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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소라 섬 소녀, 금소라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by trustwons

28. 소라 섬 소녀, 금소라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펜팔 친구들이 소라 섬을 다녀간 지 삼일이 되었다. 소녀는 태양광 가로등 아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다.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고요하고 소녀의 하모니카 소리는 멀리 퍼져나갔다. 파도의 소리가 소녀의 하모니카 소리에 반주를 더해주고 있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소녀는 친구들이 다녀간 후로는 외로움이 자주 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하모니카를 불었다. 일전에 엠마와 함께 오신 미국에 계신 양어머니인 엘리자로부터 소녀는 하모니카를 받았다. 그전에 소녀는 종종 노트북으로 여러 악기들의 음악소리를 즐겨 듣곤 했었다. 소녀는 마음에 드는 노래는 양어머니인 엘리자에게 소개하면서 함께 듣기도 하였다. 엘리자는 소녀 소라리자가 음악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을 하여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일전에는 전자피아노를 보내주고 여러 음악테이프와 함께 녹음기까지도 보내 주었다.


소녀는 해와 달 그리고 섬에 있는 토끼와 갈매기들이 친구였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새들과 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엄마가 쓰던 리코더가 있었다. 소녀는 리코더를 잘 부른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엄마가 쓰던 리코더로 소녀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부르고 또 부르고 했었다. 이제는 양어머니인 엘리자로부터 받은 악기로 연주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녀는 어느 정도 연습을 한 후에는 미국에 계신 엘리자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들려주곤 했다. 양부모인 엘리자와 스미스는 양딸로 얻은 소녀에게 온 마음을 쏟아주며 잘해주었다.


이 밤은 소녀에게 더욱 외로움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는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집 앞에 가로등 아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던 것이다. 방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던 할머니는 소녀의 하모니카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방문을 열고 나와 조용히 소녀의 곁에 와서 앉았다. 소녀는 할머니가 곁에 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하모니카에 열중하고 있었다. 할머니도 소녀의 하모니카의 소리를 들으며 하늘에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별 하나가 길게 선을 그리며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또 하나의 별이 길게 밝은 선을 그리며 사라졌다. 그때에 소녀는 할머니가 옆에 계신 것을 알았다. 소녀는 불던 하모니카를 내려놓고는 할머니에게 기대었다. 할머니도 소녀를 팔로 안아주었다. 태양광 가로등 빛 아래에 소녀와 할머니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달은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는 소녀가 마루에 홀로 앉아 있으면 달빛을 비춰주며 소녀에게 다가왔었던 달이었다. 이제는 태양광 빛에 의해 달빛은 초라해져 버렸다.


소녀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으로 들어갔다. 소녀와 할머니가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에 텔레비전은 혼자서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할머니와 소녀는 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다. 마침 텔레비전에서는 심청이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찐 감자와 밀떡을 쟁반에 가져온 것조차 모를 정도로 소녀는 텔레비전에 열중하고 있었다. 봉사 홀아비를 모시고 사는 심청이를 본 소녀는 곁에 계신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웃집을 찾아다니면서 빨래나 잡일을 도와주어 식량을 얻어 와서는 홀아비와 함께 식사를 하는 심청이의 모습을 소녀는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소녀와 할머니는 그래도 소라 섬 주변에 작은 밭을 일구며 바다에서 해물을 채취하며 일부는 육지에 내다 팔 아서 필요한 것을 사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쌀과 밀가루를 공급받고 있어서 심청이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매 섬의 교회로부터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었다. 소녀는 풍족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알뜰하게 살림을 해주시는 할머니의 덕분에 소라 섬 안에서도 마음껏 하고 싶은 일들을 만들며 혼자서도 잘 지낼 수가 있었다.


특히 소녀는 천성적으로 심성이 긍정적이며 해맑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늘 성경 이야기와 소녀의 엄마가 쓰던 책들로 글을 배우고 읽고 해왔었다. 육지에 친구들은 학교를 다니며 또래들과 어울려 놀 수 있지만, 외딴 작은 섬에 사는 소녀에게는 또래 친구들이 없고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매 섬에 있는 교회를 가끔 배로 가서는 교회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는 있었다. 그리고 교회학교에서도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모든 일에 호기심과 긍정적인 소녀를 할아버지는 기특하게 여기어 육지에 갈 때마다 소녀를 위한 책들을 사 오시곤 했었다. 이제는 소녀의 방 안에는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소녀는 소라 섬 주변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스스로 대화의 친구들도 만들고 얻고 그랬다. 그 친구들이 바로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소라 껍데기와 조개껍질과 갈매기와 파도 등이었다. 소녀는 할아버지로부터 성경을 배우면서 믿음으로 자랐으며, 자매 섬의 교회를 다니면서 더욱 믿음이 깊어졌다. 그리고 할머니의 기도생활을 바라보면서 소녀는 기도와 명상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소녀는 엄마의 동굴을 발견하고 나서는 엄마의 동굴에 자주 가며, 거기서 엄마의 소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그리고 엄마가 쓰던 영어책으로 영어를 배우게 되어 자매 섬 교회에 계신 섬 목사님의 추천으로 미국에 계신 엘리자를 소개받아서 펜팔을 하게 되었다. 사실 섬 목사님은 외국인 선교사로서 한국에 오래 계셔서 한국말을 잘하시고 자매 섬에 오셔서 교회를 개척하셨다. 섬 목사님은 소녀의 영어실력에 감탄하시고는 미국에 계신 딸을 잃어서 상심하고 있는 엘리자를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엄마를 잃은 소녀와 딸을 잃은 엘리자는 서로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그러던 중에 소녀가 엘리자를 엄마로 희망하자 엘리자와 스미스는 소녀와 마음이 통하여 양부모와 양딸로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다.


소라 섬 소녀로만 있었던 금소라는 미국에 양부모를 얻으므로 소라 섬 밖에 미국을 알게 되었고, 양부모의 방문으로 말미암아 소라 섬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소녀에게는 노트북의 컴퓨터를 통해 해외 펜팔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소녀는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초중고의 졸업장이 없었다. 그런 소녀에게는 양부모의 도움으로 미국의 초중고 홈스쿨링을 통해 졸업장을 가질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소녀는 초등과정의 홈스쿨링을 마치고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국제 펜팔 친구들을 초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친구들이 미국에 엠마와 노르웨이에 노라와 호주에 소피아였다. 소라 섬에서 늘 혼자였던 소녀는 이번 여름을 펜팔 친구들과 교회 중등부 친구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로써 소녀는 홀로 지내었던 생활보다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더 기쁘고 보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에는 더욱 외로움이랄까 쓸쓸하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소녀에게 있었던 것이다. 늦도록 할머니와 텔레비전을 시청하였다. 애국가가 나오기까지 소녀는 시청을 했다. 할머니는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셨는지 소녀에게 이렇게 메모지에 글을 써서 보여줬다.


“소라야, 오늘은 할머니도 너의 방에서 함께 자고 싶구나.”


“예? 저의 방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요?”


소녀가 당황하듯 반응을 하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소녀에게 애교를 부렸다. 소녀는 곧바로 태도를 바꾸어 할머니를 덥석 안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끌고 가듯 자기 방으로 모셔갔다. 그리고 소녀는 이불을 깔아놓았다. 할머니는 방문 쪽으로 자리를 누우셨다. 소녀는 창문 쪽에 누웠다. 할머니는 다시 일어나 앉으시고는 소녀도 일으켜 앉히고는 소녀의 손을 꼭 잡고는 기도를 하셨다. 소녀는 묵묵히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할머니의 기도가 길어지자 소녀도 맘속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할머니의 기도가 끝나자 소녀는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무슨 기도를 했어? 왜 기도가 길어?”


할머니는 메모지에 써서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너의 엄마하고 여기서 잘 때마다 기도했었지. 그때처럼 널 위해 기도했단다.”


“난 할머니를 위해 기도했는데…….”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를 껴안은 채로 잠이 들었다. 할머니는 소녀의 자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시다가 잠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소녀와 할머니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던 달은 방안에 달빛을 비춰주다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소녀는 잠결에 달빛을 따라 해변을 걸으며 달과 대화를 나누었다.


“달아, 내가 좀 세상을 알아가게 되니 마음이 더 외로워지는 걸까?”


“홀로 있으면 외로움이 뭔지도 몰랐을 걸.”


“그래? 난 혼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할머니도 계시고 자매 섬에는 목사님도 사모님도 교회의 중등부 친구들도 있어.”


“그런가? 그럼 넌 세상에 뭘 알았는데?”


“세상? 글쎄~ 먼 나라의 친구들……. 아니지~ 뭔가 넓은 세상…….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거 같아.”


“그러니깐,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았군.”


“그래, 내가 알 수 없는 그런 세상이 곧 알게 될까 봐 두려웠나 봐.”


“두려움이나 외로움은 공통점이 있지.”


“그게 뭔데?”


“불안이지.”


“불안? 아~ 그렇구나! 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 해를 보고, 바다를 바라보고 해변을 거닐고 소라 섬을 돌아다니고 그것이 나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기분이 자꾸 들어.”


“그것이 불안에서 오는 거란다.”


“뭔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 그런데 왜 외로움을 느끼지?”


“외로움과 두려움은 한 가지인 거야. 알 수 없는데 긍정적인 마음이 들 때에 외로움으로 느껴지고, 알 수 없는데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는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거야.”


“뭔 소리인지 통 모르겠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렴.”


“잘 생각했다. 오늘은 아브라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마.”


“아브라함?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그렇지, 아브라함의 할아버지는 누구지?”


“나홀?”


“그럼 아브라함의 동생에도 나홀이 있지. 나홀이란 뜻은 뒷바람, 콧바람, 콧방귀 등등 별로 좋은 말이 아니지. 한국에서도 콧방귀, 코웃음 등의 말이 있단다. 좀 건방지다는 뜻도 되고 불순종의 태도를 나타내기도 한단다. 그러므로 데라의 아버지인 나홀은 오래 살지 못했지. 겨우 148년을 산거야. 그럼 데라의 뜻을 아니?”


“몰라!”


“모르는 게 당연하지. 데라의 이름의 뜻은 머뭇거리다. 지체하다. 체류하다는 것이야. 그래서 결국 데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고 말지.”


“아~ 데라는 갈대아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가려다 하란에 머물었구나.”


“오~ 제법 아는데? 성경을 열심히 읽었군. 데라는 하란에 머물다 거기서 죽지. 그러나 아브람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가나안으로 떠나지.”


“맞아, 아브람은 조카 롯을 데리고 떠났죠. 어떤 사람들은 아브람이 하나님이 떠나라 하니깐 목적 없이 떠났다고 말해요.”


“그건 잘못 안거야. 이미 데라는 아브람과 동생 나홀과 함께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났지. 그런데 그들은 하란에 머물게 되었던 거야. 그러자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말했지. 뭐라고 말했을까?”


“음,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했던 거 같아.”


“역시 똑똑해! 네게 보여 줄 땅이라고 했지. 그냥 떠나라 하지 않았어.”


“그랬었구나.”


“아브람은 믿음이 깊은 사람이야. 즉 순종하는 마음을 가진 거지.”


“그래서 하나님이 아브람을 의롭다고 했어.”


“옳지, 이제 할 말이 나오는구나. 그토록 믿음이 있는 아브람이 애굽 땅에서 어찌했는지 아니?”


“음, 두려워했지. 그래서 죽을까 봐 아내를 누이동생이라고 속였지.”


“바로 그거야. 믿음이 좋은 아브람도 두려움이 있었지. 애굽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없으니 부정적인 생각에 두려움이 생긴 거야.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야.”


“아~ 알겠다. 오늘 내가 종일 마음에 외로움이 있었던 것이 그런 거였구나. 엠마와 노라와 소피아를 알게 되면서부터 넓은 땅 위에 사람들의 세상이 궁금했었거든, 고마워! 이제 마음이 놓이네.”


소녀는 잠결에 달과 대화를 나누면서 뒤척이었다. 옆에 누워있던 할머니는 소녀가 깊이 잠들지 못하는구나 하며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할머니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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