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꿈속에서 두 엄마를 만나다

[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by trustwons

69. 꿈속에서 두 엄마를 만나다


소녀 소라리자는 아주 이른 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소라 섬 길을 걷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밤하늘에는 별도 없고 달도 없었다. 진흙 같은 어둠이 하늘과 바다를 삼켰다. 거기다가 태양광 가로등조차 전원이 다 됐는지 희미하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섬 길을 걸었다. 다행인지 등대의 빛은 여전히 사방을 돌며 비추어주고 있었다. 소녀는 잠시 멈추어 등대의 불빛이 선을 그리며 비출 때에만 바다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다시 걸음을 걷는 소녀는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아니 소녀는 은혜의 해변을 찾아가느라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것이었다. 해변에는 커다란 소라집이 있었다. 불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가끔은 육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소라집의 기도실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불빛으로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소라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 바위를 더듬었다. 바위들 중에 소녀가 항상 올라서서 바다에 해를 바라보던 곳에는 소녀의 기도상이 세워져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자리를 동상에게 빼앗기고 만 셈이다. 그러나 소녀는 그 동상의 뒤에 작은 바위 위에 겨우 설 수가 있었다. 찰흙 같은 어둠 속에서 소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소녀는 백합꽃을 좋아한다는 광일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광일의 어머니는 백합 못지않게 피부가 곱고 희였다고 소녀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소녀는 그렇게 피부가 희고 곱지 않은 편이다. 어릴 적부터 소라 섬을 돌아다니고, 해변에서 놀고, 수영을 하며 지내었기 때문에 연한 갈색 빛 피부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미국에 건너가 수년을 지내면서 그나마 피부가 희어졌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그런 소녀는 해변의 어둠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너무나 어둠이 깊어 갈매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동상 뒤에 서있던 소녀는 요동도 하지 않은 채로 꼿꼿이 서서 어둠 속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에 소녀의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광일의 어머니, 이하늘은 40년을 이처럼 찰흙 같은 어둠 속에 살아오셨겠구나 하는 생각을 소녀는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빛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니 그녀에게는 어둠 못지않게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소녀는 혼자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녀에게는 고요함이 이런 것이었을까? 지금의 이 어둠 속에 고요함... 아니 내게는 파도소리가 들려오지 않나?”

소녀는 그만 양쪽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파도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에 소녀는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소녀는 발로 딛고 서있는 바위조차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소녀는 자신이 존재하는지 조차 의식할 수 없었다. 소녀는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어떤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아무 의식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에 대한 의식조차도 말이다.

“어떻게 그녀는 살아왔을까?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세월, 40년을…….”

지금 소녀는 자신이 전혀 아무것도 의식할 수 없고, 자신조차도 의식할 수 없는 그냥 무(無) 그 자체라는 것을 억지로 기억하려고만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 자신조차 묻어버린 소녀는 또 중얼거렸다.

“빛이 없으면 어떤 것도 실존할 수가 없는 거였어. 태초에 ‘빛이 있어라!’라고 명령하였을 때에 시간과 공간이 나타났고, 이때부터 실존을 의식하게 된 거였어. 그러면 이하늘 어머니는 어땠을까?”

소녀는 더욱더 광일이 어머니에 대해 궁금증이 늘어만 갔다. 그렇게 소녀는 실존을 상실한 채 어딜 보고 있는지조차도 의식할 수 없었다. 소녀는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의 동상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그 동상의 어깨에 손을 얹혀놓았다. 그때서 소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의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녀는 동상을 겨않은 채로 어둠에 묻혀있었다.

그때에 갑자기 어둠이 둘로 갈라졌다. 칼로 어둠을 둘로 나누듯 빛선이 그렇게 하였다. 소녀는 이런 장면을 놓칠세라 눈을 크게 뜨고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이 둘로 나누어진 채로 위에 어둠이 서서히 밝아져 갔다. 밝은 황색 빛이 점점 주황색 빛으로 번져가면서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해가 머리를 내밀며 나올 듯 말듯하다가 쑥 수평선 위로 솟아났다. 그러자 어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소녀는 두 팔을 벌리고는 떠오르는 해를 품으려고 했다. 해로부터 빛의 파문이 퍼져가 소녀에게로 와 소녀를 감쌌다. 소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는 팔을 벌린 채로 밝은 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소라야~ 어둠을 헤쳐내고 밝은 빛으로 너를 맞이하였다.”

소녀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러자 눈앞에 구름으로 둘러싼 그곳에 이하늘 어머니와 소녀의 어머니가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 어머니! 광일의 어머니! 어찌 된 일이에요?”

“너를 보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양부모와 함께 잘 지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단다. 요즘 방황한다지?”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살아요.”

“넌 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네, 광일의 어머니! 이제 보이세요? 아니 지금 말을 하셨어요.”

“그래, 난 완전하단다. 그래, 넌 내게 대해 무엇을 알고 싶으니?”

“이젠 궁금한 것 없어졌어요. 보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말씀도 하시잖아요.”

“그래? 없다는 거지!”

“좀 전에 여기가 완전히 찰흙 같은 어둠이었어요. 그때에 광일의 어머니를 생각했어요. 어떻게 사셨을까? 전 어둠 속에 있을 때에 전혀 의식을 할 수가 없었어요. 뭐가 보여야지요.”

“그렇지 않단다. 내게는 점자성경이 있었지. 그것으로 나를 찾아갈 수가 있었단다.”

“어떻게요?”

“점자성경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나를 알았고, 세상을 알았단다. 또한 영안이 열려 천지창조를 보았고, 잠시 세상을 보았단다.”

“아~ 그리하셨어요?”

“그럼, 네 말대로 찰흙 같은 어둠에 있을 때에도 빛은 그 어둠을 꿰뚫고 내게 보여주었지. 그래서 세상을, 자연을 이해할 수가 있었단다.”

“아~ 그리하셨네요. 이제야 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있어요.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인 거지요.”

“그렇지! 넌 내가 어떻게 백합화를 좋아하는지 궁금해했었지?”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단다. 때론 안타까워하며 기도할 때도 있지.”

“그럼, 절 지켜보고 있었어요? 광일오빠랑 함께 있는 것도 보셨겠네요?”

“그럼 다 볼 수 있지. 하물며 지나간 과거의 일도 볼 수 있단다. 여기는 시간에 메이지 않는단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에 갇혀 있잖니?”

“네, 맞아요.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있어요.”

“그래서 세상의 과거와 현실을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단다. 하지만 미래는 볼 수가 없단다. 그것은 하나님만이 볼 수 있을 뿐이란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어머, 두 분은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우세요!”

“그럼, 모두가 완전케 된단다. 나처럼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몸이 이렇게 다 회복되었듯이 말이다. 세상에서 불구가 되어도 이곳에 오면 완전하게 회복된단다.”

“안녕! 우리 소라야~”

“할아버지! 젊어지셨어요. 머리는 여자처럼 길어요. 이발 안 하세요?”

“하하, 여긴 이발소가 없단다. 그리고 이발할 필요가 없지.”

“세 분 모두 아름다우셔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 기뻐요.”

“소라야! 할머니를 잘 보살펴다오. 외롭지 않게 해 드려라!”

“네 어머니! 걱정 말아요. 건강하시고 친구도 있고, 제와 비슷한 나이의 간호사가 함께 있어요. 저도 공부를 마치면 할머니랑 함께 있고 싶어요.”

“너무 그렇게 부담을 갖지 마라. 다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뿐이란다.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네 맞아요. 할아버지!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예요.”

“알겠다. 착한 우리 소라!”

“그럼 광일에게도 소식을 전해주렴! 엄마가 잘 있다고 말이다.”

“네. 광일이 어머니!”

날이 점점 밝아오자 구름 속에 계셨던 세 분은 사라졌다. 구름도 서서히 흩어져갔다. 소녀는 사라져 간 세 분, 할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광일이 어머니를 향해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소녀는 시카고 대학교 기숙사에 숙소에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손을 앞으로 뻗어 허우적거렸다.

어느새 해가 떠올라 소녀의 숙소 창문으로 햇빛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소녀는 두 손을 들어 허우적거리던 손을 바라보고는 신음을 했다.

“아~ 할아버지, 어머니, 광일이 어머니~ 이렇게 볼 수 있다니……. 너무나 기쁘고 감사할 뿐이야! 광일오빠에게 알려주어야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랴부랴 세면하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숙소를 나왔다. 그리고 광일오빠의 숙소로 가려다 말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마침 광일이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녀는 황급히 광일오빠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허겁지겁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기 시작을 했다. 광일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어머니가 안부를 전해라는 말에 눈물이 글썽이었다.

“에그, 오빤 울보야! 기뻐해야지 왜 울어!”

“내가 운다고? 천만에…….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그런 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넘겨짚어~”

“아마도 어제 잠들기 전에 백합꽃을 생각하다 잠들었거든……. 근데 두 분이 내게 나타나셨어!”

“넌, 세 분이라 하지 않았어? 두 분이라니?”

“아 맞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광일오빠의 어머니였지. 참 내가 오빠가 준 백합화를 그림으로 그렸다. 볼래?”

“어디? 오~ 제법인데……. 솜씨가 있구나!”

“소라 섬에서부터 그렸어!”

“곧 아침식사가 끝날 것 같다. 빨리 가져와서 먹어!”

“알았어! 갖다 주면 안 돼?”

“아이코! 미안 앉아 있어~ 내가 가져올게!”

“그래야지, 숙녀를 우대할 줄을 알아야지~”

“얼씨구~”

소녀는 식사를 마치고 광일오빠랑 함께 도서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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