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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선물

[안데르센 동화 - 창작 편]

by trustwons

찔레꽃 선물


따스한 봄날이었다. 수업이 끝난 훈이는 친구들과 늦도록 축구를 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려고 하자 훈이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툭툭 돌멩이 하나를 발로 차면서 가고 있었다. 이층이 있는 양옥집 앞을 지나가려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훈이는 양옥집 이층 창문으로 피아노를 치는 지희를 보았다. 발걸음을 멈추고 훈이는 지희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지희는 훈이랑 같은 반 4학년 1반 여자 친구이었다. 지난 운동회 때에 훈이는 지희와 짝짓고 달리기를 했었다. 그 후로 훈이는 지희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훈이는 지희랑 소꿉놀이에서도 부부 역할도 했었다. 그리고 훈이는 지희와 뒷동산에 놀러 갔었다. 훈이는 지희가 피아노를 멈출 때까지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점점 어둠이 땅 위에 내려오고 가로 등의 불빛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집집마다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훈이는 양옥집 이층의 창문을 아쉬운 듯이 바라보다가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훈이는 학교를 갔다. 교실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훈이가 제일 먼저 온 것이다. 항상 훈이는 일찍 학교를 가는 편이었다. 훈이는 넓은 빈 교실에 혼자 있는 자신이 좋았다. 훈이네 집은 작은 한옥집이었다. 방 2칸에 마루와 부엌뿐이었다. 그리고 펌프가 있는 작은 마당이 있었다. 그리고 훈이가 쓰는 방은 너무나 작다. 훈이가 바닥에 누우면 머리와 발이 벽에 닿는다. 그런 집에 사는 훈이는 빈 교실에 혼자 있으면 넓은 방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일찍 오곤 한다. 훈이는 책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놓고 학교 담장으로 달려갔다. 학교 담장에는 찔레꽃들이 만발하게 피어 있었다. 훈이는 예쁜 꽃을 골라서 꺾었다. 그리고 교실로 달려왔다. 아직 친구들이 안 왔다. 교실에 들어 선 훈이는 지희의 책상 위에 찔레꽃을 놓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훈이는 국어책을 펴 놓고 열심히 읽는 척했다. 지희가 교실로 들어왔다. 지희는 자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찔레꽃을 보았다.


"어머, 예쁜 찔레꽃이다."


지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훈이는 힐끔 지희를 쳐다보고는 씩 웃었다. 지희도 훈이를 바라보고는 살짝 웃었다. 훈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훈이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훈이는 누가 볼까 봐 피나는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훈이는 침으로 살살 발라주었다. 손가락이 따끔하며 아팠다. 아까 훈이가 찔레꽃을 따다가 찔레꽃 가시에 찔린 모양이다. 수업이 끝나고 훈이는 지희와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훈이의 반은 오전반이었다. 그래서 오전만 수업을 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다. 학교의 교실이 부족해서 4학년 1반과 2반이 한 교실을 같이 쓴다. 1반이 오전 수업을 하면 2반은 오후 수업을 한다. 일주일마다 오전 오후 수업이 바뀐다.

지희는 가방 속에서 예쁜 손수건을 꺼내서는 훈이의 손가락을 감싸주었다. 훈이는 또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아까 보니깐, 네 손에서 피가 나는 걸 봤어!"

"응? 아무것도 아냐~ 가시에 찔렸을 뿐이야. 괜찮아!"

"네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길래 모른 척한 거야~ 찔레꽃은 고마웠어!"

"어제 네가 피아노를 치는 걸 봤어! 잘 치더라~"

"그래? 그럼 들어오지 그랬어~"

"아냐~ 너무 늦었는걸."

"다 왔다. 잘 가~"


지희는 양옥집으로 들어갔다. 훈이는 지희가 들어간 양옥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훈이는 다음에는 지희네 집에 놀러 가도 되겠지 하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훈이는 깡충깡충 뛰면서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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