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 이야기]
8월 12일 오후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서쪽 바다 수평선 위에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인 채로 마지막 고개를 내밀고 소녀에게 인사를 했다. 창밖을 바라보던 소녀는 해가 기우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노트북을 열어 ‘우리들의 세계’의 이메일을 보았다. 소녀는 펜팔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친구들 난 내일 13일 시드니 공항에서 오후 8시 30분에 어머니와 함께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출발을 한다. 14일 오전 6시 도착 예정이란다. 그날 보자. -소피아-”
“모두 안녕! 나도 내일 13일 오슬로 공항에서 11시 35분 차로 루프트한자 편으로 나 혼자서 출발한다. 14일 오전 8시 4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이란다. 공항에서 만나자. -노라-”
“친구들 안녕! 나 엠마야, 내일 13일 시카고 공항에서 10시 20분에 소라리자 어머니와 함께 델타 편으로 출발하게 됐다. 14일 오후 4시 30분에 도착해. 모두 인천공항에서 만나자. -엠마-”
소녀는 친구들의 출발 시간에 대해 이메일을 읽고는 곧 답장을 썼다.
“모두 안녕! 너희들 이메일을 봤다. 여기도 12일이란다. 14일 인천공항에 목사님과 함께 마중 나갈게. 아마도 8시쯤 도착할 것 같아. 그러니 소피아는 어머니와 함께 공항에서 기다렸다가 8시에 출구 쪽에서 만나자. 그리고 노라가 8시 40분 도착이니까 같이 기다리자. 엠마는 나의 어머니랑 오니까 그동안 공항 근처를 관광하며 시간을 보내자. 그러고 나서 엠마를 만나자. 어때? -소라리자-”
소녀는 펜팔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14일 날에 인천공항에서 만날 약속을 확인했다. 요즘 소녀는 친구들을 만날 일을 생각하느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오늘도 해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있었다.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때에 마루에 있는 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미국 마더 엘리자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헬로, 소라리자~ 잘 지내지?”
“헬로 맘~ 잘 지내요. 엠마 하고 같이 오신다고요?”
“그래, 엠마의 어머니가 부탁을 했단다. 엠마 혼자 보내기가 염려된다고 하더구나.”
“저도 마미 오는 거 너무 좋아요. 파파도 같이 오면 더 좋은데…….”
“파파는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단다. 할머니가 고생할 것 같아서 내가 도와드려야겠지?”
“마미, 괜찮아요. 교회 권사님 한 분이 오셔요.”
“그래? 고맙구나. 너에게 줄 선물도 좀 준비해놨단다. 친구들이랑 놀 때 필요한 것들도 엠마랑 준비했단다. 그리고 어제 섬 목사님과도 통화를 했어.”
“목사님과 통화요? 교회에서도 뭔가 준비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교회 중등부에서도 마지막 날에 파티를 준비한다고 했어요. 저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걱정이 돼요. 마미~”
“그렇겠구나. 걱정마라. 여기 엄마가 있잖니?”
할머니도 손녀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할머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늘 혼자서 지냈던 터라. 친구들이랑 사람들이 몰려오니 당황스럽겠지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소녀는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할머니에게로 와 할머니 품에 안기었다. 할머니도 아무 걱정마라는 듯이 손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오늘은 소녀도 할머니도 진정이 안 되는지 텔레비전을 늦도록 시청을 했다.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소녀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오늘 나 할머니랑 자면 안 될까?”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떡이셨다. 그리고 함께 잠자리를 폈다. 할머니랑 함께 누운 소녀는 어린아이처럼 할머니를 끌어안았다. 소녀가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던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을 껐다. 그리고 마루로 나와 밝은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달도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셔서 자리에 누우셨다.
다음 날 아침에 소녀는 일찍 일어났다. 집을 나선 소녀는 소라 섬 주변을 돌아보았다. 해도 소녀를 따라가듯이 소라 섬을 더욱 찬란하게 비추었다. 소녀는 바위산 꼭대기 왔다. 예전 같으면 꼭대기 앉아서 바다를 두루 바라보며 해와 달을 찾았을 텐데, 소녀는 등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녀는 등대 위로 올라가 등광을 살폈다. 그리고 등광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소녀는 가끔 등대에 올라와 주변을 살피고 등광을 살피며 혹시나 새들이 와서 새똥을 흘리지나 않았는지 살피곤 하였다.
소녀는 등대 아래로 내려왔다. 등대 옆에는 아담한 집이 있다. 소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친구들이 오면 함께 지낼 수 있게 꾸며놓은 장식과 침대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한 침대 위에 소녀는 벌렁 드러누웠다. 소녀는 천장에 달려 있는 미국식 장식의 전등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국적인 창문 무늬에 유심히 바라보던 소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소녀는 창문틀을 손으로 만져보며 살폈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본 소녀는 멀리 갈매기들이 하나 둘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이 창가로 날아왔다. 소녀는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두 손으로 갈매기들에게 흔들어주었다. 갈매기들도 창문 주변을 맴돌다가 멀리 날아갔다.
소녀는 바위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소녀는 엄마 동굴로 갔다. 옛날에는 동굴이 어두워 호롱불을 켜 놓고 있었는데, 지금은 태양발전기로 동굴 안에도 전등불을 켰을 수가 있게 되었다. 동굴 안에는 침대가 하나 있고, 책상과 장식장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긴 소파 하나가 있다. 소녀는 책상 앞에 앉아 엄마의 일기장 하나를 꺼내어 열었다. 그리고 소녀는 엄마의 일기장을 읽었다. 언제나 엄마의 일기장을 소녀는 소리 내어 읽었다. 엄마가 들을 거라는 생각을 소녀는 하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덥다. 장마가 지나간 지 이틀이 되었다. 햇볕이 너무나 따갑다. 오늘은 동굴에서 자야겠다. 육지에는 전기가 들어오니 집집마다 선풍기를 틀어놓아 시원한 바람이 있지만, 여기는 전기가 들어오지 못한다. 이런 날은 어머니는 마루에 앉아서 연시 부채질을 하신다. 하지만 동굴에 있으면 묘하게도 바람이 동굴로 불어와 시원하다. 오늘은 어머니를 꼬여서 여기서 자자고 말해볼까? 마침 아버지는 바다로 나가셨으니 며칠은 집에 돌아오시지 않을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자.”
소녀는 엄마의 일기장을 덮고는 동굴을 둘러보았다. 그때에 소녀는 선풍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참, 그렇지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셨네. 이제는 전기가 들어오잖아. 엄마는 보고 계실까? 여기 동굴에는 전등이 있고 선풍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시면 엄마는 깜짝 놀라시겠지.”
소녀는 소파에 앉아서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하늘에서 엄마가 동굴 쪽을 바라보실 것만 같았다. 소녀는 고개를 길게 동굴 바깥쪽으로 뽑으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파도소리뿐이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을 나왔다. 그리고 바위 산 아래로 내려왔다. 소녀는 해변 길을 따라 걸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소녀는 친구들이랑 여기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였다. 이 길은 바위가 많고 파도가 거칠어 수영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한 소녀는 낚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집에 도착한 소녀는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할머니 옆으로 가 마루에 앉았다. 이때에 전화가 울렸다. 소녀는 마루 위로 올라가 전화를 받았다. 섬 목사님의 전화였다.
“안녕, 내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몇 시인지 다시 알려주렴.”
“네, 소피아가 6시 반쯤 도착하고, 노라가 8시쯤 도착해요. 그리고 엠마가 오후 5시쯤 도착이에요. 우리가 일찍 올라가야 하지요?”
“그렇구나. 아무래도 인천공항에는 8시까지는 도착해야 할 것 같구나. 그러려면 우리가 새벽에 여기를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새벽이요? 몇 시요?”
“ 새벽 3시 반차가 있으니깐. 적어도 3시까지는 터미널에 도착해야겠지. 교회 집사님이 배로 터미널까지 태워주신다고 했단다.”
“그럼 전 몇 시에 일어나야 해요?”
“늦어도 2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교회에서 출발해서 소라 섬에 갔다가 육지로 가려면 말이다. 소라 섬에서 육지까지는 40분 걸리잖니.”
“그럼 전 안 자고 있을 게요.”
“그럴 거면 차라리 저녁에 교회로 와 있으면 어떠니? 그럼 집사님도 편할 거고…….”
“네, 할머니랑 의논해 볼게요.”
소녀가 통화하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소녀는 할머니를 쳐다보다가 다시 목사님께 말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하라 해요. 저녁식사하고 기다릴게요.”
“그래. 이따 저녁에 보자.”
소녀는 수화기를 전화기에 얹고 할머니에게로 왔다. 할머니는 손짓으로 아침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셔서 밥상을 가지고 마루로 오셨다. 둘은 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맛있게 아침식사를 했다. 바닷가에는 아침에는 바다에서 섬으로 바람이 불어오고 저녁에는 섬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