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라리자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시카고 대학교 기숙사에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뜻밖에 광일오빠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한편으로 걱정되고, 또한 기뻤다. 그토록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광일의 아버지였다.
항공사에 기장으로 근무하신다는 데에 그 멋진 기장복 차림에 눈길이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에 대해 놀람과 궁금함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런 소녀는 갑자기 광일 오빠와 함께 멋진 호텔에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전에 말해주지 않은 오빠에게 섭섭함과 못마땅함을 소녀는 꼭 언젠가는 말해주고 혼내줄 거라고 다짐을 했다.
첫 만남이었던 오빠의 아버지인지라 두서없이 대화를 나눈 것이 많이 서운했다. 그러나 소녀는 마음씨 좋은 분이라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다음엔 꼭 우리 양부모님께 소개해 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니 괜히 설렘과 기대감이 함께 밀려왔다.
소녀는 오빠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 창가에 오빠가 준 백합화를 놓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백합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경을 읽으면서 알게 된 백합화였던 것이었다. 직접 백합화를 보게 된 것은 화원에서였다. 그전에는 엘리자 마미가 보내준 노트북으로 백합화를 보았었다.
그런 백합화를 광일오빠로 부터 받았다는 것에 소녀는 너무나 기뻤다. 그런데 소녀는 잊을 수 없었던 광일의 어머니도 백합화를 좋아하셨다고 했다는데 더욱 감격을 했다. 아니 볼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알았고, 이해했을까 하는 의문에 다음에 오빠를 만나면 꼭 물어보리라 소녀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소녀 소라리자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유심히 사진을 보다가 손수 그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자 소녀는 책상에서 그림도구를 찾아 즉석에서 백합화를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을 오빠에게 보여줘야지 생각을 했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도 소녀는 백합화를 좋아했다는 이하늘 어머니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