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 이야기]
벌써 크리스마스의 전날이었다. 소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섬 목사님이 오래전에 사주신 조그만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왔다.
「1.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2. 탄일종이 땡땡땡 멀리멀리 퍼진다. 저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에게도 탄일종이 울린다.
3. 탄일종이 땡땡땡 부드럽게 들린다. 두 사랑하는 아이 복을 주시려고 탄일종이 울린다. 」
소녀는 한 번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니 크리스마스 추리의 나무조차도 집에 설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소녀의 집 마당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추리 나무가 세워졌다. 일주일 전에 섬 목사님이 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육지에서 커다란 소나무를 가져와 마당에 심고 크리스마스 추리를 만들어 주셨다. 미국에 계신 스미스 씨와 엘리자 여사로부터 부탁을 받은 목사님이 소녀에게 말해주었다. 소녀는 그 추리를 밤마다 보고 또 보고 그랬다. 이제는 소라 섬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넘쳐났다. 어떤 날은 할머니와 마루에 같이 앉아서 커다란 크리스마스 추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었다.
며칠 전에 미국에 계신 스미스 씨와 엘리자 여사와 통화를 나누었던 것을 소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크리스마스 추리를 보내겠다던 말을 소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소녀는 미국에 계신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소녀는 미국에 전화를 했다.
“안녕! 마더~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아냐, 괜찮아~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아뇨, 그냥 보고 싶어서요. 마당에 있는 추리를 보다가 마더가 보고 싶어 졌어요.”
“그래, 우리도 소라리자(Soraliza)를 많이 보고 싶단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마더!”
소녀는 전화를 끊었다. 소녀의 이름은 소라리자라고 부른다. 엘리자 마더는 소녀의 한국 이름인 금소라의 소라와 엘리자의 뒷부분인 리자를 합성해서 소녀의 미국 이름을 소라리자로 지어주었다. 소녀는 좋아했다. 소녀는 할머니께 자신의 영어 이름을 알려드렸다. 할머니도 좋다고 했다. 소녀는 음악을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소녀는 할머니와 자매 섬에 있는 교회에 갔다. 교회 안에서 크리스마스 찬송이 울려왔다. 소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들어갔다. 성탄예배를 마치고 소녀는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이 예배 후에 보고 가라고 해서였다. 목사님은 서재에서 큰 선물상자를 꺼내시고는 소녀에게 주며 말했다.
“미국에서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보내신 분은 산타 할아버지라고 돼 있구나.”
“예? 산타 할아버지요? 살아 계셔요?”
“글쎄다. 산타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지. 그러나 그 이름은 아직 살아있단다. 하여간 풀어봐!”
소녀는 조심스럽게 선물상자를 풀었다. 소녀는 선물을 보자 놀랐다.
“어머, 이건 컴퓨터 아니예요?”
“그렇지, 컴퓨터인 거지. 노트북이란다. 사용할 수 있겠어?”
“글쎄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오래전에 할아버지를 따라 육지에 갔을 때에 컴퓨터실에 가본 적이 있어요. 뭔지는 알아요.”
“그럼 오늘 나랑 함께 내가 너의 집에 가마. 가서 같이 해보자.”
“네, 감사합니다.”
소녀는 섬 목사님과 함께 할머니와 교회의 최 집사님의 배로 소라 섬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목사님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 주셨다. 소녀는 목사님의 도움으로 직접 노트북을 열고 작동을 할 수 있었다. 소녀는 목사님과 함께 미국에 계신 마더 엘리자에게 인터넷으로 연결을 했다. 미국은 아직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였다. 인터넷 화면으로 엘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소녀는 기뻤다 그리고 흥분이 됐다.
“마더, 메리 크리스마스!”
“미투, 메리 크리스마스 소라리자! 여긴 아직 크리스마스 전날이란다. 옆에 목사님도 계시네. 안녕하세요!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거긴 저녁이지요. 스미스 씨는 잘 계시죠?”
“예, 저도 잘 있습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스미스 씨도 엘리자의 등 뒤에서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소녀는 스미스 씨를 보자 인사를 했다.
“파파,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가 내게 성탄 선물을 보내주셨어요.”
“우리 소라리자는 좋겠다.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도 받고……. 이젠 우리 화상통화도 할 수 있겠다.”
“네, 너무 좋아요. 이렇게 멀리 미국에 계신 파파와 마마를 볼 수 있어서요.”
“우리도 좋단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미스 씨는 목사님께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소녀는 마더 엘리자와 더 이야기를 나눴다. 섬 목사님은 소녀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지켜본 후 잘 쓰라고 하시면서 최 집사와 함께 소라 섬을 떠나갔다. 소녀는 목사님이 가신 후에 계속 노트북으로 여기저기 찾아보고 열어보고 하면서 늦도록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저녁을 먹자고 할 때까지 소녀는 노트북에서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소녀에게 메모지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뭐더라……. 노트북? 빠져있는 걸 보니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구나?”
“할머니, 미안해요. 제가 노트북에 빠져서 할머니를 섭섭하게 했네요.”
“괜찮다. 나도 텔레비가 있잖니?”
“그러네? 할머니는 텔레비전이 있고, 나는 노트북이 있으니 우린 쎔쎔이다.”
“뭐시? 쎔쎔이 뭐요?”
“서로 좋다는 거지~”
“아하, 피장파장이란 거구나.”
할머니는 할머니 방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고, 소녀는 자기 방에서 노트북에 푹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