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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이의 선물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은정이의 선물


어느 날 은정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저녁에 영화 상영이 있다고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봄과 가을이 되면 학교에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무료 영화를 상영해 주는 행사가 있었다. 은정이네 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 영화다!"


은정이도 마음이 설렜다. 은정이는 무슨 영화일까 매우 궁금해하였다. 해마다 학교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를 은정이는 늘 재미있어하였다.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저녁이었다. 은정이는 저녁식사를 일찍 먹고는 아빠와 엄마와 함께 학교의 운동장으로 왔다. 학교 운동장에는 마을의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학교의 교실 있는 건물 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음 사람들은 운동장에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은정이도 아빠와 엄마와 함께 잘 보이는 장소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학교의 운동장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교감선생님이 마이크로 인사의 말씀을 하시고는 영화 제목을 알려주셨다.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무더위가 떠나고 선선한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마을 분들을 위하여 해마다 좋은 영화를 선정하여 상영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성냥팔이 소녀]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학교 교실 벽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는 '성냥팔이 소녀'라는 커다란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학교 운동장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영화를 관람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부모랑 형과 누나랑 함께 영화에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 은정이도 아빠와 엄마와 함께 앉은 채로 영화을 집중해 보고 있었다. 가난한 성냥팔이 소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성냥을 사세요 하며 팔고 있었다. 그러나 어두워지는데 소녀는 성냥을 다 팔지 못했다. 소녀는 추위에 떨면서 몸을 녹이기 위해 성냥 하나를 꺼내어 불을 켰다. 하지만 성냥불은 오래가지 못하고 꺼졌다. 소녀는 다시 성냥을 하나 둘 피워갔지만 결국 꺼져가는 성냥불처럼 소녀는 서서히 얼어 죽어가고 말았다.

은정이는 성냥팔이 소녀가 너무 불쌍해서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옆자리에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눈물을 닦는 모습을 은정이는 보았다. 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 많은 분들도 영화가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었다. 참으로 슬픈 영화였다. 은정이는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었다. 집이 없어 추위에 떨며 성냥불에 몸을 녹이던 소녀가 은정의 눈에 자꾸 어른거렸다.


"그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도와줘야 해!"


은정이는 골똘히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은정이는 자기가 쓰지 않는 인형들을 모두 모아 친구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따뜻한 털장갑을 여러 개를 샀다. 그리고 은정이는 예쁘게 포장을 하여 고아원을 찾아갔다. 은정이가 사는 동네에는 작은 고아원이 있었다. 고아원 원장님은 은정이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눈물을 흘리시면서 은정이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손이 시리지 않게구나. 참 고맙다."


은정이는 고아원을 돌아서서 나오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자신도 모르게 은정이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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