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할머니 콩나물
서울에서 살던 다섯 살 된 순애는 이모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초량동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으로 왔다. 순애의 할머니는 육이오 전쟁 때에 부산으로 피난 내려와 초량동에 자리를 잡고 살아오셨다. 해방 전에는 일본 경성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소학교 선생을 하셨다고 순애는 엄마로부터 들었다. 그러다 해방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다. 부산으로 피난 내려와 엄마를 낳았다고 했다.
순애의 엄마는 암투병으로 병원에 오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모가 순애를 데리고 부산에 사시는 할머니의 집으로 왔다. 순애는 할머니와 초량동에 작은 집에 살게 되었다. 순애는 할머니 집을 좋아한다. 순애가 작은 마당에 나오면 넓은 바다가 보인다. 순애는 장독대 위에 올라서서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에 있는 배들을 하나 둘 세며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순애는 밤이 되면 멀리 바다에서 울려오는 배 고동소리를 듣고는 방문을 열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순애는 깜깜한 바다 위에 멀리 불빛들을 바라보고는 하나 둘 세기를 좋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순애는 할머니를 따라 초량동 시장에 와서 콩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 곁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초량동 시장에서는 순애가 인끼가 많았다. 초량동 시장 안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순애는 오고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방긋 웃으며, 콩나물을 사려는 아주머니에게는 크게 절하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잘하였다. 그러면 콩나물을 사는 아주머니는 순애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예뻐해 주셨다. 어떤 아주머니는 순애에게 귀엽다고 용돈도 주셨다.
순애는 할머니가 방 안에서 콩나물을 기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 되면 순애는 할머니를 따라 약수터에 가서는 약수를 담은 커다란 물통을 유모차에 실어서 집으로 가져오곤 하였다. 그리고 순애 할머니는 그 약수를 콩나물에 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순애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왜 콩나물에만 약수를 주는 거야? 우리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안될 거 없지~ 하지만 우리가 약수를 먹으면 콩나물에게 줄 물이 부족하게 되지. 그럼 또 약수를 뜨러 가야겠지~ 그럼 힘들지 않겠니?"
"응? 그러네~ 그럼 우리가 먹는 물을 주면 되잖아!"
"그래도 되지만.... 좋은 물을 먹어야 콩나물이 맛있거든."
"그래?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할머니 콩나물을 많이 사가는구나!"
"그럼. 할머니 콩나물이 시장에서 인끼 쨩이지~"
"맞아! 우리 할머니 콩나물이 제일 맛있다고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말하는 거 들었어!"
"우리 순애는 참 똑똑해!"
순애할머니는 순애를 안아주시고 순애의 어깨를 토닥해주었다. 순애도 할머니의 가슴에 푹 얼굴을 쳐박고는 힘껏 할머니 냄새를 맡았다. 순애는 할머니의 냄새를 참 좋아했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콩나물 장사를 하게 된거야? 힘들지 않어?"
"그래도 우리 순애가 옆에 있어주어서 힘들지 않어~ 전에는 할아버지도 계셨을 때는 콩나물 장사를 안했지."
"할아버지, 보고싶다. 난 할아버지가 생각이 안나?"
"당연하지~ 순애가 태어나기 전에 하늘나라에 갔으니깐 생각이 안나는게 당연해!"
"저기 사진에 있는 분이 할아버지야?"
"그럼, 그 옆에 꼬마가 보이지? 순애의 엄마란다."
"엄마가 예쁘다! 나도 저렇게 예뻐?"
"그럼, 우리 순애가 엄마보다 더 예쁘지~ 시장에서 아주머니들이 뭐라카든?"
"귀엽다고 해!"
"거봐라~ 귀엽다고 하는 것은 예쁘기도 하고 인사도 잘하니.... 착하다고 하는거야~"
"그런거야? 더 열심히 인사해야지~"
순애와 할머니가 초량동 시장에서 콩나물 장사를 한지가 6개월이나 지났다. 그러자 초량동 시장에서는 순애할머니 콩나물이라고 유명해졌다. 시장안에는 콩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여럿이 있었다. 그런데 순애할머니 콩나물만이 제일 잘 팔린다. 순애할머니 콩나물은 맛도 좋고 영양분도 많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순애할머니 콩나물은 다른 콩나물보다 조금 비싸다. 그래도 순애할머니 콩나물만 찾는 분들이 많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콩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키웠길래 우리 콩나물과 다르지요?"
"정성이지~ 정성껏 키워야해요. 콩나물도 정성을 알고 열심히 자라거든요."
"정성이라니요? 우리도 그렇게 정성껏 키워요. 시간과 온도를 잘 맞춰주고 있거든요."
"그래야지~"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그때에 순애가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콩나물 아주머니에게 힘차게 말했다.
"우리 할머니는 약수터에서 약수물을 떠와서 주어요. 얼마나 힘든데...."
"약수물? 그게 뭐가 다른데~"
"물이 달라요! 얼마나 맛있는데....저도 못 먹어요."
그때서야 순애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약수물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많이 있지요. 그런 영양분을 콩나물은 먹고 자라거든요."
"어쩐지 순애할머니의 콩나물을 윤기가 있고 토실토실했군요."
"자, 그럼 내일부터 우리 약수터에서 봅시다."
순애할머니는 벌써 콩나물을 다 팔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순애와 함께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