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동화 편]
“와~ 여름 방학이다!”
유민은 깡충깡충 뛰며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옆에서 본 꽃분이도 유민이 뒤를 따라 돌았다.
“꽃분아~ 방학이라서 기분 좋지?”
“응, 니는 방학 동안에 뭐 할꼬?”
“나? 몰라! 군인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면 참 좋겠다.”
“군인아저씨에? 답장 왔나?”
“그럼 동화 이야기도 보내줬어! 너무 재밌다.”
“부럽데이, 와 내켄 안 오노? 씨~”
“넌 안 왔나? 와우~ 나만 온 거야!”
유민이는 자기에게만 군인아저씨의 답장이 왔다는 것에 더욱 신났다.
“꽃분아, 우리 집에 안 갈래? 군인아저씨가 보내준 동화를 읽어 줄게.”
“그럴까? 너네 집은 우리 집이랑 붙었다 아이가!”
“맞다. 우리 집 옆집이지. 가자!”
유민이는 꽃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유민의 집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학교 담장을 끼고 걸어가면 우체국이 있고, 그 옆에는 구멍가게가 있다. 그리고 한 집, 두 집, 세 집 지나면 꽃분이네 집이 있고, 담장을 끼고 유민의 집이 있다.
유민이가 사는 동네는 약간 언덕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를 넘어 바다가 보인다. 유민이는 항상 대문을 삐꺽 하고 열어 제키고는 항상 바다를 바라보고 그랬다. 참 바다는 계절에 따라 옷을 입는다. 겨울에는 짙은 청색 옷을 입고, 여름엔 옅은 청색 옷을 입는다. 봄가을에는 푸른 바다 빛이 된다. 유민이는 겨울바다를 좋아한다. 겨울바다는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겨울파도도 역시 더욱 힘차다. 그래서 유민은 겨울 바다를 좋아한다,
유민이는 꽃분이와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랍 속에서 예쁜 편지봉투를 꺼냈다. 군인아저씨가 보낸 동화 편지였다. 꽃분이는 책상 앞에 의자에 앉았다. 유민은 창문턱에 올라앉았다. 그리고 유민은 군인아저씨가 보내준 동화 편지를 신바람 나게 읽었다. 꽃분이는 다 듣고 나서 말했다.
“그 이야기는 이솝의 이야기를 다르게 고친 게 아이가.”
“맞다. 지난 서울 올림픽 때에 토끼와 거북이가 왔다 갔다는 얘기다. 결국 거북이가 이겼다.”
“거북인 불법 아이가? 비겁하다이가!”
“그래도 재밌지?”
“하믄 재밌긴 하데이.”
이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굵직한 남자 목소리였다.
“여기가 유민네 집입니까?”
부엌에서 일하시던 민의 어머니가 급히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 민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워하며 말하는 목소리를 창문턱에 앉아 있는 유민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신지요? 유민의 집 맞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 삼 병 최만두입니다. 유민의 펜팔친구입니다.”
“어머, 군인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시다니요. 어서 들어오세요. 민아! 군인아저씨가 오셨다.”
“네? 군인아저씨~”
유민은 황급히 창문턱에서 내려와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꽃분이도 뒤따라 나왔다.
“아저씨, 군인아저씨! 잘 오셨어요.”
유민은 군인아저씨를 두 팔로 껴안았다. 아저씨도 유민의 어깨를 감쌌다. 꽃분이는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유민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유민아~ 다음에 보제! 나 간데이”
“꽃분아~ 가지 마! 아저씨가 서운해하실 거야~”
“그래, 유민의 친구지? 함께 있어주렴.”
“거봐~ 아저씨!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죠?”
“그럴까?”
“그러세요. 마침 민의 아빠가 해외출장을 가셔서 허전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사실 오늘 외박을 나왔습니다.”
“잘 되셨네요. 민이도 늘 아저씨 얘기를 많이 해요. 매우 좋아할 거예요.”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아저씨를 보고 싶었는데……. 편지에도 그렇게 썼잖아요. 휴가 나오시면 우리 집에 오시라고……. 맞죠?”
“그래,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잖아! 반갑다! 유민~”
“저도요. 우리 들어가요.”
유민은 아저씨의 손을 잡아끌고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꽃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이리 와!”
꽃분이는 할 수 없이 유민의 요구대로 함께 군인아저씨 뒤를 따라 들어갔다. 군인아저씨와 유민이 그리고 꽃분이는 거실에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에 민의 어머니는 다과랑 시원한 음료수를 쟁반에 가져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집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계셔요.”
“아예,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집이 넓네요.”
“아저씨, 여기 봐! 이거 내가 모은 거야.”
거실 한쪽에 진열장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장난감들이었다. 탱크, 비행기, 장갑차, 대포 등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오~ 유민이 이담에 장군이 되겠어!”
“정말? 나 대장이 될 거야~”
“대장? 그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걸~”
“나 공부 잘해! 그렇지? 꽃분아~”
“응.”
“그리고……. 운동도 잘해야 할걸~”
“운동? 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 아래 바닷가까지 뛰어갔다 오고 그래!”
“오! 대단한데. 정말 대장이 되겠어!”
유민은 팔뚝을 힘껏 힘주며 과시했다. 옆에서 바라본 꽃분이는 씩 웃었다. 군인아저씨도 크게 웃어주면서 유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민이 공부방을 구경시켜주지 않을래?”
“제 방이요? 그래요.”
유민은 꽃분이와 함께 군인아저씨를 자기 방으로 안내를 했다. 책상 위에는 아까 꽃분이에게 읽어주던 동화편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군인아저씨는 책상 위에 편지를 보았다.
“이거 내가 보낸 편지 아니니?”
“맞아요. 꽃분에게 자랑하려고 꺼냈어요. 동화가 재밌어요. 아저씨! 동화얘기 하나 해줘요. 꽃분이 있잖아요.”
“그래, 그러지~ 뭔 이야기를 해줄까?”
군인아저씨가 잠시 생각하고 있자. 유민이와 꽃분이는 말똥말똥 눈알을 굴리며 애타게 기다렸다. 군인아저씨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더니 손을 방바닥에 버티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다가 바로 앉으면 말하기 시작했다.
“음,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말이다. 호랑이와 토끼가 살았는데, 배가 고픈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숲 속을 돌아다니다가 토끼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잡혀먹었어?”
“아니지, 토끼가 호랑이에게 사정사정해서 말했지. 호랑이님, 호랑이님, 저를 잡아먹어봐야 배가 부르겠습니까? 제가 호랑이님을 위해 마을에 내려가서 많은 떡을 가져다가 따끈따끈하게 구워 놓을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서?”
“호랑이는 토끼정도로는 배가 안 차지. 그래서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허락을 한 거야. 그래서 토끼는 호랑이에게 여기 가만히 계시면 제가 즉시 산더미같이 떡을 구워놓고 알려 들리게요. 좋아! 여기서 기다리지. 난 인내심이 부족한 걸 잘 알지? 그럼요. 오래 걸리지 않아요. 연기가 모락모락 나다가 멈추며 오세요. 알았다.”
“그다음은?”
“토끼는 호랑이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계곡으로 가서는 나무들을 쌓아놓고, 그 위에 자갈들을 가득 얹어 놓았지. 그리고 나무들에 불을 붙여 타오르게 했어. 그러자 멀리서 호랑이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었지. 잠시 후에 연기가 사라지자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토끼에게 왔지. 토끼는 호랑이에게 벌겋게 달궈진 자갈들을 가리키며 말했지. 어때요? 먹음직스럽죠? 그러자 호랑이는 냉큼 벌겋게 달궈진 자갈 하나를 입에 넣었지. 그러자 호랑이의 입이 지글지글 타고 있는 거야. 호랑이는 허겁지겁 놀라 깡충깡충 뛰며 냇가로 달려가 물속에 주둥이를 넣었지.”
“토끼는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긴 줄행랑을 쳐 도망을 갔지.”
“이게 끝이야?”
“그럼, 별로야?”
“아니요. 재밌어요. 토끼는 영특해서 호랑이에 잡혀 먹히지 않았네요.
꽃분이는 표준말을 했다. 그리고 군인아저씨가 재밌는 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유민이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