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패듯 패다
초등학교 3학년인 동찬이는 별명이 똥찬이다. 처음에 동네 어른들이 그렇게 부를 때에는 귀엽다는 것으로 동찬이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동찬이를 부를 때에는 똥찬아~ 하고 부른다. 동찬이는 그렇게 친구들이 부르는 것에 대해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동찬이는 자기를 부를 때에 똥찬이라 부른 이유가 멍청한 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동찬이는 반에서 성적이 항상 꼴찌였다. 그러니 반 친구들이 동찬이를 똥찬아 하고 빈정대었던 것이다. 그래도 동찬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동찬이는 학교 앞에 있는 만화방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동찬이는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학교 정문을 제일 먼저 나온다.
“아저씨, 나왔어요? 라이파이~”
“응, 나왔지~ 오늘도 일등 했구나!”
동찬이는 동전 십 환 주고는 새로 나온 라이파이 다음 편을 받아 들고는 구석에 앉아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러자 친구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야! 똥찬아~ 언제 왔어?”
동찬이는 들은 척 만 척하면서 열심히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친구들은 라이파이 만화책을 보고 있는 동찬이 주변에 몰려들어서는 만화책을 같이 보고 있었다.
“너네, 돈 내고 봐! 왜 내가 보는 걸 훔쳐보냐?”
“야~ 네가 먼저 보니깐 우린 못 보잖아~”
그러면서 친구들은 더욱 동찬에게 밀착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동찬이는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친구들이 동찬이 등을 밀치면서 말했다.
“야! 빨리 좀 읽어라~ 답답하잖아!”
힘들게 라이파이 만화책을 다 본 동찬이는 주인아저씨에게 던지듯이 주고는 주머니에서 만화 표딱지를 꺼냈다. 만화를 돈 내고 볼 때마다 주인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만화 표딱지를 주는데, 5장을 모으면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이때에는 컬러텔레비전이 아니라 흑백텔레비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집집마다 티브이가 없었다. 돈 있는 집에서나 흑백 티브이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방 아저씨는 비싼 흑백 티브이를 장만해서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보러 오게 하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흑백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마치 부자 된 기분으로 우쭐해진다.
오늘은 동찬이도 만화 표딱지 5장이 되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주인아저씨에게 표딱지 5장을 내밀며 친구들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여기 5장이 있어요. 텔레비전을 봐도 되죠!”
만화를 열심히 보던 친구들이 동찬이를 쳐다보았다. 마치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동찬이는 슬쩍 친구들을 들러보았다. 그리고는 만화방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가 티브이를 켜주고 나갔다. 동찬이는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안방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티브이에서는 국악을 연주하고 판소리를 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상자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들이 너무나 신기해서 아이들은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티브이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티브이에서 긴급 뉴스라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종로 뒷골목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독수리 깡패와 호랑이 깡패의 싸움이라고 했다. 결국은 독수리 깡패들이 호랑이 깡패들에게 패하고 왕초는 잡혀서 개돼지 패듯이 패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수리 깡패 왕초는 죽었다고 하는 뉴스였다. 동찬이는 가슴이 철렁하여 방을 나왔다 그리고 만화방을 나와 터벅터벅 집으로 가고 있었다. 동찬이가 사는 동네는 언덕바지였다. 그래서 동찬이가 집에 갈 때에는 항상 숨이 찬다. 동찬이 집 근처에는 큰 느티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 밑에는 평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 낮에가 되면 동네 할아버지들이 평상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그랬었다. 동찬이는 평상에 홀로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동찬이는 할아버지께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허허, 그래 왜 힘이 없어 보이는구나!”
“할아버지! 개돼지 패듯 패다가 뭐예요?”
동찬이는 할아버지 쪽으로 다가가면서 아까 티브이에서 본 것이 생각이 나서 물었다.
“응? 이리 와 앉아라!”
“네!”
동찬이는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보고 다시 물었다.
“개돼지 패듯 패다가 무슨 말이에요?”
“그거 말하려면 길어지는데……. 괜찮겠니?”
“괜찮아요! 궁금해서요.”
“옛날에, 옛날에, 큰 나라에서는 싸움이 자자했었지. 땅이 아주 넓었단다. 그래서 많은 작은 나라들이 있었지. 그 작은 나라들끼리 자주 싸우고 그랬었지.”
“왜 싸워요?”
“그건 땅을 차지하려는 것이지. 그렇게 자주 싸우다가 다시는 싸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긴 나라는 진 나라의 왕을 잡아서는 개돼지 패듯이 해서 죽였단다. 그리고는 그 죽은 왕을 가마솥에 넣어서는 팔팔 끓여서는 장수들이 서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단다.”
“아유, 무서워~ 그런데 왜 개돼지 패드시라고 해요?”
“그건 말이다. 그 당시에는 개와 돼지를 잡아먹을 때에는 그냥 잡아먹지 않고, 독이 차도록 두들겨 패서 죽여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들 했단다.”
“어떻게 패 죽여요?”
“개는 목에 줄을 매어 나무에 묶어놓고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몽둥이로 때리는 거지. 그러면 개는 이리저리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캥캥하다가 나중에는 캥캥 소리도 못 내다가 죽지. 그리고 돼지는 울타리를 쳐서 울안에 돼지를 넣고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몽둥이로 패면 돼지는 꽥꽥하며 이리저리 맴돌다가 나중에는 꽥꽥 소리도 못 질러대고 죽지.”
“사람들이 너무 나쁘다. 왜 그렇게 죽여야 해!”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개돼지를 팬다는 것처럼 사람을 때렸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 그래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이런 것 묻니?”
“오늘 만화방에서요. 티브이를 보는데, 어떤 아저씨가 깡패들이 싸웠데요. 그런데, 왕초를 그렇게 개돼지 패듯 팼다고 말했어요.”
“저런, 왜들 싸우고 그러지. 깡패들이란 참~”
“깡패들은 나쁜 사람들이에요?”
“학교 다닐 때에 공부도 안 하고 못된 짓만 하면 나중에는 깡패가 되는 거야. 넌 공부 잘하지?”
“네…….”
동찬이는 거짓말을 했다. 힘없이 대답을 하고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 할아버지는 돌아서 가는 동찬이를 바라보면서 긴 답배 대를 물고는 한 모금 피웠다. 동찬이는 급한 걸음으로 집으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공부를 안 하고 못된 짓만 하면 깡패가 된다고……. 난 아니야~ 열심히 공부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