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착한 건만 닮고 명 짧은 건 닮지 마라

[책 속에 생각을 담다]

by trustwons

54. 착한 건만 닮고 명 짧은 건 닮지 마라


허리 굽은 늙은 소나무의 껍데기를 쓰다듬던 아버지가 거기에 등을 기대고 섰다. 송화도 아버지 옆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이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마을을 내려다보면 답답하던 속이 풀리곤 하였다. 그런데 그날은 저기 저 길 끝까지 달려보고 싶더라. 마냥 걸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지. 돈 벌어서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말은 핑계였는지 모른다. 그 길이 고생길인 줄도 모르고…….”

“아버지두, 가슴이 답답하면 노래를 부르면 되는데, 나두 속상하면 여기 와서 혼자 노래 부르곤 한걸요.”

“아버지는 꼭지가 덜 떨어졌었거든, 송화가 그런 아빠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제가 엄마를 닮았다면서요?”

“누가 그러던?”

“할머니 가요.”

“그래, 송화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네 엄마……. 착한 사람이었지. 너는 네 엄마 착한 것만 닮고 명 짧은 것은 닮지 마라.”

아버지는 잠자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공연한 말로 아버지를 슬프게 한 것 같아 송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달님은 알지요/김향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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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아빠를 그리워하던 송화는 12년 만에 아빠를 만났다. 시골 뒷동산 언덕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있었다. 소나무에 기대선 아빠 곁에 함께한 송화의 마음은 멀리 마을을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과 같았다. 엄마를 많이 닮은 송화에게 아버지는 ‘착한 건만 닮고 명이 짧은 것은 닮지 말라 하셨다.

송화는 엄마의 얼굴을 모르지만 아버지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송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송화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송화는 아버지를 슬프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명이 짧아서 세상을 일찍 떠난 엄마와 송화가 아기일 때에 시골을 떠나간 아버지를 송화는 늘 그리워하였던 것이다. 그런 송화를 위로해주고 힘을 주는 것은 달님이었을 것이다. 달님은 무엇을 알까요? 송화가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지를 아는 것이죠. 이처럼 세상의 어린이들은 그리움과 꿈을 품고 산다는 것을 달님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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