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죄송하지만 해당 난이 없어서

[책 속에 생각을 담다]

by trustwons

77. 죄송하지만 해당 난이 없어서


프랑스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나는 의학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캠퍼스의 학생들을 보니, 장학금 받고 기숙사에 방 한 칸 얻는 것쯤은 쉬운 일로 여겨졌다. 내게 모든 희망을 심어준 단과대학 내의 사회복지사를 찾아갔다. 복지사가 내게 방문 목적을 묻기에 내 삶과 내가 해온 투쟁, 야영지와 낙타, 염소, <어린 왕자>, 학교, 바마코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프랑스에 대해 말했다. 내 얘기를 듣고 나서 복지사가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당신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난이 없어서요.”

유목민은 결국 행정서류에도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돈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어떤 문을 두드려야 할지도 몰랐던 나는 ‘사랑의 레스토랑'(노숙자와 병자를 위한 장소)에 가서 동냥이라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어떻게 그렇게 순진할 수가 있지? 내가 좋아하기만 하면 모든 문들이 당장 내게 열릴 거라고 생각하다니, 하지만 내겐 믿음이 있었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깊게 다졌다.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경험해야 할 뭔가가 내게 있음을 알았다. 프랑스가 나를 받아들이도록, 내가 사랑한다는 걸 프랑스에 보여줘야 했다. 사랑을 입증하는 데는 종종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국제사회는 문명국가들의 울타리 사회인 것이다. 문명으로부터 뒤떨어진 민족이나 부족은 울타리 밖에 있을 뿐이다. 무사는 ‘어린 왕자’의 책을 통해서 문명의 세계를 보았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프랑스를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1943년에 발표한 소설이었다. 또한 어린 왕자의 기본 스케치의 모티브는 체코의 프라하의 아기 예수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중 화자인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 본인이 1935년에 사하라 사막에서 부조종사와 함께 불시착해서 5일 동안을 먹을 물도 없이 고립되어 있을 때를 경험한 환상들을 모티브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어린 왕자>의 책을 읽은 순진한 무사는 곧바로 프랑스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 무사는 자신이 울타리 밖에 존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무사는 포기하지 않고 프랑스를 사랑한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데에 힘쓰게 된다.

문명국가나 문명사회는 겉보기에는 매우 개방적이며, 누구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허망한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실상 그 문명세계로 들어가면, 엄청난 경쟁 속에서, 폐쇄적이고 이질적인 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경험으로써 느낀 것은 공유하기 힘든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문화, 문명의 차이를 알고 이해함으로써 조금씩 접근해 갈 수 있었던 것을 해외여행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면에서 무사는 비록 힘들고 역경이 있을지라도 어린 왕자처럼 개척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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