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오빠와 산책을 하다
[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by trustwons Nov 11. 2022
66. 오빠와 산책을 하다.
광일이는 여동생이 된 소라리자와 함께 이층 발코니에서 달과 함께 꼬박 밤을 새우고 말았다. 두 사람에게 달빛은 더욱 화사하게 비쳐 있었다. 마치 무대 위에 두 연인이 연출하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오빠! 오빠~ 난 지금 매우 기뻐서 흥분돼.”
“뭘 그렇게까지는…….”
“아냐~ 그동안 난 늘 혼자였거든……. 지금은 아니잖아?”
“내가 알기로는 그분이 들으시면 매우 섭섭해하실 거 같은데…….”
“아냐, 오히려 기뻐하실 거야~ 그거 알아? 아담과 이브가 함께 있는 걸 보시고 매우 보기 좋았더라 하셨거든.”
“그럼, 우린 아담과 이브인 셈이네?”
“꼭 그렇다는 거 아니야~ 아버지는 우리가 자주 만나시길 원하실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물어봤어?”
“오빠는~ 탕자처럼 떠나 있었구나!”
“.........”
“말을 못 하는 걸 보니 정말이네!”
“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법학에만 몰두했었구나.”
“내가 좀 챙겨주어야겠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동편 하늘에는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달은 여전히 두 사람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
“벌써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것 같구나~ 우리 좀 걸을까?”
“좋아!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녀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광일이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에 두 사람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직 어둠은 남아있었다. 거리에는 가로등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요했다. 소녀 소라리자는 광일이 오빠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오빠! 나, 왜 마음이 이렇게 든든하지?”
“나도 그래~”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는 스프링 크릭 서클 길을 걷고 있었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져오고 있었다. 이른 새벽길이라서인지 공기가 매우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상쾌하였다. 소녀와 광일이는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가로등 밑으로 다람쥐가 조르르 달려가는 모습을 광일이는 발견하였다.
“저기 다람쥐가 숲 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네.”
“나도 봤어! 다람쥐도 일찍 일어났나 봐~”
“우리처럼 밤샌 것일지도 모르지.”
“그럼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설마~”
“아냐, 저기 봐 우릴 쳐다보고 있잖아~”
“어? 그러네.”
광일이도 숲 속에서 다람쥐가 얼굴을 내밀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소녀가 손을 내밀어 다람쥐에게 손 인사를 했다. 다람쥐는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올 듯이 하다가 바로 숲 속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호숫가에 이르렀을 때에 하늘은 밝아오면서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직 달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오빠! 저기 달을 바라봐~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응?”
광일은 소녀가 달을 가리키는 손을 따라 눈길을 옮기면서 달을 바라보았다. 옅은 구름 사이로 나온 달은 두 사람을 축복해 주듯이 더욱 밝게 비추었다. 나뭇잎들이 달을 가리자 광일은 문뜩 어머니를 생각하였다.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던 광일의 어머니는 어떻게 아셨는지 창가에서 달을 바라보는 듯이 계시곤 하셨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광일은 떠올린 것이었다.
“오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어머니를 생각했어!”
“내가 옆에 있으니 어머니 생각이 나지?”
“아냐, 어머니가 거실의 창가에서 달을 쳐다보는 듯이 바라보고 계시던 모습이 떠올랐던 거야.”
“어머니가? 달을 바라보고 계셨다고~”
“그렇게 보였지~”
“아냐, 어머니는 정말 달을 바라보고 계셨을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걸?”
“어머니는 눈으로 보셨던 게 아니야~ 영안으로 보신 거지!”
“영안으로 보셨다고?”
“그럼! 나도 영안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너도?”
“오빤, 예수님의 제자 도마 같아~ 의심이 많네?”
“내가 그런가?”
“성경말씀을 어디까지 믿어?”
“어디까지 라니? 뭔 소리야~”
소녀 소라리자는 광일 오빠와 함께 걸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느덧 둘은 호수에 가까이 이르렀다. 소녀는 광일 오빠를 끌고 호수가로 다가갔다.
“오빠, 여기 호수는 넓지는 않지만 아늑해!”
“그래 아담해서 좋네. 건너편에는 집들이 보인다.”
“여기 물고기도 꽤 있어, 오빠!”
“음, 꽤 큰데?”
“오빠, 여기 앉아!”
소녀는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광일 오빠를 끌어 앉혔다. 광일이도 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소라리자와 함께 있는 것에 포근함 마음이 들었다. 이때에 소녀 소라리자가 광일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줘~”
“우리 어머니?”
“응.”
“글쎄, 어머니는 늘 고요하셨지.”
“당연한 거 아니야? 어머니는 말을 못 하시잖아~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어머닌, 늘 평안하셨지. 모든 걸 다 아시는 것처럼 말이야.”
“모든 걸 다 아시는 것처럼? 상상이 안 돼!”
“어머니의 표정을 보면 알지~”
“맞아! 그때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을 때에 난 너무나 평화로웠어.”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그리 말하셨지. 어머니를 통해 위로가 되었다고 하셨지. 이 호수를 바라보니 더욱 어머니가 생각나는구나.”
“호수가 참 예쁘지? 난 넓은 바다만 바라보다가 여기에 아담한 호수를 보니 꼭 엄마의 품에 있는 느낌이 들어!”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어머니와 함께 있는 느낌이 들었지.”
“어머니랑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 난 우리 엄마를 전혀 느낄 수 없었어.”
“그래? 그렇겠구나. 넌 태어났을 때에 잠깐 어머니와 있었을 뿐이었으니…….”
“그럼 오빠는 어땠는데?”
“나도 사실은 할머니 품에서 자랐지. 하지만 좀 크면서 내 어머니 곁에 늘 있었지. 어머니가 아무 말도 안 하셔도 내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나는 충만했지.”
“뭐가 충만해?”
“그러니깐, 부족한 것이 없다는 거지. 아쉬움도 없었지.”
“그게 뭘까?”
“뭐긴? 어머니의 사랑이 충만했다는 거지.”
“어머니의 사랑? 나에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했어! 충만했지.”
“바로 그거야~ 어머니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 같다고 볼 수 있지.”
“어머니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같다고........”
“그럼, 하나님은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는 거야.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성품을 여자에게 주신 거지.”
“하나님의 성품? 그게 뭐야?”
“그건 사랑이지. 모성애라고 말하지. 그것이 있기에 아기를 낳아 키울 수가 있는 거야.”
“모성애(母性愛)? 할머니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어! 우리 할머니는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난 알아~”
“그래, 모든 여성에게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이 있는 거야. 그래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거지.”
“남자에게는 없을까? 모성애처럼 말이야. 부성애?”
광일이는 웃었다. 소라리자가 부성애라는 말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물론 아버지의 사랑을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좀 다르지.”
“난 아빠도 몰라! 본 적도 없고 불러본 적도 없어.”
“이리 와~ 내가 안아줄게.”
소녀는 광일 오빠의 품에 안겼다. 광일이도 소라리자를 두 팔로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바로 이거야, 남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 애정이라 하지. 아버지들의 사랑에는 의무가 있어.”
“오빠의 품에 안기니깐 마음이 포근해!”
“사랑에는 부모의 사랑이 있고, 남녀의 사랑이 있고, 가족의 사랑이 있고, 이웃의 사랑도 있지. 하지만 이러한 사랑들은 이성으로 오는 사랑일 뿐이지.”
“동물에게도 있지 않을까? 모성애!”
“천만에, 동물에게는 다르지. 본능이라고 할까? 사랑은 숭고한 것이지. 하나님의 사랑은 이성을 뛰어넘지.”
“그래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고 요한 사도는 말했구나!”
“그렇지.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부터 사랑하셨지.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으시지. 온전한 사랑이시지.”
“그렇구나. 하나님은 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 아들을 주셨다고 했어.”
“그래,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증명하신 거야. 그래서 누구든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받아들이면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거지.”
“맞아!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얻고 영생하게 된다고 했어. 십자가의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믿는 것이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 수가 있는 거지.”
“그럼, 어머니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도 역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지.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에 천지가 형통할 수가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사람들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있는 거야.”
“오빠는 참 좋겠다. 어머니의 사랑도 받고 아버지의 사랑도 받았으니 말이야.”
“내가 보기엔 넌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응.”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프링 크릭 서클 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자와 스미스는 일어나서 식탁에 마주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는 두 분에게 아침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서 와요. 아침산책은 좋았어요?”
“네.”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는 합창하듯이 동시에 대답을 했다. 그리고 세면실로 갔다. 식탁 위에 음식들을 준비해 놓은 엘리자와 스미스는 소녀 소라리자와 광일이가 식탁으로 오자 함께 즐거운 아침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