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소녀는 세상을 품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by trustwons Sep 15. 2021
14. 소녀는 세상을 품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오랜만에 소녀는 일찍 일어났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녀는 해변으로 나왔다. 소녀는 모처럼 모래성을 쌓았다. 아니 모래성이라 하기보다는 소라 섬을 만들었다. 소녀는 커다란 소라껍데기를 주워 모래성에 세웠다. 그리고 소녀는 모래성 옆에 앉았다. 파도가 점점 다가왔다. 소녀는 바다 끝 수평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해가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녀는 두 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해를 품는 듯이 했다. 해가 바다 위로 길게 빛을 깔고 하늘에 붉은빛이 서서히 사라질 때까지 소녀는 팔을 내리지 않았다. 떠오른 해는 소녀를 보자 반가워서 파도 위로 빛 춤을 쳤다. 소녀도 모래사장 위에서 춤을 추었다. 소녀는 해를 향해 손을 뻗쳤다 헤치고 뻗쳤다 헤치고 그랬다. 그리고 소녀는 해를 향해 소리쳤다.
“나의 친구~ 마이 썬! 오랜만이다! 오늘도 너와 함께 시작하고 싶다.”
소녀는 해로부터 아침햇살을 얼굴로 가득히 받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때에 소녀는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늘도 축복의 하루가 되어라. 산과 들을 보아라. 잠자던 생명이 다시 깨어나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단다. 너에게도 선하고 온유하신 창조주의 은혜로 하루가 시작된단다.”
소녀는 전에도 어둠이 사라지고 밝아오는 아침에 해를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었다. 그때도 소녀는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랬었다. 소라 섬에 전기가 들어오고 늦도록 인터넷으로 세계를 알아가던 소녀는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져버렸던 것이다. 소녀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전에는 소녀의 친구들이 해와 달과 별과 갈매기와 소라껍데기 등등이었었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노트북을 통해 소녀는 소라 섬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었다. 소녀는 이메일 펜팔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사는 엠마(Emma)와 호주에 사는 소피아(Sophia)와 노르웨이에 사는 노라(Nora)와 소녀는 펜팔을 했다. 그리고 서로 작은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슬픔에 빠졌다. 엠마, 소피아, 노라로부터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알게 되었다. 글을 아는 것과 책을 읽는 것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소녀는 알게 되었다. 소녀는 한 번도 학교에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소녀는 할아버지가 사준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즐거웠었다. 그런데 이제 소녀는 인터넷으로 세상을 알아가면서, 또 먼 나라에 사는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소녀는 노트북을 열고 자신의 이메일을 열었다. 미국으로부터 이메일 편지가 왔다. 소녀는 이메일 편지를 읽고 감탄을 하였다.
「나의 친구 소라리자!
보낸 편지를 잘 받았다. 네가 사는 소라 섬은 정말 멋진 곳인 거 같구나. 언제 한 번 초청해 준다면 매우 기쁠 것 같다. 여기는 날씨가 좋단다. 오늘은 학교 친구들과 시카고 네이비 피어 공원에 왔단다. 사진들을 함께 보낼게. 여기서 보트 투어도 했어. 여기 시카고에는 어마어마한 바다 같은 큰 호수가 있단다. 여기는 빅 휠 사진이야. 이걸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 멀리 시카고 시내와 호수를 넓게 볼 수가 있어. 너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여긴 네이비 피어에 있는 스윙어야. 관람차 센테니얼 휠이라고 해. 너무 무섭고 신났단다. 그 외에도 재미난 놀이기구도 많아. 모처럼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았단다. 이메일 편지와 함께 사진도 보내니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래. 그럼. 안녕~
-미국 시카고에서 엠마가-」
소녀는 사진들을 세밀히 보고 흥미를 가졌다.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노르웨이에 있는 노라 친구로부터도 이메일 편지를 받았다.
「그리운 친구 소라리자에게,
안녕! 너의 편지를 읽고 네가 사는 곳이 매우 작은 섬이라고 하니 궁금한 것이 많단다. 얼마나 작을까? 네가 보내준 그림으로 보고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친구들도 없이 너 혼자 있다니 많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리고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서 참 재미나게 지낸다는 게 신기해. 나도 네가 사는 그곳에 가보고 싶다. 여기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란다. 하늘이 참 예쁘지? 사진과 함께 봐~ 여기는 오슬로 항구야. 아주 오래된 돛단배(sailer)야. 여기 이 사진은 고대 아케르스후스(Akershus) 요새야. 멋지지? 이것은 귀엽지? 노르웨이 숲 고양이란다.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매우 똑똑한 편이야. 눈이 예쁘지? 집안에서는 조용한 편이야. 애교도 많고 사람에게 다정다감해. 어릴 적부터 키우면 주인과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많이 돼. 노르웨이 숲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데. 풍성한 털이 몸 전체를 뒤덮고 있고 털 색깔은 흰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하고 무늬도 다양해. 네가 원하면 선물로 줄 수 있어. 언제든 말해~ 오늘은 이 정도로 이야기하자. 다음에 또 봐! 안녕~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라가 보냄.」
소녀는 멀리 있는 친구들과 이메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자기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녀는 이렇게 넓은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다. 소녀는 친구들이 사는 집과 마을을 사진으로 보고 그리고 친구들이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소녀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를 따라 육지에 간 것밖에 없었고, 잠시 머물며 경험한 육지 생활에서 본 건만 해도 흥미롭고 신기했었던 소녀였었다. 이제 소녀는 더 넓은 세상을 눈으로 보고 편지로 듣고 하면서 책으로만 알았던 세상보다 더 흥미롭고 신비로워했다.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할머니와 저녁식사로 생선 튀김과 해물 탕을 먹었다. 그리고 소녀는 자기 방으로 왔다. 할머니는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소녀는 미국에 계신 마더 엘리자와 화상통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맘! 오늘은 집에 계셨네요? 출근 안 하셔요?”
“오늘은 토요일이란다. 내일은 교회에서 큰 바자회를 한단다. 그래서 우리도 쓰지 않는 물건들을 골라서 가져가려고 한단다. 혹시 우리 소라리자에게 필요한 것 있으면 사서 보낼게.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니?”
“아니요. 저…….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
“저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그런데 할머니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학교? 참, 그렇지~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었다고 했었지. 그래도 너는 똑똑하잖니? 아는 것도 많고…….”
“할아버지께서 사다준 책들을 몇 번씩 읽어서 거의 외울 정도예요. 하지만 돌아가신 제 어머니는 육지에서 대학까지 다녔어요.”
“그래, 네 할머니로부터 들었단다. 너도 언젠가는 육지로 가겠지 하시더라.”
“아뇨, 전 할머니는 홀로 섬에 계시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알고 싶어요.”
“다른 길? 여기 미국에는 홈스쿨이라는 것이 있단다. 지역상 학교가 없는 곳에 산다든지, 또는 여러 곳으로 떠돌아다니는 일을 하는 부모의 자녀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만든 제도란다.”
“홈스쿨이 어떤 거예요? 집에서 공부하는 건가요?”
“그렇지, 정부가 공부할 교제를 집으로 보내면, 그걸 가지고 집에서 부모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게 해서 그 결과를 보내면 평가해서 인정해주는 제도란다.”
“저는 부모님이 다 미국에 계시잖아요. 어떻게 하죠?”
“음……. 내가 좀 더 알아보마.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구나. 지금 우리가 서로 화상통화를 하고 있잖니?”
“네, 지금…….”
“너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어도 학교에 다닌 학생 못지않게 충분히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여기서는 혼자 있으니 불편한 것이 없어요. 하지만 도시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글쎄다. 지금껏 너와 주고받은 편지나 이렇게 화상통화를 하면서 보면 다른 학생 못지않게 너는 똑똑하단다.”
“제가 이메일 펜팔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건데요. 제가 모르는 세상이 많다는 걸 느껴요.”
“오~ 펜팔을 하는구나. 좋은 일이다. 그렇잖아도 언제 한번 너랑 함께 해외여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정말요? 와~ 신난다. 해외여행! 하지만 할머니를 홀로 섬에 계시게 할 수는 없어요.”
“물론, 할머니도 모셔야지……. 우리 딸~ 참 자랑스럽다. 내 딸이 되어준 거 너무 고맙구나.”
“저도요. 두 분이 제 부모가 되어준 것만큼 큰 선물이 없어요. 전 행복해요.”
“나도 행복하단다. 너를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있단다.”
“저도 주님께 감사해요.”
“이제 할 일이 있어서 여기서 마치자. 너의 학교 문제는 곧 알아보마. 잘 지내요! 아니 잘 자라~”
“네, 마미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소녀는 자신의 고민을 미국에 계신 마더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해외여행이란 말에 잠이 안 온다. 그래서 소녀는 인터넷으로 세계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펜팔 친구들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흥분이 되었다. 소녀는 노트북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때에 창가에서 달이 쳐다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언제부터 날 지켜본 거니?”
“뭘 새삼스럽게 호들갑이냐? 처음도 아닌데…….”
“내가 엄마랑 화상통화하는 거 다 봤지?”
“나의 임무야! 널 감시하는 게 아냐~ 내가 너만 보는 줄 아니? 착각하지 마라. 이 땅에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있는 거야.”
“어떻든 고마워~ 뭐 도움 될 게 없니?”
“없긴 왜 없어! 있지. 너무 걱정해지마. 다 잘 될 거야.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넌 초등학교부터 공부해야 할 거야.”
“초등? 뭔 소리~ 유치하게.”
“유치하긴! 그게 세상의 법도야. 얼마나 아는지 검증이 필요하지.”
“흥! 알았어. 그만 잘래!”
“잘 자!”
소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곧 소녀는 깊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