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편 - 재창작 동화 편]
15세기 초기에 한 반도 나라에는 지혜로운 왕이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왕을 칭송하여 지혜의 왕이라 불렀습니다. 지혜 왕은 백성들이 사용하는 말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농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농기구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혜 왕은 백성들이 사는 집들을 편리하게 짓도록 설계를 해 주었습니다. 지혜 왕이 다스리는 반도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혜 왕의 첫째 딸이 마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혜 왕의 자녀는 열 명의 딸들과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중에 첫째 딸을 지혜 왕은 특별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지혜 왕은 첫째 딸을 잃고 상심하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지혜 왕은 나라의 일도 팽개치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사실 지혜 왕은 평복의 차림으로 성을 떠났던 것입니다. 백성들은 평복을 한 지혜 왕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혜 왕은 반도 나라의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지혜 왕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편히 잠을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혜 왕은 몸이 삐쩍 말랐고 볼품이 없어졌습니다. 지혜 왕은 완전히 거지꼴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혜 왕은 지치고 지쳐서 다리 밑에 웅크린 채 자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 한 여인이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인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가야, 넌 어디 있니? 나도 데려가 주렴.”
여인은 다리 위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습니다. 마침 달빛이 밝아서 다리 밑에 어떤 물체를 여인은 보았습니다.
“뭘까? 아침에도 본 적이 없었는데 …….”
여인은 머리를 길게 내밀어 다리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여인은 한참 살피더니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인을 되돌아가서 다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쓸어져 자고 있는 지혜 왕을 흔들어 깨었습니다.
“여보세요!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일어나셔요!”
그러자 지혜 왕은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여인을 쳐다보았습니다.
“여기가 어디요?”
지혜 왕은 잠이 덜 깨는지 아니면 몸이 좋지 않아서 정신이 혼미했는지 헛소리를 했습니다. 여인은 손을 내밀어 지혜 왕의 머리를 만졌습니다.
“어머나, 열이 있으시네요. 안 되겠습니다. 일단 저의 집으로 가셔요.”
여인은 지혜 왕을 일으켜서는 부추겨서 집으로 모셔갔습니다. 여인은 방 안으로 모셔서 이불을 펴서 눕혔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아닌데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리고는 물을 떠다 수건으로 지혜 왕의 얼굴과 손과 발을 씻었습니다. 지친 지혜 왕은 그만 깊이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지혜 왕은 눈을 떴습니다. 사방을 살펴보니 길거리가 아니고 다리 밑도 아니고 어느 바위 밑도 아니고 따뜻한 방안이었습니다. 지혜 왕은 편안한 이불에 그대로 누워있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포근한 이불에서 잤으니 일어나기가 싫었습니다. 방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한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지혜 왕은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여인이 지혜 왕이 누워 있는 이불 가까이 다가와 앉았습니다. 그러자 지혜 왕은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가야, 네가 여기 있었구나!”
그리고는 지혜 왕을 몸을 일으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지혜 왕의 몸을 부추겨 앉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혜 왕에게 말했습니다.
“좀 어떠세요? 어젯밤에 몸에 열이 나서 뜨거웠었습니다.”
“내가? 넌 누구냐?”
“예? 이 집에 사는 여인입니다. 왜 그러시죠?”
“아니오, 내가 잠깐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여인은 따끈한 죽을 내밀며 지혜 왕에게 드시라고 했습니다. 지혜 왕은 온몸과 손에도 힘이 없었습니다. 여인은 지혜 왕의 몸을 벽에 기댈 수 있도록 베개를 지혜 왕의 등에 받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직접 손으로 죽을 떠서 지혜 왕에게 먹였습니다. 어느 정도 죽을 먹더니 지혜 왕은 몸을 가름할 수 있었습니다. 지혜 왕은 죽을 다 드신 후에야 여인에게 차근차근 물었습니다.
“고맙소, 내가 어찌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오.”
“어젯밤에 다리 밑에 주무시고 계신 것을 제가 발견하여 내려가 보니, 온몸에 열이 있어서 저의 집으로 모셨습니다. 이제는 괜찮으신가요?”
“아주 편안히 잤다오. 거기다 오랜만에 죽이라도 먹으니 몸이 괜찮아진 거 같습니다. 고맙소.”
“별말씀이십니다. 사람의 생명이 소중한 것이지요. 몸이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좀 더 편히 계시다 가셔도 됩니다.”
“고맙소. 댁은 누구시며, 가족은 어떻게 되시오?”
“저에게는 가족이 없습니다. 저 혼자 사는 집이랍니다.
지혜 왕은 여인의 보살핌으로 며칠을 지내게 되었으나 결국은 삼 년을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여인의 지극한 정성으로 함께 지내게 된 지혜 왕은 세월이 흘러간 줄도 모를 정도로 마음 편히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첫째 딸을 찾아 헤매던 심정도 많이 안정이 되었고, 메말랐던 몸도 많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혜 왕과 여인 사이에 어린 동자가 태어났습니다. 어린 동자가 겨우 두 살이 되었을 때에 반도 나라에 대신이 찾아왔습니다. 대신은 지혜 왕을 뵙자마자 땅에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일하고 돌아온 여인은 그 광경을 보고 몹시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여인의 몸은 굳어져 버렸습니다. 어린 동자와 놀고 있던 지혜 왕은 반사적으로 왕의 태도로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신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어찌 알았는가?”
“예, 전하, 만방으로 삼 년 동안을 찾았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노인이 성에 찾아와서는 여기 계신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노인이? 그 노인은 누구인가?”
“황공하오나, 그 노인은 그 후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수소문하였지만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호~ 그래? 놀라운 일이로다.”
지혜 왕은 대신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마당에서 놀던 동자는 마루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밖에서 집으로 들어오려던 여인은 떨어뜨린 바구니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와 마당에 서있었습니다. 한참 후에 지혜 왕은 대신과 함께 방에서 나오면서 동자와 여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허리를 구부려 여인에게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동자에게도 큰 절을 했습니다. 지혜 왕은 여인에게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게 되었소. 사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었소.”
여인은 마당에 끓어 앉아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인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을 당하니 어떤 말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혜 왕은 여인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말을 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시오. 나의 세 번째 부인이 되었소. 내가 다시 오리다.”
지혜 왕은 대신과 함께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삼 년이 흘렀으나 지혜 왕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감히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왕의 아들인 동자조차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인은 자신의 아들인데도 아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인은 아들을 부를 때에는 도령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여인은 삼 년을 보냈습니다. 도령의 나이가 여덟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령은 일반 아이처럼 자랐습니다. 여인이 글을 모르니 도령에게 글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도령도 글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평범한 아이지만 어머니를 닮아서 순진하였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놀리고 장난을 쳐도 도령은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도령을 바보 도령이라 불렀습니다. 도령은 자신의 이름을 모릅니다. 어릴 적부터 여인은 자기의 아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왕의 아들임을 알았기에 여인은 함부로 존함을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령님이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도령이라 불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인을 일하러 마을에 내려갔습니다. 도령은 심심했습니다. 그래서 도령은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도령은 마을 아이들과 놀고 싶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도령이 내려오는 걸 보고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소똥에 밀가루를 뿌렸습니다. 그리고는 나무 그릇에 담아 내려오고 있는 도령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어이, 바보 도령! 이거 뭔 줄 알아?”
도령은 마을 아이들이 둘러선 가운데에서 한 아이가 주는 나무 그릇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변 아이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밀가루가 뿌려진 소똥을 한 입 먹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배를 잡고 막 웃었습니다. 도령은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한 입 더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나무 그릇을 준 아이가 물었습니다.
“맛있어?”
“응. 좀 쾨쾨하지만 괜찮아, 맛있어.”
마을 아이들은 웃다가 멈췄습니다. 도령이 너무나 진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령은 마을 아이들의 눈들이 동그래지니 씩 웃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이에게 나무 그릇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너도 먹어볼래?”
그 아이는 뒷걸음치며 손을 절래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막 웃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도망을 쳤습니다. 도령은 나무 그릇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는 입에 있던 소똥을 뱉었습니다. 도령은 우물가로 달려가서 우물의 물을 마구 퍼 마셨습니다. 그렇게 도령은 마을 아이들에게 바보 같이 보여도 즐거워했습니다. 바보 도령은 그렇게 마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좋아했습니다. 점점 마을 사람들은 바보 도령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밖에 다른 마을까지 바보 도령의 소문이 퍼졌습니다. 드디어 지혜 왕이 사는 성안에까지 바보 도령의 소문이 전해졌습니다. 지혜 왕은 무슨 소리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혜 왕은 한 시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바보 도령에 대해 물었습니다. 지혜 왕은 시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동안 밀렸던 나라 일들을 해결하느라 지혜 왕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혜 왕은 여인과 아들을 잊었던 것이었습니다. 지혜 왕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지혜 왕은 대신을 보내어 여인과 아들을 성으로 불러드릴까 아니면 직접 찾아갈까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지혜 왕은 평복을 하고 어두워질 때에 찾아갔습니다. 지혜 왕은 살며시 집안을 살폈습니다. 집안에는 여인이 늦도록 삯바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인 바보 도령은 그 여인 옆에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지혜 왕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습니다.
“안에 계신 분은 좀 나와 보시오.”
방 안에서 삯바느질하던 여인과 바보 도령은 깜짝 놀라 방문을 열었습니다.
“나요. 이제 와서 미안하오.”
지혜 왕은 매우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서 망두석처럼 서 있었습니다. 여인은 황급히 마당으로 나와 지혜 왕 앞에 끓어 엎드렸습니다. 아들인 바보 도령은 눈치를 보며 여인 뒤에 끓어 엎드렸습니다. 지혜 왕은 여인과 바보 도령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여러 번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지혜 왕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바보 도령은 멋쩍어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지혜 왕은 여인과 바보 도령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혜 왕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지혜 왕은 여인과 바보 도령과 함께 한 방에서 잤습니다. 다음날 성에서 화려한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지혜 왕은 여인과 바보 도령을 데리고 성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성안에 대신들과 시녀들과 군인들을 다 모이게 했습니다. 거기에는 첫째 부인과 자녀들과 둘째 부인과 자녀들도 있었습니다. 지혜 왕은 모두들 앞에 여인과 바보 도령을 세우고 공포했습니다. 여인을 셋째 부인으로 공포하고, 바보 도령을 셋째 왕자로 공포했습니다. 바보 도령은 본인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이제 바보 도령이 아니라 슬기 왕자라고 성안에 모든 분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슬기 왕자는 마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스스로 바보 도령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어떻게 사람들을 다스려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슬기 왕자는 남몰래 글을 익혀왔었습니다. 지혜 왕은 세 왕자 중에 셋째 왕자가 슬기롭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반도 나라를 다스릴 후계자로 슬기 왕자를 책봉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