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고향 할머니를 찾아가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by trustwons

62. 고향 할머니를 찾아가다



소녀는 임 간호사와 함께 은혜의 해변으로 새벽 산책을 다녀와서는 할머니가 직접 차려준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침 해를 바라보는 것이 소녀의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때에 임 간호사가 커피를 마시며 집 앞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 시간이 참 좋아! 마치 내가 하루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

“그래, 나도 늘 그랬던 것 같아~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어떤 이야기라니? 누구랑?”

“오늘은 갈매기들이 날 찾아오지 않네? 이 소라 섬에 있는 모두가 나의 친구들이야! 그보다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하나님 아버지를 많이 생각해~”

“음…….”


임 간호사는 소녀를 바라보더니 말이 없었다. 그저 임 간호사는 소녀의 입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소녀는 임 간호사가 말이 없자 임 간호사를 향해 얼굴을 돌려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좀 이상하지? 지금은 여기 소라 섬에는 많은 시설들이 있지만, 그때는 할머니와 나뿐이었어. 그러니 나의 친구들은 이 섬에 있는 모든 것이지.”


옆에서 소녀와 간호사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는 할머니도 그때에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이 소라 섬에 왔을 때에는 할머니도 제법 젊은 나이었다. 할머니가 스무 살에 소녀의 엄마를 품고 할아버지랑 왔을 때에는 조용히 사는 것이 좋았었다. 그러다가 옆 자매 섬에 섬 목사님이 오셔서 교회를 세우시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믿음을 지켜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에 소녀의 엄마가 육지에 있는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둘만이 소라 섬을 지켰다. 그러다가 소녀의 엄마가 임신되어 돌아왔고, 소녀를 낳게 되었다. 그때에 할머니의 나이는 오십 세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녀가 성숙한 아가씨가 되어 이렇게 간호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에 할머니는 너무나 기뻤다. 이렇게 할머니와 소녀와 간호사가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때에 멀리 바다에서 예쁜 여객선 하나가 소라 섬으로 오고 있었다. 임 간호사는 손으로 여객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할머니! 저기 여객선이 들어오네요.”


소녀와 할머니와 간호사는 마루에서 일어나 부두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객선은 벌써 부두에 다가와 정박을 했다. 그리고 섬 목사님과 사모님이 함께 내리셨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오~ 모두 일찍들 일어나셨군요. 오늘 서울에 가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섬 목사님과 사모님은 할머니와 소녀와 간호사와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섬 목사님과 사모님은 마루에 앉으시고,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셔서는 커피를 준비해 오셨다. 소녀와 간호사는 할머니를 도와 간단한 간식들을 챙겨 왔다. 그때에 최 집사님이 마당으로 들어오셨다. 소녀는 조금 앞으로 최 집사님 쪽으로 나서면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집사님! 수고 많으십니다.”

“소라가 와있으니 할머니 얼굴이 훤하시네요.”


최 집사님은 심 목사님 옆에 마루에 앉으면서 할머니를 보시고는 말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시고는 섬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할머니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 집사님의 뒤를 따라 부두로 갔고, 임 간호사는 노인요양원으로 갔다. 소녀와 할머니는 섬 목사님과 사모님과 함께 최 집사의 여객선을 타고 소라 섬을 떠나갔다. 여객선은 한 시간을 달려서 통영의 한 부두에 정박을 했다. 그리고는 섬 목사님과 사모님과 최 집사는 소녀와 할머니를 통영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안내를 하며 함께 갔다. 그리고 섬 목사는 서울 가는 고속버스 티켓을 두 장을 소녀에게 주면서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이제는 소녀도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었다. 어엿한 아가씨였다. 그래서 소녀는 혼자서 할머니를 모시고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다. 소녀와 할머니가 탄 고속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섬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최 집사는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차 안에서도 소녀와 할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버스는 서서히 터미널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소녀와 할머니가 탄 고속버스는 통영에서 아침 9시 출발하여 서울 남부터미널에 오후 2시에 도착을 했다. 고속버스는 서울을 향해 달리다가 고속도로 중앙쯤 되는 대전 휴게소에 잠시 머물었을 때에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휴게실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소녀는 할머니가 해준 잔치국수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잔치국수가 최고야!”

“여기 잔치국수도 맛있다.”


할머니는 메모지에 그렇게 답변을 해주었다. 원래 할머니의 잔치국수는 이북식이었으므로 좀 더 짙은 맛이 났었다. 그렇게 소녀와 할머니는 서울 남부 고속터미널에 도착을 했고, 소녀는 서울 지리를 잘 모르므로 택시로 가기로 했다. 소녀와 할머니는 서울의 용산 지역에 있는 효창공원 근처에 있는 다세대 아파트를 향해 달리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택시는 30분 정도 걸려서 아파트 정문에 도착을 했다.

소녀와 할머니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받고는 광일이 할머니는 아파트 문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와 할머니가 택시에서 내리자 광일이 할머니가 다가와 반가이 맞아주었다. 소녀는 두 할머니가 서로 손을 꼭 잡고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따라 들어갔다.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고맙네. 얼마만인가?”


광일이 할머니는 거실에 자리로 안내를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안내한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 소녀가 따라 앉았다. 광일이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 놓은 과일과 녹차를 내놓았다. 소녀와 할머니가 녹차를 들고 마시자. 광일이 할머니는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소녀의 손을 덥석 잡아주시며 말했다.


“애가 그 소녀인가? 참 곱게 자란 것 같네. 곱기도 하지~ 이름이…….”

“네, 금소라예요. 할머니 만나 뵈어서 기뻐요.”

“그래, 나도 기쁘다. 이렇게 고운 손녀를 두어서 좋겠네.”


광일이 할머니가 소녀의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을 하자.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주변을 두루 살피셨다. 광일이 할머니는 소녀의 할머니에게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자네나 난 딸 복이 없었나 보이. 모두 일찍이 하늘나라에 갔으니 말 일세.”

“뭔 소리를 하시나? 자네는 딸 복이 많았다고 알고 있네.”


소녀의 할머니는 메모에 써가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셨다. 광일이 할머니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다. 소녀의 어머니는 삼십 나이에 쇠약으로 세상을 떠났고, 광일이 어머니는 사십 나이에 수명을 다하여 세상을 떠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손자 광일과 손녀 소라를 선물로 주셨던 것이었다. 소녀는 광일이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궁금하였다.


“할머니, 광일이 오빠의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그때에 제가 뵈었을 때에는 천사처럼 평온한 모습이었거든요.”

“오, 넌 기억하고 있었니? 불쌍한 딸이었지. 한 번도 세상을 보지 못한 채로 사십 나이로 하나님이 불러가셨단다.”

“그래도 어머니는 참 행복한 모습이신 것 같았어요. 지금도 눈에 선해요.”

“너도 그렇게 보았니?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지. 광일이 엄마는 하나님의 은혜였단다. 자신이 얼마를 산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지. 마지막 날에는 온 식구가 다 모여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고 그날 밤에 잠든 상태로 하늘나라로 갔단다. 의사 선생님도 오셔서 확인하시고는 놀라셨단다. 처음에는 의심을 했었지만 나중에는 인정을 해주었단다.”

“어머, 저도 이해를 해요. 성경에도 그런 분들이 몇이 있어요. 에녹, 모세. 엘리야……. 다윗도요.”

“그래, 넌 참 믿음이 좋구나! 너를 보니 내 딸이 생각이 나는구나.”

“예? 이름이…….”

“이 하늘이란다.”

“맞아요. 이제 생각이 나요. 영어로 말하면, 스카이(sky)가 아니에요. 헤번(heaven)인 거죠.”

“그렇구나! 미처 몰랐네. 그래서 태몽이 하늘에 웃는 소녀가 보이셨구나.”

“그래서 하늘이라 이름을 지었어요?”

“광일이 오빠는 어디에 있어요? 유학을 갔다고 들었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3년을 나와 함께 있었단다. 그리고 광일이 아빠의 권유로 미국 유학을 가게 되었지. 아마 시카고대학교라던가? 거기 기숙사에 있다더라.”

“시카고대학교예요? 저도 시카고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어느 기숙사에 있데요?”

“뭐라더라……. 인터…….”

“인터내셔널 하우스예요. 저도 거기에 있어요.”


소녀는 흥분이 되었다. 광일이 오빠를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에 마음이 들떴다.


“그래, 너도 같은 학교에 있는 거니? 잘됐구나! 만나보렴~”

“네! 보고 싶어요.”


소녀와 할머니는 늦도록 대화를 나누었고, 미리 준비해 놓은 저녁식사를 즐겁게들 들었다. 그리고 소녀는 광일이가 쓰는 방에서 자고 두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서 함께 주무셨다. 그다음 날에는 소녀는 두 할머니를 모시고 광일의 어머니 묘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철원 쪽에 묘가 있었는데 광일이 아빠가 파주에 있는 동화경모공원으로 이장을 했다고 하였다. 소녀는 광일의 어머니의 묘지를 보고는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비석을 살폈다. 비석 뒤에는 가족들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석 앞에는 ‘어둠의 사십 년’ 이렇게 적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이 하늘의 묘’라고 적혀있었다. 소녀는 비석을 어루만지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래도 평온함을 잃지 않으셨죠? 저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셔요.”


소녀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두 할머니는 소녀의 행동을 지켜보며 말이 없었다. 그저 소녀의 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소녀는 광일의 어머니 묘지에서 소녀는 얼굴도 모르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엔 소녀는 친어머니도 광일의 어머니도 두 묘지에서 만감을 교차하는 심정을 어찌할지 몰라했다. 그때에 소녀의 할머니가 다가와 소녀의 어깨를 감싸주며 꼭 안아주었다. 그러자 광일의 할머니도 소녀에게로 다가와서는 소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늘에 햇살이 구름 사이로 휘장을 치듯이 비추어 내렸다. 소녀와 두 할머니는 이 하늘의 묘지를 떠나 파주에 있는 함흥냉면집으로 왔다. 그리고 고향 생각을 하며 두 할머니는 맛있게 냉면을 드시고 소녀도 함흥냉면을 먹으면서 생각을 했다.


“이게 바로 할머니 고향에서 먹었다는 함흥냉면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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