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편 - 재창작 동화 편]
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돌아왔다. 산과 들에 푸른 초목들이 생기를 얻어 고개를 들고 햇볕을 받고 있었다. 개울가에 개구리들이 기지개를 켜고 부드러워진 흙덩이를 밀고 세상을 보려고 나왔다. 기나긴 날들을 개울마다 얼음들이 가벼운 옷을 벗고 물속으로 스멀스멀 녹아들어 갔다. 잠자던 송사리도 몸매를 자랑하듯이 꼬리를 흔들며 돌아다녔다.
지난밤에 소리 없이 내린 보슬비로 개울가 바위들이 얼굴을 적시어 묵은 먼지들을 씻어냈다. 바위에 젖은 물기를 영양 삼아 너도나도 자라나는 이끼들이 바위에 옷을 입히고 있었다. 어떤 바위는 솔이끼로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작은 바위는 비늘 이끼로 옷을 입었다. 그 옆에 좀 커 보이는 바위는 우산이끼로 옷을 입었다. 아마도 여자바위였나 보다. 그 옆에 낀 바위는 비늘 이끼로 옷을 입고 있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바위들이 다양한 이끼 옷을 입고 자랑하듯이 뽐내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살랑살랑 춤을 추며 살며시 바위에 앉았다가 이끼들과 속삭이더니 다른 이끼와 속삭이려고 날아가는 제비나비와 호랑나비 그리고 네발나비가 있었다. 언제 날아왔는지 푸른 부전나비도 하늘하늘 춤추며 같이 놀자고 했다.
솔이끼의 촉촉함을 열고 이끼 천사들이 기지개를 켰다. 바늘 이끼에서도 이끼 천사들이 기지개를 펴고 나왔다. 우산이끼에서도 이끼 천사들이 무엇을 나르고 있는지 분주하다. 이끼들 사이로 옅은 빛이 들어왔다. 이끼 천사들은 무지개처럼 빨주노초파남보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다. 왜 이끼 천사들은 무지갯빛 옷을 입었을까? 이끼 천사들은 옷의 빛깔 따라 하는 일이 다른가보다. 어떤 이끼 천사는 포자를 날라주는 일을 한다. 어떤 이끼 천사는 물방울을 날라주는 일을 한다. 어떤 이끼 천사는 양분을 날라주는 일을 한다. 어떤 이끼 천사는 정자를 난자에 운반해 주는 일과 수정하는 것을 돕는 일도 한다. 또한 이끼 천사들은 이끼들 속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면서 이끼들에게 신선한 공기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끼 천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했다. 이때에 한 이끼 천사가 공중을 날며 많은 이끼 천사들에게 말했다.
“인간들의 문명에 의해 공기 속에는 해로운 것들이 함께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거야. 인간 도시들은 점점 이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다른 이끼 천사가 공중을 날면서 이끼 천사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할까 염려하는 것은 우리의 본분이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어. 그것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해.”
그때에 또 다른 이끼 천사가 공중을 날면서 이끼 천사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이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나빠지다 보니 점점 이끼들이 죽어가고 메말라가고 사라지고 있어. 그러니 우리들이 더 넓은 곳으로 흩어져 이끼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서 이끼들이 잘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해.”
그러자 이끼 천사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좋을까? 저 방법이 좋을까? 이러면 어때? 저러면 어때? 어떤 이끼 천사는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갑자기 소란해졌다. 이때에 이끼들 사이로 향기로운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뭐지? 이 바람은…….”
이끼 천사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공중에는 수많은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이끼 천사들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에 한 이끼 천사가 소리쳤다.
“저거야! 우리가 저 민들레 꽃씨를 타고 더 멀리 더 넓게 흩어져 가는 거야.”
그러자 수많은 이끼 천사들은 민들레 꽃씨를 향해 날아올라 탔다. 그리고 다시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이끼 천사들은 이끼포자 주머니를 메고 있었다. 민들레 꽃씨는 바람을 타고 이 바위 저 바위를 넘어 날아갔다. 어떤 민들레 꽃씨는 아주 멀리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언덕을 넘어 날아가 한 개울가에 촉촉한 땅 위에 내려앉았다. 이끼 천사들은 민들레 꽃씨를 타고 멀리 날아가 이끼포자를 뿌리며 이끼 농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동네의 아이들이 숲 속에서 풀밭에서 바위에서 골짜기에서 다양한 이끼들의 농장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쳤다.
“이것 봐! 솔이끼가 있어?”
“여기는 우산이끼들이야!”
“여기는 비늘 이끼다.”
“어머, 이건 이탄 이끼 아냐? 지혈을 도와주는 치료용으로 쓰지.”
“맞아, 이끼는 가습기 역할도 한다고 그래!”
“나도 알아, 홍수나 강의 침식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데.”
동네 아이들은 숲 속을 뛰어다니며 풀밭을 건너 다니며 이끼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만져보고 하면서 즐거워했다. 이끼 농장에 있는 이끼 천사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더 열심히 이끼포자를 뿌리며 열심히이끼농장을 가꾸어가면서 대만족을 했다. 지금도 이끼들 속에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이끼천사들이 이끼농장을 가꾸고 있을 것입니다. 이끼는 우리들에게 이로운 식물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