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깊은 밤, 소녀는 광일 오빠와 발코니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라리자의 양부모님은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소녀와 광일 오빠는 서로 간접적으로만 소식을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빠! 일찍이 만나보고 싶었어. 조금은 할머니로부터 광일 오빠네 소식을 들었었지만, 특히 오빠의 어머니에 대해서 많이 궁금했었어.”
“오, 그래? 우리 어머니……. 참 천사 같은 분이셨지.”
“왜, 일찍 가셨어? 하나님이 부르셨어?”
“그런 셈이지. 어머니는 자신이 언제 하늘나라에 가실지를 알고 계셨어!”
“어머? 어떻게? 언제?”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는데, 결혼 직전이라고 말해주셨던 것 같았어.”
“결혼 직전에 어떻게?”
“아니……. 내가 태어날 때쯤이기도 해!”
“뭐야? 아리송하잖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
“무슨 얘기?”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 이십 년을 살게 될 거라고 말이야.”
“오빠랑 이십 년을 함께 살 거라고 말했어?”
“어머니는 가끔 신비한 말씀을 하시곤 했었지.”
“신비한 말씀이라니? 무슨 말씀을…….”
“예를 들면, 에덴동산에 대해서 직접 본 것처럼 말씀하셨지.”
“에덴동산을? 나도 그래. 이해할 수 있어.”
“너도 보았니? 에덴동산을 보았어?”
“아냐, 본 것은 아니고…. 어떤 곳인지를…. 그것도 세밀하게 알 수 있었어. 성경 창세기를 읽을 때마다 본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난 창세기를 제일 좋아해!”
“그랬구나! 너도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그래? 정말? 그래선지? 자꾸 오빠 어머니가 생각나거든…….”
“내 어머니를……. 그래서 자꾸 우리 어머니를 물어보는구나?”
“어릴 적에 처음 뵈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었어. 너무나 평온하신 모습이었어.”
“맞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리 말씀하셨어! 어머니가 옆에 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그랬지.”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어디 아프셨어?”
“아프지는 않았어. 의사의 말은 기력이 다했다고만 말해주었어.”
“어머, 병명도 없이…….”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옛날에는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분이 있었다고 했어. 그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셨지.”
“어떻게?”
“이미 알고 계셨으니깐. 어머니가 하신 말을 기억하셨어. 그리고 어떤 사람도 다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어.”
“맞아, 성경을 잘 읽어보면, 특히 창세기를 읽어보면, 사람들의 수명은 하나님이 이미 정해놓으신 거라고 그랬어.”
“오, 제법인데……. 넌 성경을 많이 읽는구나!”
“어릴 적부터 그랬어! 할아버지께서 자주 성경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니?”
“응, 내가 어릴 적에 가셨어. 하지만 할머니가 계셔서 오늘 내가 있는 거야.”
“할머니는 건강하시고?”
“그럼, 건강하셔! 백 살을 사실 거야. 하나님이 내게 그리 말해주었어.”
“언제?”
“음, 할머니 칠순 잔치하는 날에 삼십 년을 더 살 거라고 하셨어.”
“와우! 정말이야? 어떻게 말씀을 하셨어?”
“꿈에.”
“아~ 넌 믿음이 대단하구나!”
“오빠는 안 그래?”
“물론, 나도 믿지. 나도 어머니로부터 성경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
“어떻게 들어? 말 못 하시잖아?”
“어머니는 점자 글씨로 내게 종종 보여주셨지.”
“오빠도 점자 글씨를 읽을 수 있었어? 그랬구나.”
“당연하지, 난 점자책 옮기는 봉사도 많이 했었어. 그래서 사회복지를 공부한 거지.”
“그래서 난 오빠가 참 좋아! 친오빠 같아~”
“그래? 그럼 우리 형제자매 하자! 난 너의 오빠, 넌 내 여동생.”
“좋아, 나도 이젠 혼자가 아니야~ 신난다!”
“나도 그래, 나도 동생이 있게 돼서 기쁘다!”
“오빠! 저기 봐! 달이 우리를 질투하고 있어!”
“응? 달이~”
광일이는 소라리자가 가리키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저 달빛이 좀 어두울 뿐이었다. 그런데 소녀는 달이 질투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광일이는 소녀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왜,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뭐, 이상해?”
“아니,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그래~”
“어머니도 달을 보았데? 어떻게?”
“볼 수는 없었지, 그러나 알고 계셨어!”
“음, 하나님이 도우셨구나! 나도 그래~”
“넌 새벽마다 해돋이를 본다며?”
“여기서는 아냐~ 소라 섬에 있을 땐 매일 하루 시작을 그렇게 했었어.”
“내 어머니도 그랬었지. 비록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거실 창문에 늘 서계셨었지.”
“아~ 어머니도 그랬구나! 하나님과 대화를 하신 거야~ 난 알아!”
“그럼, 너도 새벽마다 하나님과 대화를 했었어?”
“뭐, 그런 셈이지. 꼭 귀로 듣거나 하지 않아도 말이야. 어떤 때는 성경의 한 말씀이 확 들어와서 그 뜻을 깨닫게 될 때에는 가슴이 막 뜨거워지기도 했었어.”
“음, 나도 그랬었지. 알 것 같아~”
“어떤 날에는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신 느낌이 들 때도 많았어. 얼마나 놀라고 기쁜지 몰랐었어.”
“지금도 저 달을 보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니?”
“아냐, 진짜 달하고 난 대화를 많이 해! 달이 오늘따라 멀리 떨어져 있지?”
“멀리 떨어져 있다니? 네게로 다가오기도 해?”
“그럼, 달은 내 친구야! 야~ 말해줘 봐!”
소녀는 달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며 손짓을 했다. 광일이는 이런 소라리자의 행동에 조금은 당황해하였다. 소녀는 광일 오빠의 팔을 끌어당겨 안고는 달을 향해 손을 가리키며 달을 바라보라고 했다. 광일이가 달을 주시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달이 다시 밝아졌다.
“어? 달이 다시 밝아졌는데…….”
“오빠는 지금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응? 어찌 넌 내 마음을 아니?”
“뭔 소리야? 마음이 청결한 사람은 하나님을 본다고 그랬어! 진실한 마음은 진실을 보지만, 진실하지 못한 마음은 진실도 거짓도 판단하지 못해!”
“내가 진실하지 않다는 거냐?”
“거봐! 내가 한 말을 삐뚤어 듣잖아? 오빠 마음이 진실하지 않다는 거 아니잖아!”
“그게 그거 아냐?”
“거봐! 아직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를 모르잖아?”
“음…….”
광일이는 좀 당황하였다. 한편 광일이는 침묵하고 말았다.
“내가 법학을 공부한다면서 소라리자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다른 분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법학의 핵심은 언어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인데…….”
광일이는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때에 소녀는 오빠에게서 팔짱을 풀고는 좀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소녀도 묵묵히 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에 달이 붉어지면서 소녀에게 속삭였다.
“너무 오빠를 뭐라고 하지 마! 지금 마음이 혼란스러운 거야~”
“응, 이해해!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거잖아~”
“너 둘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광일이는 소라리자와 달이 뭔가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눈치를 챘다. 그러자 소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광일 오빠에게 머리를 기대었다.
“오빠! 미안해~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어! 그렇지?”
“어? 그래그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잠시 내 논리로 계산하고 있었나 봐!”
“대화에는 믿음이 필요한 거야! 예수님도 그랬잖아~ 기도할 때에 두 마음을 품지 말라고 말이야.”
“그래, 그렇구나! 깜빡했네. 넌 참 좋은 내 여동생이다.”
“히히, 오빠도 내 좋은 오빠야~”
이때에 광일이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벌써 새벽이 다가올 시간이 가까워져 왔다.
“이젠 그만 방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니? 벌써 새벽 4시가 넘었어!”
“오빤 졸려? 난 안 졸리는데……. 이렇게 오빠랑 있으니깐 너무 좋아!”
“나도.”
“우리 조금 있다가 새벽 산책하자!”
“피곤하지 않니?”
“오빤 피곤해? 그럼 잠시 눈 붙이고 와! 난 달하고 대화를 할 거야~”
광일이는 좀 피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여동생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쉬웠다.
“아냐, 난 괜찮아! 나도 달하고 대화를 가져볼까 해!”
“그래, 우리 함께 대화를 하자!”
소녀는 광일 오빠에게 바싹 기대었다. 그리고 광일 오빠도 손을 소녀의 어깨 위에 얹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묵묵히 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달은 잠시 구름 속으로 사라지더니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