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왜 사람을 제물로 받쳐야 해
[소라 섬 소녀 이야기]
30. 왜 사람을 제물로 받쳐야 해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해가 지고 달이 하늘 위에 선명히 드러내고 있는 오후에 마당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오늘 저녁식사로는 할머니가 특별히 생선가스를 해주셨다. 소녀는 책에서 보았던 서양식 돈가스 음식을 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어떻게 아셨는지 서양식으로 돈가스 대신 생선가스로 요리를 하셨다. 김치 대신에 샐러드를 해주시고 감자수프를 내놓으셨다.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해주셨다.
“할머니, 완전 서양 음식이네요~ 할머니는 내 속을 다 들어다보고 계셔!”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고개를 흔드셨다. 그리고 맛있게 먹으라고 손으로 음식을 손으로 게시하셨다. 소녀는 정중히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는 포크와 칼을 양손에 들었다. 소녀가 너무나 잘 먹는 모습을 보시고는 할머니는 생선가스 한판을 내놓으셨다. 그리고 또 내놓으셨다. 소녀는 생선가스를 세 판이나 먹었다.
“할머니! 그만~ 배불러요.”
소녀는 모처럼 배불리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평상 위에 덜렁 누웠다. 할머니는 소녀의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먹고 바로 누우면 소가 된다고? 거짓말~”
그러나 소녀는 손을 뒤로 뻗고 허리를 펴서 바로 앉았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셔서는 숭늉 한 그릇 가져와 소녀 앞에 먹으라고 놓았다.
“배불러 죽겠는데 숭늉도 먹어야 돼?”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소녀는 숭늉을 마시니 속이 편해졌다. 소녀는 배를 쓸어주며 달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늘에는 어둠이 덮어있었고 달은 더욱 빛나며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가 식사를 다 마치자 소녀는 그릇들을 가져가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평상 위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시원하다. 특히 섬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사람들은 작은 섬에 뭔 바닷바람이 있겠냐 하고 무시를 하지만, 육지의 해변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기대어서 하늘의 별들을 하나둘 세고 있었다. 할머니는 소녀를 팔로 감싼 채로 바다의 먼 곳에 별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때에 별똥별 하나가 소라 섬 쪽으로 선광을 그리며 사라졌다. 할머니는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어 뭐라고 쓰고는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오늘 너에게 소식이 오려나 보다.”
“응, 소식?”
소녀는 할머니의 메모지를 읽고는 소식이 온다는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노트북을 가져왔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기댄 채로 노트북을 열었다. 할머니는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함께 노트북을 보았다. 소녀는 인터넷으로 우리들의 세계(OUR WORLD)를 열었다. 벌써 친구들이 많은 글들을 올렸다. 소녀는 노라가 보내준 사진들을 할머니에게 보여주었다. 바닷속 소라마을과 낚시하는 모습과 소라 섬의 축제 등 할머니는 보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감탄을 자주 하셨다. 소녀는 사진들을 저장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글을 올렸다.
“애들아~ 내가 너무 늦게 메일을 보았네. 미안해! 너희들이 떠난 후에는 내가 자주 허전함을 느끼나 봐! 오늘 할머니와 마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별똥별이 우리 섬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시고 할머니가 소식이 올 거라고 하셔서 너희들이 생각나서 지금 마당에서 노트북을 열었단다. 노라의 멋진 사진들을 할머니가 보시고 감탄을 많이 하셨어. 모두들 잘 있지? - 소라리자”
그러자 바로 소피아가 답장을 해왔다.
“안녕, 안녕~ 소라리자! 즐거운 여름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 평생 안 잊을 거야. 다음엔 시드니로 놀러 와! - 소피아”
“노, 노, 다음은 오슬로 야~ 우리 마미가 허락하셨어. 우리 맘도 같이 못 간 걸 후회하셔~ 헤 헤. -노라”
노라가 뒤따라 글을 올렸다. 소녀의 옆에서 함께 보시던 할머니는 영어로 주고받는 글을 보시고 무슨 말들을 하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웃으셨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한국말로 해석해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흡족해하셨다. 그리고 소녀는 이미 올라온 엠마의 글을 할머니에게 보여주며 해석해주었다.
“소라리자야! 너를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다. 이번 여름을 너의 덕분에 멋진 추억이 됐단다. 그리고 미국에 계신 너의 어머니 엘리자도 알게 되어 너무나 기쁘단다. 우리 어머니와도 친해졌단다. 그리고 너의 놀라운 믿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너의 할머니도 참 좋은 분인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자. 시카고에서 너의 좋은 친구 엠마.”
할머니는 소녀가 들려주는 엠마의 글을 듣고는 혹시나 엘리자의 근황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었다. 소녀는 엠마에게 글을 올렸다.
“엠마, 나도 너를 알게 되어 기쁘단다. 노라도 소피아도 알게 되어 기쁘고 주님께 감사를 했단다. 앞으로 우리 만나게 되면 우리의 꿈을 펼쳐보자. 네가 시카고에 살게 되어 너무 기쁘다. 우리 어머니도 자주 만나주고 내게 소식도 들려주라. 소라 섬에서 소라리자.”
소녀는 엠마로부터 엘리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양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소녀는 바로 엘리자의 이메일을 열었다. 그러자 엘리자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내 딸, 소라리자야, 잘 있지? 이번 여름을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기쁘고 행복했단다. 네가 늘 혼자 지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의연한 모습에 자랑스러웠단다. 그리고 너의 독특한 믿음에 놀랍고 감탄했구나. 너를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피부로 느낄 정도였단다. 이제 할머니도 나이가 많으시니 네가 잘 보살펴주었으면 한단다. 가까운 날에 너와 할머니도 여기로 와서 함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너의 파파 스미스는 할머니가 오시도록 편안한 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는구나. 그리고 7, 8학년 과정의 홈스쿨링 자료를 미국 교육부로부터 받았단다. 여기에 첨부파일로 보내니 잘 읽어보고 지난번처럼 학습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보내주렴. 그리고 학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서적들을 우편으로 보내마. - 소라리자를 사랑하는 엘리자.”
소녀는 첨부 파일을 열어보았다. 너무나 많아서 목록만 보았다. 소녀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묵묵히 계셨다. 소녀는 노트북을 덥고는 할머니의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이제 방으로 들어가요. 우리 드라마 봐요.”
소녀는 할머니를 일으키고는 함께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소녀는 할머니가 앉을자리에 방석을 놓아드렸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켰다. 마침 어제 보던 드라마 심청전이 시작하고 있었다. 소녀는 할머니 옆에 앉아 노트북을 내려놓고는 드라마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심청이는 아버지 심봉사가 눈을 뜨게 해 주겠다는 스님의 말에 쌀 삼백 석(쌀 육백 가마)을 받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 출항을 하려는 중국인 어선이 바다의 용궁에 바칠 처녀를 구한다는 것을 심청이는 듣게 된다. 심청이는 중국어선에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는 절에 삼백 석을 받쳐줄 것을 약속을 받고는 자신을 용궁에 받칠 것을 승인한다. 중국인 어선이 심청이를 태우고 포구를 떠난 후에야 심봉사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봉사가 포구에 나와 떠나가는 중국어선을 향해 손을 저으며 울부짖는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본 심청이는 눈물을 삼키며 뱃길을 바라보았다. 서해에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이르자 인당수(靭塘水- 회오리쳐 끌어당기는 바다 못을 말함)라는 곳에서 심청이는 스스로 바다에 뛰어내렸다.
소녀는 바다에 뛰어든 심청이를 잊을 수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소녀는 말똥말똥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심청이의 나이가 소녀와 비슷하여 더욱 소녀는 잊을 수가 없었다. 포구에서 울부짖는 심청이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심청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자리에 누워있는 소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귓볼을 타고 흘러갔다. 마침 마당에 태양광 가로등도 꺼져 있었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 소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왜 울고 있니?”
“몰라, 그냥 눈물이 흘러내린 거야.”
“좀 솔직해보자. 너 심청이를 생각하고 있지?”
“그래, 그거야. 너무나 슬펐어. 엄마를 일찍 잃고……. 나처럼…….”
“너처럼?”
“심청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잖아~”
“그렇구나. 어머니가 생각났겠구나.”
“그보다……. 심청이 아버지는 앞을 못 보는 봉사였고 심청이는 어릴 적부터 남의 집에 일하러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어.”
“심청이도 마음은 맑은 소녀였지.”
“그래? 그런데 왜 사람을 제물로 받쳐야 해?”
“왜 그럴까? 홍수 이후에 여호와는 노아에게 땅 위에 있는 숨 쉬는 모든 동물을 취하는 것을 허락하셨지. 그러나 사람을 취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단다.”
“맞아, 그래서 동물들이 사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했어. 그런데 사람들이 사람을 더 두려워한데.”
“그것이야, 사람이 사람을 왜 두려워할까? 사람이 사람을 취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홍수 이전에는 사람도 동물도 두려워하지 않았지. 사람들은 식물을 취하였지. 동물들을 취하지 않았어. 그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노아의 방주에 수많은 동물들이 스스로 찾아와 들어갔지.”
“오~ 그렇구나. 참 궁금했어. 어떻게 노아 혼자서 그 많은 동물들을 방주에 넣었을까 그랬지. 그런데 왜 하나님은 심판을 하신 거야?”
“음……. 사람들의 하는 짓이 너무나 악한 거였어. 하늘의 아들들이 내려와 사람의 딸들과 살고,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린 거였지.”
“자연의 질서라니…….”
“자연의 질서는 여호와께서 빛을 창조한 이후부터 이루어진 거지. 그 예를 보면……. 해와 달과 별들이 질서를 보여주고 있잖아~그처럼 동식물들도 산과 바다도 자연의 질서를 지키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파멸하게 될 거야.”
“조금은 이해가 된다. 과학에서 배운 것도 자연의 질서에 대한 것이잖아?”
“똑똑해! 이처럼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 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한 거야. 남자와 여자는 구별되어야 하는 거야. 동식물이 그러했듯이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 남자와 남자가 함께 자고 여자가 여자와 함께 자고 그리고 더러운 행위들을 하는 거야. 지나치게 쾌락을 좇은 거야. 하나님이 도저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추악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더 악한 일들을 하고 있지. 점점 사람들을 두려움으로 지배하고 있어.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사람을 제물로 받치는 거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어 권력에 순종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심청이는 스스로 제물이 되었잖아!”
“그렇지,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거지. 하지만 그 시대에는 악한 생각들이 지배하고 있는 거야. 심청이는 너처럼 창조주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악한 생각들에 지배를 받았던 것이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런 거야?”
“그럼, 그래서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세상에 빛을 나타내시었고,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해 주신 거야.”
“아하~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을 말하는 거구나.”
“정답이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을 예수의 부활로 이기셨고, 하나님의 사랑을 온 세상에 알게 하신 것이지.”
“이제 알겠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자기의 아들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이를 믿으면 구원을 얻고 영생하게 된다고 했어.”
“그렇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진리인 거야. 그래서 너희는 진리를 알라. 그러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한다고도 말했지.”
“난, 그 진리를 믿어! 그리고 좋아해~ 이제 잠이 들 것 같아~ 고마워!”
소녀는 깊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달과 대화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편히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