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어느 날 손녀와 할아버지는 어린이 놀이동산에 갔다.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렀다. 놀이동산에는 어린이와 부모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주로 세 살에서 일곱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었다.
놀이동산에 오자 손녀는 할아버지의 손을 놓고 무섭게 뛰어갔다. 잔디로 만든 작은 언덕들이 여기저기 있는 곳으로 손녀는 한달음에 뛰어갔다. 그리고 언덕을 구르고 언덕을 올라가서는 다시 굴렀다. 한참을 그렇게 손녀는 놀았다. 이런 손녀의 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시는 할아버지는 그늘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손녀는 다시 꽃 동굴로 달려갔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고 그랬다. 할아버지도 손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손녀는 할아버지를 쳐다보고는 다시 달음질쳐 통나무집으로 갔다. 통나무 집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더니 창문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외쳤다.
“할아버지~ 날 봐!”
“그래 어디 보자. 우리 손녀가 어디 있지?”
“여기야~ 창문에 있어! 야옹~~”
“오, 여기 있네!”
할아버지는 손녀가 통나무집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을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소녀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지붕 위로 머리를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통나무집에서 나온 손녀는 할아버지를 향해 맹 달려와서는 껑충 할아버지 품에 안겼다. 할아버지도 팔을 벌리고 반가이 손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
“그래,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어! 할아버지, 나랑 숨바꼭질 하자!”
“그래.”
“할아버지는 ‘보’를 내! 그럼 내가 ‘주먹’을 낼께!”
“알았어요.”
할아버지는 손을 펴서 보를 내밀었다. 그러자 손녀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먹을 냈다.
“할아버지가 이겼어. 내가 술래야!”
“그래.”
손녀는 나무기둥에 얼굴을 대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중얼거렸다. 아마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것을 흉내 내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살짝 손녀의 뒤쪽 나무기둥에 몸을 숨겼다.
“할아버지, 꼭꼭 숨었어? 내가 찾는다!”
손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할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를 살짝 쳐다보고는 다시 나무기둥에 몸을 숨겼다. 손녀는 열심히 할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작은 언덕 위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꽃 동굴에도 들어가 보고, 통나무집에도 들어가 보고하며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의 뒤를 살살 따라다녔다. 손녀는 다시 미로의 길로 갔다. 그리고 이리저리 미로의 길을 돌아다녔다. 그때에 할아버지는 손녀가 힘들게 할아버지를 찾는 사실을 알고는 잘 보이는 곳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러자 미로에서 나온 손녀는 할아버지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뛰어갔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의 품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할아버지도 손녀를 힘껏 들어 안았다.
“할아버지, 나 울려고 했는데 꾹 참았다.”
“우리 손녀가 울려고 그랬어요? 그런데 꾹 참았어!”
“응~”
“장하다. 우리 손녀는 언니가 다 됐네!”
“근데, 할아버지는 어디 있었어?”
“우리 손녀 바로 뒤에 있었지요.”
“정말?”
“그럼,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 손녀 뒤에 있었어요.”
“그랬구나! 알았어.”
손녀는 할아버지 품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더욱 힘껏 할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어이쿠~ 할아버지 얼굴이 부서지겠다.”
그래도 손녀는 더 힘껏 할아버지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로 할아버지의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허허, 할아버지가 없을까 봐 겁먹었구나!”
“아냐! 할아버지가 안보인 거야~ 내가 얼마나 찾았다고!”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좋아! 아이스크림 먹자!”
할아버지는 손녀를 데리고 놀이동산 안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빵을 주문했다. 아가씨가 예쁜 잔에 아이스크림을 그리고 접시에는 빵을 담아 왔다. 손녀는 재빨리 아이스크림을 채갔다.
“이거 내 거야!”
“천천히 먹어요.”
“응, 할아버지는 빵 먹어!”
그렇게 말하던 손녀는 할아버지의 무릎으로 자리를 옮겨 앉으려 했다.
“나, 할아버지 무릎에 앉을 거야!”
“왜? 할아버지 무릎에 앉으려고 하지요?”
“그냥~”
손녀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말고는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시면서 속으로 생각을 했다. 우리 손녀가 숨바꼭질하면서 할아버지가 안 보여서 많이도 겁먹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은 손녀를 할아버지는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