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동서양이 다르다

[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by trustwons

56. 동서양이 다르다


친구 지아와 헤어진 소녀는 국제기숙사로 돌아오자 바로 짐을 싸고는 기숙사를 떠났다. 소녀는 마미 엘리자가 사준 자동차를 타고 샴버그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으로 들어선 소녀는 거실에 홀로 소파에 앉아 계시는 엘리자를 발견하였다.


“하이, 마미!”

“어서 와, 리자~”


소녀는 곧바로 엘리자에게로 갔다. 그리고 엘리자 옆에 앉았다. 엘리자는 손에 있던 커피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티브이를 껐다.


“왜, 티브이를 끄세요?”

“응? 그냥~”


소녀는 티브이 리모컨을 집어 들어 다시 켰다. 그러자 한국방송이 나왔다.


“이건 한국방송이네요? 동이?”

“응, 너무 흥미로워서 자꾸 보게 되는구나.”

“전에도 보셨잖아요. 또 보세요?”

“볼수록 너무 재미있단다. 자꾸 보게 되네.”

“저도 재밌어요. 옛날에 할머니랑 보았던 심청전도 생각이 나요.”

“심청전? 어떤 내용이지?”

“맹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어린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물에 빠져 죽는 이야기예요.”

“어머나, 왜 물에 빠져 죽니?”

“이야기하려면 길어요. 제가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올게요.”

“그래, 보고 싶다. 궁금하구나!”

“동이 드라마도 재미있어요. 진실을 위해 끝까지 버티는 동이가 참 멋져요.”

“진실을 위해? 그렇구나! 난 단지 한국의 옛 모습이 신기해서 본단다.”

“저는 조선의 나라가 이해 되지 않는 게 많아요.”

“조선의 나라? 멋진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 그래 이반 교수님과 식사를 했다면서?”

“네, 그리고 좋은 대화도 나누었어요.”

“무슨 대화를 했는데?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요. 정리해서 제출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랬구나.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명확히는 알기에는 나도 모르겠더라. 한번 정리해서 내게도 보여줄 수 있겠지?”

“네, 그런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도와줄까? 이반 교수님을 잘 아니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해주시면 저는 더욱 좋지요.”


소녀는 마미 엘리자와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하느라 텔레비전은 혼자 떠들고 있었다. 이미 동이 드라마는 끝났고 말았다.


“어머, 동이가 끝났구나. 오늘 저녁식사는 뭐로 해줄까?”

“마미, 저도 같이 준비해요.”

“그래 그게 좋겠다. 같이 준비해보자.”


소녀는 마미 엘리자와 함께 주방으로 갔다. 그리고 저녁식사로 토마토 스파게티와 된장국과 불고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토마토 스파게티는 소녀가 매우 좋아하는 서양 음식이었다. 불고기는 파파 스미스가 매우 좋아하는 한국음식이었다. 여기에다 된장국을 겹들이면 스파게티 하고도 불고기 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을 엘리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할머니가 보내준 소라 섬 김치를 겹들이면 최고의 저녁식사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소녀와 마미 엘리자는 저녁식사를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에 파파 스미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와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어머, 파파가 오셨어요.”


소녀는 하던 일을 놓고 바로 현관으로 갔다. 그리고 파파 스미스에게 인사를 하고 가방을 들어주었다. 스미스는 소녀가 자신의 가방을 받아주는 것을 처음엔 놀라워했었으나 지금은 매우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방을 소라리자에게 건네주고 있다. 스미스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함께 이층에 있는 스미스의 서재로 갔다. 소녀는 이럴 때가 제일 흐뭇하게 생각을 하였다. 어릴 적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빠와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는 식탁 위에 준비해 놓은 음식들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소녀는 파파 스미스와 함께 이층에서 내려왔다. 스미스는 세면실로 가서는 간단하게 손을 씻고 식탁에 와 앉았다. 엘리자도 소녀도 함께 식탁에 앉았고, 스미스가 식사기도를 한 후에 모두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오늘 저녁식사를 너무 맛있었습니다.”

“불고기와 된장국은 소라리자가 만들었어요.”

“어쩐지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어. 특히 된장국이 일품이었어!”


소녀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 소녀의 모습을 보고 엘리자와 스미스는 크게 웃으시면서 박수까지 쳐주었다. 엘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 녹차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때에 소녀가 따라 일어나서는 물을 끓이고는 마미 엘리자에게서 빼앗듯이 다기와 차를 받아 들었다. 스미스는 재빨리 식탁 위에 음식 그릇을 치웠다. 엘리자와 스미스는 식탁으로 와 앉았다. 소녀는 할머니한테 배운 대로 다기와 다관 그리고 뜨거운 물로 차를 달여서 파파 스미스와 마마 엘리자의 앞에 조심스럽게 찻잔을 놓았다. 먼저 스미스가 찻잔을 서툴게 들고 차를 마셨다. 엘리자도 찻잔을 들고 차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


“역시 한국 녹차는 일품이야! 뭔가 매력이 있어요.”

“맛도 그렇고 향도 마실수록 최고야!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야.”

“커피 하고는 또 다른 분위기를 줘요.”

“그렇군요. 동서의 문화적 차이를 말해주는 것 같아!”


스미스와 엘리자는 소녀가 따라주는 차를 마시며 차분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소녀도 함께 차를 마시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파파, 마미, 동서의 문화적 차이라면……. 어떤 것이지요?”

“음, 여기 차를 보려무나. 차와 커피가 서로 다르지! 어떻게 다를까?”

“음…… 커피를 마시면 활력이 생기고요. 녹차를 마시면 차분해져요.”

“그래, 사람도 그렇구나! 서양인은 활동적이지만 동양인은 비활동적이지.”

“그 외에도 다른 점들이 많을까요?”

“많지, 언젠가 한국인 변호사와 많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단다. 그때에 그 한국인 친구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무슨 얘긴데요?”

“그러니깐, 방을 청소할 때에 한국인은 문 쪽으로 쓸어낸다고 하지. 서양인은 문에서 방 안으로 쓸어낸다고 해. 그리고 돈을 세는 방식도 다르고, 수를 셀 때에도 동양인은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하나 둘 세고, 서양인은 주먹을 진 상태에서 하나 둘 센다더구나.”

“맞아요. 제가 학교 식당에서 봤는데, 카레 음식을 먹는데, 미국인은 숟가락을 안에서 밖을 떠먹어요. 전 밖에서 안으로 떠먹었거든요. 그리고…….”


소녀와 파파 스미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만족해하며 바라보던 마미 엘리자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서 말했다.


“그리고 또 뭔가 있지?”

“전 처음에 미국에 오기 전이에요. 소라 섬에서 혼자 영어를 배울 때에 한국말과 영어가 서로 거꾸로 되어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그러니까, 한국말에는 주어 다음에 동사가 오지 않고 맨 끝에 와요. 그런데 영어에는 주어 다음엔 꼭 동사가 먼저 와요.”

“오~ 그래, ‘아이 러브 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렇구나!”

“전 그래서 동서양의 다른 점에는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생각을 했어요.”

“우리 딸~ 똑똑하구나! 그 외에도 많을까?”


엘리자는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소녀에게 더욱 다가갔다. 소녀는 마미 엘리자를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스미스도 흥미롭다는 태도를 보이며 소라리자를 주시해 보고 있었다.


“음, 특히 한국의 가정에서는 ‘나’ 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써요. 우리 집, 우리 부모, 우리 학교, 우리나라 등등이요. 그런데 미국인은 나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깐 동양에는 집단적 의식을 많이 가지는 편인데 비해 서양에는 개인적 의식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어느 쪽이 좋고 안 좋고 보다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에요.”

“오호, 매우 놀라운 발견인데……. 어떻게 알았지?”

“조금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책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더 많이 이해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구 상에 인간의 세계는 동서양으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즉 인간세상을 이원론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구나! 우리 소라리자는 특출한 면이 있어. 보통 아이들이랑은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니?”


엘리자는 소녀를 바라보면서도 늘 놀라울 때가 많았었다. 오늘은 더욱 놀라워했다. 그래서 소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매우 궁금해하였다.


“마미, 사랑해요. 저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마미 덕분이에요. 사실 저는요. 성경과 소라 섬이 저에겐 유일한 벗이었어요. 어느 날 할머니와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자 해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야지 하면서 해가 떠오르기 전에 제가 먼저 바다가로 나오곤 했었어요. 그러면서 저는 자연과 벗이 되고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실은 제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요.”

“어머, 그랬었구나! 우리 소라리자가 외롭게 지내었네.”

“아니에요. 외롭지 않았어요. 저는 덕분에 자연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제게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어요. 저는 자연에서 하나님을 많이 발견했어요. 아니 가끔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가 많았어요. 성경이 그것을 제게 깨닫게 해 주었어요.”

“어머나! 우리 딸~ 사랑해!”


엘리자는 소녀의 그런 모습을 듣고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가 그만 소녀를 힘껏 껴안았다. 소녀도 마미를 힘껏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파파 스미스도 안아주었다. 다시 자세를 바로 한 소녀는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요. 소라 섬에 있을 때에는 몰랐었는데, 미국에 와서 교회의 친구들도 사귀고, 도시에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이 왜 사람을 사랑하는지를 조금 알게 되면서 더 깊이 알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세상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 나도 힘껏 도와주도록 할게. 나도 이제 조금 너의 관심에 흥미로워졌다.”


스미스는 소녀의 말을 듣고는 더 심각해져서는 소녀가 공부하려는 것에 적극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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