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 이야기 편]
소녀 소라리자는 광일 오빠와 함께 샴버그 집에 도착을 했다.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함께 들어오는 두 사람을 현관에서 엘리자는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어서 와요. 환영합니다.”
“처음 뵙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광일이는 한국말로 맞아주는 소녀의 양어머니 엘리자에 더욱 친근감을 느끼며 환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엘리자는 두 사람을 거실로 안내를 했다. 소녀도 일단 거실로 가서 광일 오빠랑 함께 소파에 앉았다.
엘리자는 한국말이 짧은 편이지만, 간간히 한국말을 썩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광일이도 될 수 있으면 영어로 말하려고 신경을 썼다. 오히려 소녀 소라리자가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해 엘리자가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말했다.
소녀는 한국에 다녀온 직후에 할머니의 고향 친구분을 만난 이야기를 해드리면서 광일 오빠에 대해서도 말해준 적이 있어서 엘리자는 소라리자와 광일 오빠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 내가 깜빡했네요. 커피라도 내놓아야 하는 걸 잊었네요.”
“괜찮습니다. 방금 커피를 마시고 왔습니다.”
엘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광일 오빠는 사양을 하며 자리에 앉으시라고 손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엘리자는 미안한 마음이었으나 마셨다고 하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엘리자는 앉자마자 광일에게 멋쩍으니깐 말을 했다.
“왜,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지요? 전공이 사회복지라고 들었는데…….”
“예, 저의 아버지께서 법학을 공부하는 게 어떠시냐고 하셔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법학을 선택했습니다.”
“어렵지 않으세요? 저의 남편도 법학을 공부했거든요.”
“마미, 편하게 대화를 해요. 아들이라고 생각하시면요.”
“네, 그렇게 하시지요. 한국말이 워낙 까다롭지요.”
“좀, 그렇기 해요. 사람에 따라서 말을 선택해야 해서요.”
“말을 편히 하셔요. 어머니!”
엘리자는 그만 웃고 말았다. 광일이가 자신을 어머니라고 불러주었기 때문에 소라리자가 마미라고 부르는 것보다 엘리자는 훨씬 듣기 좋았던 것이다.
“저에게 어머니라고 불렀네요? 마음이 뭉클해지는데요.”
“마미, 그럼 난 뭐야? 나도 어머니라고 불러줄까? 엄마!”
“오~ 그러니깐 내가 친엄마 같구나!”
소녀는 당황했다. 엘리자가 그동안 소녀가 엄마라고 부르기를 바랐었구나 하는 마음에 미안한 생각을 했다. 서양 부모들은 자신이 친부모가 아님에 대해서 숨기려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사실을 서로 이해하면서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엘리자는 항상 소라리자에게 자신은 친엄마가 아니고 양엄마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소녀도 역시 그랬었다. 이번에 광일 오빠가 와서 놀라운 일이 생기게 되었다. 소녀는 광일 오빠 덕분에 양어머니와 관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소녀는 엘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앞으로 이렇게 부를 거야! 오케이?”
“그럼 난 기쁘지~ 네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늘에 계신 소라의 어머님도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광일 오빠가 나서서 중재를 했다. 사실 그렇다. 기독교에서는 세상과 다르게 하나님 안에서는 모두 형제요, 자매요, 가족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특히 한국에서는 혈육을 매우 따지며, 혈통과 가문을 중요시한다. 그러자 소녀는 엘리자를 품어 안겼다. 엘리자도 멋쩍어하면서도 흡족해했다. 이런 모습을 본 광일 오빠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훔쳐본 소녀는 광일 오빠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오빠! 셈나지? 지금 딱 보니깐 엄마가 보고 싶구나?”
“아니, 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시간이 흘러 소녀의 파파가 들어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 현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미스 씨는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거실 쪽을 향해 인사 겸 말을 걸었다.
“안녕들 하시나요? 내가 왔습니다. 오늘 귀한 손님이 왔다고…….”
“하우 두 유두! 아이 라익 밋투유.”
“미투! 한국말 알아듣습니다. 오케이?”
“아~ 예, 처음 뵙습니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앉으세요. 잠시 실례해요.”
스미스는 자리에서 떠나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 간단히 씻고 스미스는 내려왔다. 스미스가 엘리자 옆에 앉았다. 엘리자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영어로 스미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스미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광일에게 정식으로 악수를 청했다. 광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미스와 악수를 정중하게 하며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은 스미스는 광일에게 시카고대학교에 대해 물었다.
“어떻습니까? 시카고대학교의 생활이 지낼만합니까?”
“예, 법학 영어가 좀 어렵긴 합니다. 학교생활은 지낼만합니다.”
“파파, 말을 편하게 하세요. 오빠가 어색해하잖아요.”
“그런가? 좀 불편했나? 좋아! 편하게 말하겠네.”
“예, 그게 더 좋습니다. 저도 좀 불편했습니다.”
“법학개론만이라도 잘 이해한다면, 다른 것들은 어렵지 않을 거네.”
“아~ 그렇군요. 저도 처음이라 법학개론에는 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버님이 항공사에 근무하신다고 하던데…….”
“네, 맞습니다. 오래되셨습니다. 이제 곧 은퇴할 날도 멀지 않습니다.”
“그럼, 연세가 어떻게 되지?”
“오십팔 세가 되십니다. 이년 후에는 은퇴하시게 됩니다.”
“아, 그렇지! 한국은 항공기사의 정년이 육십이군. 미국은 육십칠 세까지 연장되었다네.”
“그래도 항공기를 못 타더라도 다른 부서에서는 교육 파트라든가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고 하십니다.”
“그럼, 좋지요. 이젠 육십도 젊은 나이라고도 말하더군요. 특히 한국 노인들은 건강한 편이라던데…….”
“예, 아직은 건강하십니다.”
“그래요. 혹시 알바로 내 사무실에서 일을 돕지 않겠어요.”
“예?”
“같은 분야이니깐, 실전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아마 실습도 해야 할 걸~”
“아~ 예, 저야 매우 좋지요. 그렇잖아도 미국 생활을 폭넓게 이해하려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시간 될 때에 내 사무실에 찾아오게나.”
스미스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을 꺼내어 광일에게 주었다. 광일은 정중하게 두 손으로 명함을 받고는 명함에 적힌 내용을 살폈다. 이때에 엘리자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아참, 내 정신 봐~ 저녁식사 준비를 다 해놓고도 이러고 있었네. 이젠 좀 데우면 되거든요. 시장들 하시지요?”
“엄마, 나도 도울게!”
소녀 소라리자도 따라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때에 스미스는 깜짝 놀랐다. 소녀가 엘리자를 엄마라고 불렀던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방금, 소라리자가 엘리자에게 뭐라고 한 거지?”
“예, 엄마라고 했어요~ 부럽죠?”
엘리자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미스에게 약 올리는 것이었다.
“허허, 그럼 나에게도 아빠라고 해야지~”
스미스는 팔짱을 끼고는 한국 아빠처럼 행동을 보였다. 그러자 소녀는 스미스에게 달려와 안기면서 귀에다가 말했다.
“아빠!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스미스는 매우 만족한 아니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던 엘리자와 광일 오빠는 밝게 웃었다. 곧 준비된 저녁식사를 위해 모두 식탁으로 왔다. 비록 서툰 솜씨지만 엘리자는 그전처럼 불고기와 된장국과 김치찌개까지 해 놓았다. 사실은 한미교회에 여 집사님들이 와서 도와주었던 것이다. 모처럼 광일이는 한국음식을 먹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배불리 잘 먹었다. 배가 부른 광일이는 스미스와 엘리자와 함께 거실에 소파에 앉아 있는데도 힘들었다. 소녀는 커피를 내려서 거실 탁자 위에 조르르 놓았다. 그리고 모두 코피를 마시며 여담들을 나누었다.
어느덧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리자는 광일에게 자고 가라고 권유했다.
“꼭 가야 하는 것이 아니면, 여기서 자고 가요. 마침 할머니의 방이 비워있으니깐.”
“그래, 오빠! 자고 가~ 내 방도 구경시켜 줄게!”
“그러게나. 이젠 한 식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 네! 저도 좋습니다. 이렇게 주택에서 자는 것도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요.”
“와~ 그럼 할머니 방은 내가 정리해 줄게!”
소녀는 황급히 할머니 방으로 갔다. 광일은 엘리자와 스미스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