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할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48. 할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다.
소라 섬에서 열흘의 휴가를 보낸 소녀와 엘리자와 스미스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소녀의 할머니는 소라 섬에 남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소녀가 허락할 수가 없었다. 소녀의 엄마도 공부하겠다고 혼자서 육지로 떠나간 후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소라 섬을 지키며 살았었다. 소녀의 엄마는 다시 소라 섬으로 돌아왔지만, 소녀를 낳고 일 년 정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결국 할머니에게는 소녀의 엄마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이어서 할아버지까지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소녀는 결코 할머니를 홀로 섬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아니 소녀는 할머니와 떨어져 있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할머니는 소녀와 떨어져서 홀로 소라 섬에 남겠다는 것이었다. 소녀 금소라는 할머니를 두고 미국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녀의 마음을 달래며 설득을 하며 양부모이신 엘리자와 스미스를 따라 미국으로 가라고 했다. 이제는 소라 섬에 갇혀서 살지 말고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기를 할머니는 손녀에게 애원까지 했다. 엘리자도 스미스도 할머니의 뜻을 이해하고는 소녀 소라리자를 설득했다. 섬 목사님도 사모님도 소녀의 마음을 잘 알지만 할머니의 뜻을 따르라고 설득을 했다. 할머니는 목사님이 잘 모시고 외롭지 않게 해 드리겠다고 까지 약속을 해가며 소녀의 마음을 달랬다. 결국 소녀는 할머니를 소라 섬에 두고 엘리자와 스미스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그 대신 방학 때마다 소라 섬에 찾아오기로 약속을 하고서야 소녀의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소녀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이층에 있는 자신의 방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에 창문 안으로 달빛이 유난히 밝게 비추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아무 생각 없이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이 소녀의 얼굴에 비추이자 소녀는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소녀는 달이 미워 보였다.
“너는 내 마음을 알잖아~ 왜 그렇게 넌 차분해?”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넌 어떤 위로도 안 통해~”
“위로? 내가 그런 걸 바래? 해결책을 찾아봐~”
“지금 넌 어떤 말도 듣지 않아~ 넌 착한 척하는 것뿐이야!”
“착한 척? 내가?”
“그럼, 넌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 봤어? 아니잖아~”
소녀는 할 말을 잃었다. 할머니의 마음이라는 말에 소라 섬을 떠날 때에 할머니가 주신 편지봉투가 생각이 났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갔다. 소녀는 자기의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할머니가 준 편지봉투가 끼어있었다. 소녀는 가방에서 할머니가 준 편지봉투를 들고 창가로 와 의자에 앉았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쓴 편지지를 펴서 읽었다.
「사랑하는 나의 손녀야! 너는 나에게 귀한 손님이었단다. 네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에는 너는 겨우 백일을 넘긴 후였단다. 네 어머니는 참으로 불행하게 살다 갔다고 할머니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를 내게 안겨주고 간 네 어머니는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단다.
이 할머니가 듣기는 해도 말을 못 하니, 어릴 적에는 많은 놀림을 받았지만, 그 덕분에 네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단다. 네 할아버지의 깊은 믿음이 이 할머니까지 깊은 믿음을 가지도록 했단다. 비록 이 작은 섬, 소라 섬이지만, 이 섬에서 할머니는 늘 감사하며, 기쁨으로 살아왔단다. 그러므로 이 섬은 할머니의 방주인 셈이지. 여기서 할머니는 더욱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단다. 비록 네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데려가셨지만 말이다.
네가 내게 더욱 믿음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었단다. 생각나니? 아주 어릴 적에 말이다. 소라 섬의 유일한 작은 해변에서 말이다. 너랑 함께 모래성을 쌓던 때를 기억하겠지? 물론 바다의 파도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지. 깊은 밤이 되면 파도는 더 깊이 밀고 들어와 여지없이 모래성을 쓸어 가버렸지.
그런데 말이다. 소라야~ 넌 불평을 하지 않았어! 다시 만들면 돼지하고 말이야. 그때에 할머니는 깨달았단다. 이 땅에 우리가 사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일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파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 파도가 있기에 우리는 다시 모래성을 쌓을 수가 있었던 것이지. 그래서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는 세월을 우리는 살아올 수가 있었던 것이란다. 소라야~ 넌 이해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다. 소라 섬은 할머니가 살아가는 에덴동산인 셈이란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정해주신 것이지. 여기가 할머니의 인생의 밭이란다. 그래서 할머니는 여기를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 거란다. 여기서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싶단다. 네게는 마음이 아픈 일인지 모르지만, 할머니는 이제 하나님 아버지께로 갈 때게 된 듯싶단다.
그러니 우리 소라야, 네가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이제 너는 소라 섬에 머물 필요가 없단다. 너는 넓은 세상을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니? 그래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너에게 좋은 엘리자와 스미스를 보내주신 것이란다. 그러므로 너는 할머니를 떠나 엘리자와 스미스와 함께 넓은 세상을 알아 가면 좋지 않겠니? 베드로 선생이 말하지 않았니? 우리는 이 세상에 나그네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이다. 너도 잊지 말아라. 우리가 여기 이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란 것을 너도 알고 할머니도 알지 않니?
그동안은 할머니는 너와 함께 있으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구나. 네가 새벽마다 작은 해변에 나가서 해를 보며 창조주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을 할머니는 알고 있었단다. 이제 이 섬을 떠난 네가 새벽마다, 아니 아무 때든지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는 일이 소홀해질까 할머니는 기도하고 있단다. 그래도 미국 땅에서도 해는 뜨고 달도 뜬단다. 그러니 네가 어딜 가든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뜻이 아니겠니? 이 할머니가 우리 손녀에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쁘구나.
금소라야~ 손님(나그네)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아니한단다. 그동안 우리 손녀는 할머니와 함께 있어주었지만, 이제는 엘리자와 스미스와 함께 있어주는 사랑스러운 딸로, 손님으로 있어주려무나. 그리고 이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간 후에 너무 슬퍼하지 말고, 엘리자와 스미스와 함께 믿음의 모래성을 쌓으며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다오.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서도 너를 위해 기도할 것이란다.
그리고 이곳 소라 섬의 일은 섬 목사님께 맡겼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단다. 언젠가 네가 할머니의 소품들을 정리할 때에 할머니의 일기장을 잘 보관하고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에는 일기장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여기 소라 섬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단다. 이제 이곳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매교회를 섬기는 섬이 될 것이란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 주리라 믿는다. 그럼 할머니는 여기 있는 동안 소라 섬이 변화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늘 감사와 기쁨으로 내 믿음을 지켜가겠다. 너도 그렇게 믿음을 지켜 가리라 믿는다. 모두 잠든 깊은 밤이다. 할머니도 이젠 눈을 붙이고 편히 자야겠다.
그럼, 사랑하는 손녀 우리 금소라에게도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가 충만함을 깨닫는 믿음이 되게 하시기를 주 예수 이름으로 기도한다. 샬롬! 언제나 사랑스러운 손녀의 할머니가.」
소녀는 할머니의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하였다. 소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녀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대로 둔 채로 창가에 달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달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창가의 달빛 아래에 한참 동안을 앉아있었다. 손에는 할머니가 쓴 편지지를 들고서 말이다. 그때서야 달빛이 옅어져 가고 달이 창가에서 멀어져 갔다. 소녀는 아쉬운 마음에 방문을 열고 테라스로 왔다. 그리고 소녀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멀어져 간 달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몰랐다. 밤하늘에는 달만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말이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소녀는 밤하늘에 별들을 쳐다보면서 북극성도 보고, 북두칠성도 보고, 카시오페라도 보았다. 소녀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어두운 이 땅에도 저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별들이 있는 거야. 나는 그 별들을 찾아야 해! 그동안 내가 잊었구나. 내 펜팔 친구들을 말이다. 엠마, 노라, 소피아, 그리고 안나가 있었지. 그리고 자매교회의 친구들도, 그리고 한미교회의 친구들도 있었지…….”
어두운 밤에 소녀는 테라스에 기대어 서서는 반짝이는 별들을 하나 둘 세듯이 바라보며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몰랐다. 소녀의 손에는 아직도 할머니의 편지가 들려있었다. 깊은 밤인데 다람쥐 한 마리가 테라스 난간을 타고 조르르 소녀에게로 왔다. 소녀가 난간을 잡고 있는 손등을 다람쥐가 다가와서는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 넌? 그때 그 다람쥐구나~ 안 자고 나왔니?”
다람쥐는 소녀가 반기며 말을 하자 소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소녀는 살며시 손을 돌려 다람쥐의 몸을 다독거려주었다. 그러자 다람쥐는 순식간에 소녀의 손들을 타고 어깨에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소녀의 얼굴의 귀밑을 다람쥐는 머리로 쓰다듬었다. 소녀는 조금은 간지러웠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다람쥐와 친구가 되었다. 소녀에게는 소라 섬에서는 갈매기들이 친구가 되어 주었듯이, 미국에서도 다람쥐가 새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소녀는 다람쥐와 놀아주고 있을 때에, 동편에 숲을 넘어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그때에 소녀는 할머니의 편지의 글이 생각이 났다. 소라 섬에서처럼 미국에서도 네가 해를 바라볼까 하는 할머니의 염려를 소녀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녀는 꼬박 밤을 새웠지만, 아침 해를 바라보기 위해 테라스에 그대로 서서 해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다람쥐도 역시 소녀와 함께 해가 떠오르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파란빛 밝은 하늘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빛 해가 산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햇빛을 소녀와 다람쥐에게 비추어주었다. 소녀의 얼굴도 붉게 물들고 다람쥐도 콧등도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그러자 다람쥐는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녀도 다람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녀는 환하게 웃었다. 아마도 다람쥐도 웃었을 거야. 소녀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다람쥐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사르르 난간을 타고 내려가 숲으로 사라졌다. 소녀는 잠시 해를 바라보며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편지를 봉투에 다시 넣어서는 책상 서랍 속에 넣었다. 그리고 소녀는 침대에 들어가자 바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