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진희는 집 앞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잔디 위에 두 팔을 베개 삼아 누었다. 오전에 억수같이 내렸던 비가 그치고 언제 비가 왔지 할 정도로 매우 맑은 하늘에 흰 구름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진희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배운 것이 생각이 났다.
“저 구름들도 저절로 생겨났구나. 구름들이 흩어지다 사라지고, 서서히 나타나더니 큰 구름이 되고 그러네!”
진희는 사회 선생님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가르쳐준 것을 하나하나 되씹고 있었다.
“애들아!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세상이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저절로 생겨났다고 생각하니?”
진희도 아이들도 아무 말을 못 했다. 선생님은 스크린 화면으로 세계지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도시들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보았지? 이 세상과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만들었어요.”
“그래? 그럼 사람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동물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선생님은 스크린 화면으로 여러 나라의 인간들의 모습과 다양한 동물들을 보여주었다. 진희도 아이들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사람들의 진화과정을 나타내는 그림을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잘 봐라! 이것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이야. 처음부터 인간들이 우리처럼 생겨난 것이 아니야. 최초의 인간을 유인원이라고 말하지. 보이지? 뭐처럼 생겼니?”
“원숭이요!”
“그렇지? 원숭이와 비슷하지? 유인원은 거의 원숭이처럼 침팬지에 가까운 모습이었지. 그런 인간은 서서히 진화하면서 오늘의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된 거야.”
진희와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씩 웃었다. 어떤 아이는 원숭이 흉내를 내고, 어떤 아이는 킹콩 흉내를 내면서 교실이 시글시글 해졌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계속 말했다.
“자자, 그만 조용! 알겠지? 인간은 처음부터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에서 진화해 온 거야. 그럼 원숭이는 어디서 왔을까?”
진희와 아이들은 골똘히 생각하느라 교실이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다시 스크린 화면으로 진화 계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이게 바로 생물의 진화의 계보야! 결국은 뭐지?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다는 거지. 물속에 있는 여러 원소들이 갑자기 번개로 인해 결합되면서 아주 작은 생명체가 등장한 거야.”
“.....”
“너희들도 놀랐지? 그러니깐 생명이 생겨난 것은 우연인 것이지.”
진희와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면서 야단들이었다,
“야! 넌 우연히 생겨났어! 너도, 너도, 너희 조상은 우연인 거야~”
“조용~”
“선생님! 그럼 그 물은 어디서 생겨났어요?”
“좋은 질문이다. 물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알 수 없지. 그냥 있었다고 보는 것이지. 저절로 생겨났다고 보는 거야. 우리 주변에서 그런 현상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니?”
“맑은 하늘에 어디선가 구름이 생겨났어요.”
“맞아요. 우리 집에 병 속에 넣어 든 물에서 이상한 작은 벌레들이 생겼어요.”
“그래그래, 꼭 그렇지마는 아니지만, 그런 것과 비슷한 현상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겨나지.”
“네, 맞아요.”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가라고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런데 진희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진희는 뒷산에 잔디 위에 누운 채로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푸른 하늘에는 구름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처럼 생각이 되었다.
그때에 문뜩 진희는 군대에 간 사촌 오빠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진희는 사촌 오빠랑 뒷산에 올라와 바위에 함께 앉아서 해가 서산에 있을 때에 하늘에 붉은 구름들이 가득한 것을 바라보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진희야, 해지기 전에 하늘에 붉은 구름들이 너무나 아름답지?”
“응. 왜 그래?”
“네가 보기에는 저절로 생기는 것처럼 보이지?”
“응. 저절로 생긴 거잖아!”
“아니지, 저절로 생길 수는 없지. 저절로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아무 때나 어디서나 생겨났을 수가 있겠지?”
“응, 그럴 수 있지.”
“아니란다. 자연에는 어떤 원칙이나 규칙 같은 것이 존재하거든. 그것을 원리하고 하지.”
“자연의 원리?”
“그럼, 하늘에 구름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 원리에 따라 지면에서 수분들이 증발하여 하늘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구름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어떻게 구름으로 나타나?”
“매우 작은 물방울들이 하늘 위로 올라가서 떠다니다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서 모여지게 되거든... 그렇게 해서 구름이 되고, 구름이 바람에 의해서 흩어지기도 하고, 점점 모여들어서 물방울이 커지면 무거워서 지면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 그게 바로 비가 내리는 현상인 거야.”
“그럼 저것은 왜 붉은 구름이 된 거야?”
“궁금하지?”
“응!”
“해에서 발사된 빛이 구름을 통과할 때에 파장이 긴 붉은빛은 우리 눈에 도달하지만, 파장이 짧은 빛들은 구름 속에 갇혀버리는 거지. 그래서 구름이 붉게 보이는 것이지.”
“맞아. 학교에서 무지개를 배울 때에 빛에는 여러 가지 빛이 있다고 했어. 그중에 붉은빛만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구나.”
“오, 진희는 똑똑한데~”
진희는 고개를 끄떡였다. 홀로 잔디에 누워서 하늘에 구름을 바라보던 진희는 사촌 오빠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하늘에 구름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의 원리를 모르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고 진희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꼭 저 구름들이 저절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지. 하지만 조그만 더 깊이 생각하여 본다면,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 인간이 어떻게 물에서 저절로 생겨난 작은 생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할까?”
진희는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것에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진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휙 둘러보고는 집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