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동굴 입구에 소녀가 홀로 앉아 있었다. 그때에 동굴 안으로 메아리처럼 소리가 들려왔다.
“소~라~리~자! 소~라~리~자!”
소녀의 친구들이 소녀를 찾아 동굴 아래에 와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동굴 아래를 향하여 소리쳤다.
“나~ 여~기~ 있~어~ 동~굴~에~ 있~어~”
소녀가 외치는 소리가 동굴 아래로 메아리쳐 울리며 퍼져나갔다. 엠마와 노라와 소피아는 씩씩대며 동굴 위로 올라왔다. 엠마는 소녀를 보자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혼자 여기에 있는 거니?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여기로 발걸음이 옮겨왔어.”
소녀가 그렇게 말을 하자 소피아가 숨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야~ 해변에도 가보고 낚시터에도 가보고 그랬다! 소라 섬이 작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더라.”
소피아의 뒤를 따라온 노라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녀의 주변을 살폈다. 책상 위에 일기장이 펼쳐진 채로 놓여 있었다.
“엄마의 일기장을 봤구나! 오늘 바다낚시 때문에 엄마 생각을 한 거였어?”
“미안해! 그렇게 됐어. 혼자 있을 때보다 요즘은 더 엄마가 생각이 나는 것 같아.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안되기는……. 너의 마더 엘리자도 이해할 거야. 솔직한 것이 좋은 거야.”
엠마가 소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노라도 소피아도 소녀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쳐주었다. 그리고는 나란히 동굴 입구에 바닥 위에 모두 앉았다. 밤하늘에 달이 유난히 밝았다. 별들도 어쩜 그렇게 초롱초롱할까 하는 생각을 소녀의 친구들은 하고 있었다. 소녀는 종종 동굴에 와서 이렇게 바닥에 주저앉아서 종일 달과 별들을 바라보면서 밤을 새우는 날이 있었다. 오늘 밤은 동굴 입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녀는 앉아 있다. 이때에 소피아가 말했다.
“우리 여기서 밤샐까?”
“그거 재미있겠다. 나도 가끔은 창문에 앉아서 종일 밤을 지새우던 날이 있었어.”
노라는 노르웨이에서 밤을 지새웠던 일을 생각하며 말했다. 엠마와 소피아도 그렇다고 나서서 말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
“그럼 여기서 밤을 새우도록 하자. 먼저 자는 사람에게 벌칙으로 뭘 정하자!”
소피아가 말하자 노라도 대찬성이라는 듯이 벌칙을 말했다.
“그것도 재미있겠다. 난 자신 있어~ 벌칙으로 아침에 발 씻겨주기 어때?”
“좋아!”
소녀와 엠마와 소피아도 노라의 의견에 찬성을 했다. 그리고 소녀들은 입을 꽉 다문채로 단단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엠마가 말을 꺼냈다.
“우리 너무 긴장하는 거 아니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면 안 될까?”
소녀도 노라도 소피아도 긴장을 풀고는 어깨를 피고 양손을 위로 올려 기지개를 했다. 엠마도 두 손을 올려 기지개를 했다. 그때에 소녀가 입을 열었다.
“밤을 지새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좋은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해! 난 밤을 새우기 위해 지새운 것은 아니었어.”
“그래 소라리자의 말이 맞아~ 무슨 좋은 생각이 없을까?”
엠마가 그렇게 말하자 소피아가 나서서 말했다.
“우리 서로 자기의 생각을 나누기 하자. 적어도 10분 이상을 말하기로 하자!”
“소피아! 멋진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 모두 찬성?”
엠마가 소피아의 생각에 대해 의견을 묻자 모두 찬성을 했다. 그때에 노라가 말했다.
“그거 알아? 데카메론. 페스트 전염병으로 산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그런 거~”
“맞아~ 너 그 책을 읽었어? 우리들에게는 맞지 않은 것 같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도 나오던데…….”
엠마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때에 소피아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있다가 말했다.
“우리도 제목을 붙이자. 이거 어때? 나이트 텐 걸스(Night Ten Girls). 오늘 밤의 열 시간의 소녀들의 이야기란 뜻이야.”
“그거 괜찮다. 그렇게 하자!”
노라가 반기듯이 동의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소녀도 엠마도 따라가기로 했다. 소피아는 신났다는 듯이 말했다.
“누가 먼저 시작할래!”
엠마가 노라를 지적하며 먼저 하라고 손짓을 했다. 노라는 생각하는 듯이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 이야기야~ 어두운 밤길을 혼자서 걸어가던 소녀가 있었어. 가을밤이었지.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작은 언덕의 숲이 있었어. 소녀는 두려웠지. 손에는 호롱불 등을 들고서 말이야. 주변이 너무 조용했어. 이날에는 부엉이 울음조차도 없는 거야. 소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본 거야. 소녀가 언덕 위에까지 왔을 때에 저 아래에 마을의 불빛이 보였어. 소녀가 막 빠른 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걸었지. 그런데 소녀는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소녀는 확 뒤를 돌아보았지. 아무도 없었어. 소녀는 더 빨리 뛰다시피 걸었지. 그러면 소녀는 빨리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어. 소녀는 거의 마을에 들어섰을 때에 안심할 수가 있었어. 그리고 생각했지. 뭐였지? 그리고 소녀는 천천히 걸었어. 그때에 소녀는 알았지. 소녀를 뒤따라오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야.”
“그래 무엇이었어?”
소피아가 긴장한 듯이 다그쳐 물었다. 노라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소녀의 그림자였던 거야. 호롱불에 비친 자기의 그림자인 거지.”
소피아는 길게 숨을 쉬었다. 소녀와 엠마도 긴장이 풀렸는지 웃었다. 이때에 소피아가 노라에게 말했다.
“그 소녀가 바로 너였지?”
“어떻게 알았니? 사실은 나의 경험이었지. 그 후에는 담력을 키웠지.”
“어떻게?”
“체력단련을 했지. 나의 어머니께서 방법을 가르쳐주셨지.”
“다음은 누가 이야기를 할래?”
엠마가 그렇게 말하자 소피아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할래, 내가 사는 곳은 바닷가잖아. 어느 날 친구들과 해변에서 놀았거든. 수영도 하고 모래사장에서 공놀이도 하고 조개 줍기도 하고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었지. 해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거야. 너무 뜨거웠지. 그래서 더위를 식히려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지. 좀 더 깊은 곳으로 갔지. 물고기들이 지나다니고 해초류도 여기저기 보이는 거야. 그런데 바위들에서 해초류가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는 거야. 해초 사이로 바위틈에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였어. 당황했지. 웬 여자아이지 하며 숨을 쉬려고 물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거든.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잘못 봤나 생각하고 계속 수영을 했지. 사실은 호기심이 생긴 거였지. 그러자 저쪽 바위 사이에 여자아이의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그쪽으로 갔지. 가까이 가니깐 없는 거야. 이상하다 하고 물 위로 와 숨을 고르고 다시 내려갔지. 나중에 알았는데 인면 상어였어. 큰일 날 뻔했던 거야. 다행히 그 상어는 사라져 버렸어. 이상 끝.”
“재미있다. 그럼 내가 할까?”
엠마는 자기 차례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이야기는 우리 동네의 이야기야. 일리노이의 웨스트베리 공원 근처에 홀로 사시는 매트 존이라는 할아버지가 있었어. 할아버지는 은퇴 후에 부인과 함께 살면서 웨스트베리 공원에 와서는 그림을 그리며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 부인을 잃은 후에도 여전히 공원에 와서 그림을 그리셨어. 그리고 마을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할 아주 작은 갤러리를 차렸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늘 똑같은 그림만을 그리시는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그림을 1달러에 파시는 거야.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에게 왜 자신의 그림을 1달러에 파는지를 물었어.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1달러는 그림 값이 아니라 그림을 그려준 수고의 팁이라고 말했어. 마을 사람들은 비웃으며 할아버지의 그림에 무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래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똑같은 그림을 매일 그리시는 거야.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는지 몰라. 그러던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 거야. 할아버지의 갤러리는 계속 열리는 거야. 아침이 밝아오면 열고 저녁에 어둠이 오면 닫는 거야.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갤러리에 와서 구경을 하고 그림을 1달러에 사가는 거야. 이런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신문기자가 취재하게 되었지. 도대체 누가 할아버지의 갤러리를 열고 닫는지 매우 궁금했었지. 그래서 기자는 숨어서 지켜본 거야.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지. 매트 존 할아버지의 어린 중손녀인 10살 된 소녀가 매일 할아버지의 갤러리를 열고 닫고 했던 것이었어. 기자가 그 이유를 소녀에게 물었지.”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소녀와 소피아와 노라는 소녀의 대답이 궁금했었다. 그러자 엠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 소녀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어. 할아버지는 매일 공원에 가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보는 공원이 똑같다고 생각해서 공원에 대해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러시면서 저에게 말했어요. 언젠가는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될 거란다. 그러니 매일 갤러리를 열어 놓으라고 했어요. 할아버지는 웨스트베리 공원의 같은 장소만을 그리신 이유를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라셨어요. 그리고 매일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셨어요. 산과 들 그리고 새들과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모두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 서로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는 말씀을 제게 늘 하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모든 그림들은 같은 그림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시면 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자 기자는 감탄을 하고는 소녀의 이야기를 신문에 보도했어. 그 후에 마을 사람들은 어떤 것도 무관심하게 보지 않게 되었다는 거야.”
“와우~ 할아버지는 멋진 분이시다. 그래서 이름이 매트 존이었구나!”
소녀가 감격해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노라와 소피아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엠마는 웃으며 말했다.
“와~ 소라리자는 예리하구나! 맞는 말이야. 할아버지의 이름은 매트 존이잖아? 주님의 은혜의 선물이란 뜻이야. 그 선물이 뭘까?”
이때에 소녀는 엠마의 손을 잡아주고는 노라와 소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그 할아버지는 믿는 분이실 거야.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고 보아. 그것은 할아버지도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되었을 거야.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더욱 알게 되었을 거야. 그것을 중손녀에서 가르쳤을 거야.”
“대단해! 넌 볼수록 놀라워~ 그런 것을 어디서 배운 거야?”
노라와 소피아는 감탄을 하면서 소녀에게 물었다. 엠마도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자 소녀는 작심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잖아~ 난 누가 가르쳐주지? 내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만 했어. 그래서 책들을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어.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어. 모든 궁금한 것은 성경에 다 있단다. 성경을 통해 해답을 찾아라. 그렇게 말씀하셨어. 너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니? 세상의 것들을 배우잖아? 난 성경과 소라 섬의 자연에서 배웠어.”
그러자 노라와 소피아와 엠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녀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이어서 말을 했다.
“한 가지 예를 말해볼게, 동물농장에 대한 책을 읽었겠지? 그것은 동화책이 아니었어. 그것은 동물들을 선동하는 것이었지. 그래서 주인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어 저항하도록 하는 것인 거야. 이것을 난 성경을 통해 생각했지. 그랬더니…….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게 됐어. 그런데 부모를 불신하고 국가를 불신하고 부자를 불신하고 어른들을 불신하고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이었어. 난 놀랐지. 세상이 그렇구나 하는 것을 조금 이해하면서 놀랐어.”
엠마와 노라와 소피아는 뭔가를 이해하겠다는 듯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밤이 새도록 소녀와 친구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누었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소피아가 말했다.
“우리 해를 보러 가자!”
소녀와 친구들은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해변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바다 위로 나오지 않았다.
“와~ 이제 우리가 해보다 먼저 왔잖아. 그치?”
“맞아, 오늘은 해를 맞이할 수 있겠다. 많이 기대가 돼!”
모두들 동해를 바라보며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저 끝 수평선에서 해가 머리를 내밀며 바다 위로 나왔다. 그러자 소녀들은 고함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에 해는 반가워하며 햇무리를 일으켰다. 해는 하늘과 바다 위에 햇빛으로 무지개처럼 아름다움으로 채우며 솟아올랐다. 친구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기뻐하며 신났다. 이때에 소녀가 친구들에게 물었다.
“어때, 어제나 옛날이나 지금의 해와 똑같아?”
“그래~ 똑같아! 멋있어! 정말 아름다워~”
소녀의 친구들은 모두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소녀는 힘을 주며 말했다.
“어젯밤에 엠마의 이야기를 잊었구나.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면이 있어. 나는 언제나 해를 보면서 새로움을 느껴~”
“그렇구나! 몰랐다. 너무나 황홀함을 느끼다 보니 깜빡했어.”
소녀는 안타깝다는 심정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왜? 모를까? 창조주 하나님을 모를까? 우리로 창조주를 알게 하시려고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말이다. 오늘도 나는 해를 통해 알게 되었어. 어젯밤에 엠마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무엇을 알게 되었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을 말이야. 세상에 모든 것이 다 변해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늘 똑같다고 하면서 별 관심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이 만든 것들에게만 관심이 많아. 그러면서 늘 두려워하고 있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걸 어떻게 알아?”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거지. 그 외에도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을 알게 되지.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우리의 존재와 가치뿐이야.”
“우리의 존재와 가치?”
“그럼, 사람들은 자기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그러면서 서로 무시하고 남을 지배하려고 해. 그러니깐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만 관심을 가지면서도 두려워하고 있어. 왠지 알아? 자기들의 존재와 가치가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야.”
“아~그런 거 같아. 자연보다 사람이 두려운 거야. 오늘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