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홍수

[소라 섬 소녀가 그리다]

by trustwons

소녀는 늦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소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가을에 내리는 빗소리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꼈는지 소녀는 부스스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가에 다가갔다. 그렇잖아도 어두운 밤이 더욱 짙은 어둠에 소녀는 놀라워했다. 소녀는 창문에 이마를 댄 채로 빗소리를 들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들었던 폭포 소리보다 더욱 무섭게 소녀는 들으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것이었나? 두려움의 소리? 노아의 홍수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두려웠을까?"


소녀는 창가에서 물러나 책상 앞에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성경책이 펼쳐진 채로 놓여 있었다. 소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성경을 읽고 잔다. 소녀는 손을 뻗어서 성경책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창세기 7장을 폈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였다. 소녀는 소리 내서 읽었다


"지면에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시니, 곧 사람과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에 새까지라. 이들을 땅에서 쓸어버림을 당하였으되, 오직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던 자들만 남았더라."


소녀는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다 쓸어버림을 당하다에서 소녀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냥 물에 잠겼더라가 아니라, 쓸어버렸다는 말에 소녀는 두 눈을 감은 채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마침 창문으로 강렬하게 들려오는 빗소리와 함께 소녀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내듯이... 그렇게 상상을 하고 있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진 않더라도 장마처럼 비가 내리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소녀는 눈을 끔찔거리면서 생각을 이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눈을 번쩍 뜬 소녀는 창문을 바라보고는 곧 스케치북을 집어서 펼쳐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 사람들을 쓸어버렸다고 했지... 그럼 비가 내린 게 아닌 거야. 그냥 물로 쓸어내리신 거야. 복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물청소하듯이 말이지."

"음... 사람들은 골짜기마다 몰려 있었을 거야."


소녀는 그렇게 그려가기 시작을 했다. 그러다 방주를 그리다 말고 붓을 든 채로 또 생각에 빠졌다.


"방주엔 창문이 있었나? 아니지... 하나? 많았다면..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봤겠지? 또는 사람들을 쓸어버리는 장면도 봤겠지?"

"아냐! 그럴 순 없는 거지... 하나님의 거사를 보겠다고... 아니지... 소돔 고모라의 멸망할 때도 천사는 돌아보지 마라고 했었어. 그래, 맞아! 방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소녀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그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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