자제를 했다. 엘리자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 리자는 시간이 부족했었나 봐요. 도서관에 있는 책들 다 읽고 싶어 했을 텐데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고 싶다고 했어요? 어찌 그런 의욕을 보이다니……. 대단하군요. 하지만 모든 책이 리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요. 현명한 생각은 아닙니다.”

“교수님이 우리 리자를 많이 도와주세요.”

“음, 나도 리자에게 관심이 없지 않아요. 앞으로 대화를 많이 가져봅시다.”

“정말요? 저도 교수님이 마음에 들어요. 저를 많이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감사합니다.”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이반 교수께 큰 인사를 했다. 소녀는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교수들과 대화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소녀의 생각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을 소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녀는 외롭게 2년 동안을 책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반 교수는 소녀의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격려까지 해주셨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미 엘리자의 스승이라고 하니 더욱 소녀는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이러면 어떨까요? 자연을 이해하는 데에는 자연의 원리를 아는 것도 좋을 듯해요.”

“자연의 원리요? 그럼 자연의 이치와 자연의 원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리자는 예리하군요?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지 따진다면, 이치(reason)는 존재와 관계의 이유를 설명한다면, 원리는 현상을 설명해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자연에는 이치보다는 원리를 더 선호하지. 아마도 리자는 원리보다는 이치를 더 알고 싶어 하는 것 같군.”

“네, 저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이치를 알고 싶어요.”

“허허, 점점 흥미로워지는군. 자연의 원리를 알고자 한다면 물리를 공부하는 것도 좋지.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뭐가 좋을까?”

“철학이 아닐까요? 교수님!”


엘리자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면서 말했다. 이반 교수는 웃으시면서 말을 이었다.


“철학? 최고 학문이지만, 철학보다 더 최고 학문하면 신학이 되겠지.”


소녀는 무슨 말을 하시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철학이 뭔지, 신학이 뭔지……. 소녀는 듣기는 했었지만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하였던 것이었다. 소녀는 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말을 했다.


“교수님, 전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되어요. 좀 어지러워요.”

“미안해요. 차근차근 대화로 풀어가지요. 자연을 이해하는 데는 자연의 원리를 아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래, 소라리자야, 너도 물리를 공부해 보지 않으련?”

“마미가 공부한 물리인가요?”

“그렇지, 내가 전공한 것이 물리학이지. 깊이는 말고 기본 물리만이라도 배우렴.”

“해볼게요. 많이 도와주세요. 교수님!”

“그러지, 기본 물리학을 배우도록 하지. 내가 많이 도와주도록 하겠어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우리 소라리자를 많이 부탁을 드려요.”


이반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 쪽으로 가셔서는 책들을 살피시더니 두 권의 책을 가져왔다. 그리고 소녀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책을 읽어봐요. [수학 없는 물리](Conceptual Physics)와 [아인슈타인이 쓴 물리 이야기]는 과학적 사고와 개념을 통해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교수님이 주시는 두 권의 책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리고는 소녀는 책 표지를 살피고 내용을 열어보았다.


“어머, 교수님! 제게는 이런 책을 권하지도 않았었잖아요? 저도 같이 봐도 돼요?”


엘리자는 소녀의 손에 있는 책을 곁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소녀는 책을 엘리자에게 건네주었다. 엘리자는 소녀에게 건네받은 두 권의 책 중에 [아인슈타인이 쓴 물리 이야기]의 책을 소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수학 없는 물리]의 책을 손에 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일단, 이 책으로 우리 대화를 열어봅시다. 리자!”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소녀는 엘리자와 함께 이반 교수실을 나왔다. 그리고 함께 시카고대학교에서 산책을 하였다. 시카고대학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정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소녀는 연실 아인슈타인이 쓴 물리 이야기 책을 열었다 덮었다 하며 엘리자와 함께 걸었다. 엘리자는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으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잠시 여기에 앉았다 갈까? 여기에 내가 자주 앉았던 벤치란다. 옛 생각이 나는구나.”

“네, 이 의자예요? 저도 여길 지나다닐 때마다 여기에 잠시 앉았었는데요. 역시 난 엄마를 닮았나 봐요.”

“그렇지? 우리 딸~”


엘리자는 소녀의 그 말에 감격해서 소녀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잠시 벤치에 앉아서는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주변 건물을 올려다보기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서로 팔짱을 끼고는 걸었다. 대학교내 슈퍼에서 그 유명한 키카푸 커피를 두 잔을 사서는 마셨다. 키카푸 커피는 인기가 많다. 키카푸 이름은 독특하다. 인디언 종족의 이름이기도 하고, 위스콘신의 경치 좋은 키카푸 강 근처에서 로스팅하였고, 커피회사 이름도 키카푸 커피였다. 그렇게 소녀와 엘리자는 오랜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엘리자는 로스팅한 키카푸 커피 원두를 한 봉지 샀다. 집에 계신 할머니를 위해 맛을 보시라고 샀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와 엘리자는 현관 앞에 할머니가 나와 계신 것을 보았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할머니를 끌어안았다.


“할머니, 왜 나와 계셔요?”


할머니는 소녀를 힘껏 안으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엘리자도 뒤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가서 소파에 할머니는 소녀와 함께 앉았다. 엘리자는 손에 원두커피를 들고서 할머니에게 보여드리며 키카푸 커피를 해드리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이셨다. 엘리자는 곧바로 식당 쪽으로 가서는 원두를 갈라서 커피를 내렸다. 소녀는 할머니 옆에 앉아서 할머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소녀를 의식한 할머니는 주변을 둘러보시고는 소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소녀는 할머니 품에 얼굴을 묻고는 할머니의 숨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잠시 후에 엘리자는 커피잔을 들고 할머니에게로 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드리면서 말했다.


“할머니, 오늘 소녀와 대학교에서 이 커피를 함께 마셨어요. 너무 맛이 있어서 할머니께도 드리려고 사 왔어요. 맛 보세요!”


할머니는 고맙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여러 번이나 끄덕이셨다. 그리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엘리자를 바라보며 맛있다고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엘리자도 할머니 옆자리에 와서 앉고는 할머니를 안았다. 할머니도 두 팔을 벌려서 한 팔은 소녀를, 다른 팔로는 엘리자를 안았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소녀가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자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림을 보았다. 소녀는 벌떡 일어나 다시 할머니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엘리자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아니한 채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소녀는 목멘 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왜 그래? 왜 울어?”


할머니는 손을 뻗어 메모지를 찾으셨다. 엘리자는 곧바로 메모지와 펜을 할머니에게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자세를 바로 하고는 메모지에 뭐라고 쓰셨다.


“너무 행복해서 그런단다. 이렇게 엘리자와 우리 손녀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단다. 네 엄마도 저 세상에서 기뻐할 거다.”

“할머니, 엄마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소라 섬에 가보고 싶어?”

“저도 할머니와 소라리자를 알게 되고 이렇게 함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뻐요.”


엘리자는 할머니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만 엘리자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는 엘리자를 잡아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엘리자의 얼굴을 더듬어 만지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시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셨다. 이때에 현관문이 열리면서 스미스 씨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스미스는 현관에 그대로 서있었다. 그러자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미스에게 달려와 가방을 받아주면서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너무 기뻐서 그래요.”

“그래, 난 또 뭔 일인가 걱정을 할 뻔했네.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 거야?”

“오늘 시카고대학교에 갔다 왔어요. 거기서 키카푸 커피를 사 왔어요.”

“키카푸 커피? 맛있지. 남았나?”

“네, 가져다 드릴게요.”


소녀는 가방을 스미스에게 다시 돌려 드리고는 식당실로 가서는 엘리자가 내려놓은 커피를 다시 내려서 가져왔다. 그 사이에 스미스는 거실로 가서는 할머니와 엘리자가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분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는 외톨이가 된 셈이네요.”


그때에 소녀가 가져온 커피를 스미스는 받아 들고 마주 보는 자리쪽 소파에 앉았다. 소녀는 스미스 옆에 같이 앉았다. 그러자 할머니도 엘리자도 자세를 바로 하고는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오늘 일찍 퇴근하셨네요.”

“두 분의 멋진 모습을 놓질 것 같아서 빨리 왔지.”

“남이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네요. 솔직히 말해 봐요?”

“정말이야! 일이 잘 풀려서 일찍 들어온 거야. 이거 오랜만이야! 맛있네.”

“그래요? 오늘 소라리자랑 시카고대학교에 갔다가 교내 슈퍼에서 아직도 팔아요. 그래서 사 먹었지요.”

“원두를 좀 사 오지? 이게 원두로 내린 건가?”

“네, 원두를 내린 커피예요.”


소녀가 앞서 말했다. 할머니도 테이블에 있던 커피를 들어서 마셨다.


“할머니, 커피 맛이 어때요?”


스미스는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커피를 마시면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스미스는 잠시 말이 없다가 진지하게 말을 했다.


“오늘 내가 일찍 집에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소라리자도 교양학부를 마쳤으니 휴가를 내어 한국에 한번 다녀오면 어떨까 하고 의논을 하려고 일찍 왔어요.”

“어쩜 내 생각과 똑같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오늘 하고 있었는데…….”


엘리자는 놀라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소녀와 할머니도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식사도 잊은 채 소라 섬 이야기에 모두들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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