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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해를 바라보다

[소라 섬 소녀 그리다]

by trustwons

종일 시카고대학교에 있는 도서관과 기숙사를 오가며 지내었던 소녀는 황급히 샴버그 집으로 돌아왔다. 마미 엘리자와 대화를 가졌던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나왔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여 가는 때였다. 소녀는 담장 너머에 해를 애수에 젖은 채로 바라보았다. 해는 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는 소녀에게 힘껏 햇빛을 비추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너무 애쓰지 마! 네가 날 위로하려고 하는 거 잘 알아!"


소녀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잠잠해졌다. 사실 소녀는 소라 섬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소녀의 생각을 놓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하늘 아버지의 은혜로 기쁜 소식을 소녀는 인터넷으로 들었던 것이었다. 육지에 사는 한 소녀가 소라 섬에 있는 노인요양원에 간호사로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기로 마음을 먹고 소녀가 쓰던 방을 숙소로 사용한다는 소식이었다.

소녀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외로울 할머니 곁에는 소녀 대신 간호사인 그 소녀가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었다. 소녀는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소녀는 할머니를 친할머니처럼 잘해드린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소녀는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것이었다.


"음, 내 할머니를 빼앗긴 기분이 들지..."


소녀는 해를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해도 마음을 놓고는 소녀에게 살짝 해무지개를 비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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