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찬욱이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아파서 자리에 누었습니다. 이날은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어머니는 냉면을 먹으면 몸이 좀 좋아질 텐데라고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찬욱이는 어머니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찬욱이네 집은 방 한 칸과 부엌이 전부였습니다. 찬욱이는 공부를 하다가 어머니가 혼자 말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제가 냉면을 사 올까요?"
"네가 어떻게 사 오겠니? 종로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찬욱이는 이제 겨우 3학년이었습니다. 찬욱이는 한 번도 서울 시내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찬욱이는 돈암 국민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에는 선생님이 인도하셔서 창경원에 가본 일 외에는 멀리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찬욱이가 어머니를 위해 냉면을 사러 종로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잘 가르쳐주시면 갈 수 있어요."
"우리 착한 찬욱이...."
어머니는 찬욱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시더니 목이 메셨습니다. 찬욱이는 어머니를 졸라대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종로 어디예요?"
어머니는 찬욱이가 자꾸 졸라대는 바람에 종로로 가는 길을 종이에 적어주었습니다. 찬욱이는 무더운 날씨에도 상관하지 않고 냉면을 사러 집을 나와 전차를 타고 종로로 향했습니다. 찬욱이네 집 앞에는 전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찬욱이는 전차를 타자 바로 기관사님께 쪽지를 보여드리고는 종로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찬욱이는 기관사님 바로 뒤에 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찬욱이는 차창밖으로 보이는 집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찬욱이는 손에 들고 있는 쪽지를 보고 또 보고 하였습니다.
"여기가 종로다!"
기관사님이 찬욱이에게 소리쳐 말해주셨습니다. 바로 종로에서 찬욱이는 전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찬욱이는 쪽지에 적힌 대로 냉면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간 냄비에 냉면을 받아서 들고 다시 전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찬욱이가 전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에 냄비 속에 냉면은 퉁퉁 불었습니다. 찬욱이는 그런 줄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냉면 사 왔어요."
찬욱이 어머니는 찬욱이가 사 온 냉면이 담긴 냄비를 열어보았습니다. 정말 냉면이 퉁퉁 불어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냉면을 맛있게 다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찬욱이에게 빈 냄비를 보여주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착한 찬욱이 덕분에 엄마가 냉면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더니 힘이 솟는구나! 고맙다. 찬욱아~"
찬욱이는 아직도 이마에서 땀이 송송 맺혀 있었지만 어머니가 냉면을 맛있게 드시고 빈 냄비를 보여주시는 모습을 눈으로 촬칵하고 찍었습니다. 그리고 찬욱이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매우 기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