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수첩을 정리하다가 잠시 멈추고 수첩 첫 장에 붙여놓은 글을 읽다. 이젠 반생을 넘어 내림 길을 가는 나이에 구석구석 묻힌 소품들을 하나둘 정리하는 것이 내 생활이다. 친지들이 모이면 하는 말..
"제는 어디서 가져와 집 마당에 쌓아놓는지.. 저러다 금덩이를 주어 오는 거 아닐까?"
그런 내 모습이 참 많이도 쌓아놓았다고 친지의 말이 떠오른다. 정리하고 정리해도 줄지 않는 삶이다. 죽어서 가져갈 수 없는 것들.. 하물며 뇌 속에 쌓아놓은 헛된 지식들조차도 가져갈 수 없지.
그러다 발견된 수첩에 글... 시편 104편의 말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 말씀은 노아 홍수 이후에 모습을 바라본 시편 저자의 글이라 생각된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홍수 이전에 천지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생각해 온 나이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깊이 한 구절 한 구절 읽었다. 시편 저자가 고백한 말에 더욱 감동과 감명을 받았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는 심히 광대하시며 존귀와 권위를 입으셨나이다."
난 어릴 적부터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을 즐거워하였다.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 산과 계곡, 나무와 풀, 그리고 동물과 벌레... 그들은 모두 나의 친구였다. 그런데 그 자연을 새롭게 단장을 하셨다고, 물로 온 땅을, 산과 바다를 숨 쉬는 모든 생물을 다 쓸어내린 이후의 자연...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랜드 캐논을 방문했을 때에서야 발견했고, 보았고, 깨달았다. 그 후에는 홍수 직후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에서도 홍수 직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급하게 쓸어내려간 물의 흔적들...
그런데 시편 104편에서는 홍수 이후에 자연을 새롭게 단장하신 하나님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었다.
"... 바람으로 자기 사자를 삼고, 화염으로 자기 사역자로 삼고, 땅의 기초를 두고 영원히 요동치 않게 안정을 놓으셨다."
"옷으로 덮음같이 땅을 바다로 덮으시고, 물이 산들 위에 섰고.. 이르러 찼고..."
"주의 견책으로 물이 도망하며, 우뢰소리를 인하여 더욱 빨리 물러가고, 주의 정하신 처소에 이르렀고 산은 오르고 골짜기는 내려갔다. 주께서 물의 경계를 정하여 넘치지 못하게 하시고, 다시 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게 하셨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주님이 하신 일... 그리고 그 위에 동물과 식물이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을 하셨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눈길엔 오로지 여호와를 송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산을 좋아한다. 그리고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홍수의 흔적들이 내 눈에 들어와 상상을 하게 된다. 노아의 홍수.. 그 장면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