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살아계시다.
[안데르센 동화 -창작동화 편]
by trustwons Dec 20. 2021
하나님은 살아계시다 [창작동화 편]
열한살된 은비는 아침 일찍이 부엌으로 나왔다. 조반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차가운 물로 쌀을 씻고 솥에 넣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불길을 살리려고 애를 쓴다. 은비의 얼굴에는 연기로 뒤집어썼다.
“콜록콜록”
은비는 기침을 하면서도 계속 아궁이에 나뭇가지들을 쑤셔 넣으면서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었다. 아궁이도 염치가 있는지 제법 불길을 살려주고 있었다. 은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반찬들을 나무 밥상 위에 차려놓았다.
은비의 아빠는 마당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었다. 은비는 부엌문으로 아빠를 바라보고는 나무 밥상을 들고는 마루로 갔다. 모랑 피어오르는 밥의 김이 입맛을 돋운다. 은비의 아빠는 딸이 마루에 상을 차려놓은 것을 보시더니 수건을 빨랫줄에 걸어두고는 마루에 올라오셨다.
은비와 아빠는 살랑 불어오는 찬바람을 등지고 부지런히 조반을 들었다. 식사를 마친 은비의 아빠는 헛간에 들어가 쟁기를 들고는 어슬렁어슬렁 문밖으로 나갔다. 은비는 아빠가 나가시는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하늘을 바라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렸다.
“하늘 아버지, 오늘도 우리 아빠를 지켜주세요. 다치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세요.”
은비는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은비는 나무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 깨끗이 그릇들을 씻고는 마루로 올라와 마루와 방들을 돌아가며 깨끗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에 은비의 귀가에 소리가 들려왔다.
“은비야, 오늘 손님이 찾아올 거란다. 간단한 차를 준비해두렴.”
마루를 걸레질을 하고 있었던 은비는 걸레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네, 알았어요. 누구신가요?”
“그건 그분을 만나면 다 알게 될 거란다. 좋은 일이 있을 거란다.”
“네.”
은비는 걸레질을 마치고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가마솥에 물을 끓였다. 은비는 다시 아궁이에 나뭇가지들을 꺾어 넣었다. 은비는 아궁이에 불이 잘 살아나는 것을 보고는 가마솥 뚜껑을 열어 물의 양을 살폈다. 부엌을 나와 마루턱에 앉아서 나무숲 사이로 하늘을 은비는 바라보고 있었다. 은비네 집은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이 바라보이는 도솔산 언덕 위에 통나무집이다. 사람들이 전혀 찾아오지 않는 외적 한 곳이었다. 왜 은비네는 이런 깊은 산속에서 살게 되었을까?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진다. 은비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은비가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산나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가 일찍 돌아오셨다. 그것도 누군가 미국인 한 분을 모시고 오셨다. 아빠는 아침 일찍이 뗄 나무들을 지게에 지고 마을로 내려가셨던 것이다. 거기서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아빠는 미국인과 함께 집으로 오셨다.
“민석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와?”
은비는 아빠의 이름을 넣어서 부르곤 한다. 역시 아빠도 은비를 부를 때에 은비야 하지 않고 은비 딸……, 이렇게 부른다. 미국인은 은비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토마스라고 부릅니다.”
미국인 토마스는 은비에게 자기를 소개하며 인사를 했다. 은비도 툇마루에서 일어나 토마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저는 최은비예요.”
은비는 토마스 미국인을 마루 쪽으로 안내를 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마실 우렁차와 찐 옥수수를 쟁반에 담아서 가져와 마루 위에 놓았다. 민석 아빠는 지게를 제자리에 놓고 목에 있던 수건으로 목과 얼굴을 닦으면서 마루로 왔다. 마루에 앉으면서 토마스에게 말을 했다.
“정말 몇 년 만입니까? 그간에는 잘 지내셨겠지요?”
“예, 십오 년이나 지냈습니다. 이렇게 다시 뵈니 너무 기쁩니다. 부인은 어디 계십니까?”
“부인? 제 동생은 저 아이를 낳고 몇 달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런, 어찌 그리됐습니까?”
“이야기하자면 길어집니다. 천천히 말하지요. 여기 우엉차를 드시지요.”
민석 아빠는 우엉차를 먼저 들면서 토마스에게 권했다. 토마스도 우엉차를 마시며 다시 말을 했다.
“우엉차군요. 오랜만에 마셔봅니다. 그날에도 이 차를 제게 주셨지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때에 같이 있었던 분은 잘 지내시는가요?”
“제임스 말이군요. 그분은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가끔 만나면 이곳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요.”
“토마스씨는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아~ 저는 목사입니다. 시카고에서 한 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는 어쩐 일인가요?”
“예, 교회에서 늦은 밤에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기도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다고요?”
“예, 분명 제 귀가에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그곳으로 가라!’ 그렇게 말입니다.”
“그곳이라니요?”
“저도 그곳이 어딘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꿈에 제가 여기에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서야 그곳이라는 곳이 여기를 말씀하시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오신 꿈이라니?”
“저기 앉아 있는 은비를 꿈에서 보았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딸을 낳으셨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음…….”
은비 아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생각에 빠졌다. 그때에 두 미국인은 군인이었다. 그리고 거의 탈진상태로 집 앞에 쓰러져 있었던 것을 여동생이 발견하여 여러 달 동안을 함께 지냈던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 저를 이곳으로 가라는 지를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는 중에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무슨 깨달음을 받았습니까?”
“사도행전 10장을 읽고 있었습니다.”
“백 부장 고넬로에 대한 말씀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가죽을 말려서 파는 직업을 가진 시몬의 집에 묵고 있을 때에 천사가 고넬로에게 베드로를 모셔오라는 내용과 베드로가 고넬료에게 찾아가 말씀을 가르쳤을 때에 성령이 그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임하였던 이야기지요.”
“네, 그렇지요.”
“저로 하여금 이곳으로 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은비에게 전하라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우리 딸 은비에게 요? 제게 딸이 있는 줄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꿈에 제가 여기에 있어서 은비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딸을 낳았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복잡합니다. 저희가 여기에 와 살게 된 사연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는지 모르지만요.”
“대충 들었습니다. 이런 깊은 산속에 살게 된 이유를 들었지요. 아버지께서 저 인제 마을에서 목회를 하셨다고 했지요. 그리고 해방이 되어 얼마 안 있다가 공산당 당원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셨다는 것을 말이지요.”
“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떨립니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돌을 던져 결국은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까지도 죽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아버지에게 돌을 던지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제가 먼저 돌을 저의 아버지께 던졌습니다. 그러자 저의 여동생도 할 수 없이 따라 했습니다. 어머니는 차마 돌을 던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어머니까지 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제가 위원장에게 사정사정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저와 여동생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여기로 들어와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민석 아빠는 그때를 생각하니 얼굴에서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마루에 조금 떨어져 앉아 있던 은비는 바라보았다. 토마스도 눈물이 글썽해져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그때에 나이가 스무 살이라고 하셨지요.”
“네, 전 스물이었고, 제 여동생은 열일곱 살이었지요. 어머니를 모시고 여기로 와서 염소 한 마리와 닭 두 마리를 어느 집사님이 주셔서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닭장 안에 여러 마리의 닭들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겠다는 결심으로 깊숙이 숨어 살아왔었습니다. 너무나 힘들게 살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산중에 산나물을 캐는 중에 바위 밑으로 굴러 떨어져 허리를 쓸 수가 없게 되시다가 시름시름 앓으시더니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여동생과 둘이 막막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예,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우리 두 남매는 잘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두 분이 마당 앞에 쓰러져 있었던 것을 여동생이 발견하고는 여러 달을 함께 지내셨습니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지요. 두 분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살아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가 1951년 봄이었지요. 우리 부대가 거의 전멸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을 때에 우리는 최대한 중공군을 피해 산속으로 깊이 더 깊이 숨어 있다가 굶주림에 견디지 못하고 이리저리 산속을 헤매던 중에 환각에 산속에 집이 보였지요. 그래서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오다가 의식을 잃었지요.”
“저희는 놀랐습니다. 어떻게 처음 보는 외국인 군인이 집 앞에 있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난 것조차 몰랐습니다.”
“예, 그때에 놀란 모습이 선합니다.”
“저희 집에 함께 계시면서 토마스씨는 요한복음의 쪽복음을 주셨습니다. 사실 그때에는 성경책을 모두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잃은 후에는 하나님을 찾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토마스씨께서 주신 쪽지 복음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아~ 그랬었군요. 그래서 하나님이 저로 하여금 다시 가라고 명하신 것이네요. 그런데 여동생과 둘이 살면서 어떻게 은비를 낳으셨나요?”
민석 아빠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좀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두 분을 만나기 전에 우리는 서로 부부처럼 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치 롯이 소돔 고모라의 재앙에서 두 딸과 함께 살아남았을 때처럼 말입니다. 우리 둘은 서로 남매지만 세상과 등지고 살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몸도 함께 했습니다.”
“두 분이 보기 좋았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에덴동산에 아담과 이브처럼 말에요. 그래서 딸을 낳으셨구나.”
“저의 은비도 다 알고 있습니다. 비록 엄마를 본 적이 없지만요. 하나님의 은혜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비라고 이름을 지어주셨군요.”
“네, 여동생을 잃고 이 은비를 제게 보내주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토마스씨가 준 쪽복음 요한복음을 늘 묵상하면서 하나님께로 다시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아~ 그날에 제가 가슴에 품고 있던 쪽복음을 드렸지요. 아직도 가지고 계셔요?”
“네, 저에게는 유일한 성경책입니다. 여기엔 어떤 책도 없습니다. 저의 딸 은비도 토마스씨가 주신 쪽복음으로 글을 터득했습니다. 한번 물어보시면 거의 은비는 다 외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다 외운다고요? 놀랍습니다. 요한복음을 다 외운다니 대단하세요.”
토마스는 한번 은비를 바라보았다. 왜 하나님이 여기로 가라고 하셨는지를 토마스는 조금씩 이해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토마스는 은비네 집에 며칠을 묵기로 했다.
은비는 손님이 오셨으므로 특별한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아빠가 사 온 소고기를 넣고 시래깃국을 했다. 그리고 김치찌개를 해 놓았다. 평소에는 아빠랑 은비 둘이서만 식사를 하고 했는데, 오늘은 손님이 오셔서 셋이서 저녁식사를 하니 은비는 더욱 행복했다. 특별히 토마스 목사님이 식사 기도를 해주셨다.
“사랑하는 하나님, 여기에 주님이 더욱 사랑하시는 두 분을 지켜주시고 살펴주셔서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게 하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주님이 사랑하는 은비가 차려놓은 저녁식사를 마주하게 되어 감사를 드립니다. 민석씨와 은비에게 한없는 은혜를 베푸시는 것을 오늘 확인할 수 있어서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토마스 목사님의 식사 기도를 마치고 세 사람은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은비 아빠는 토마스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은비는 부엌에서 그릇들을 씻고 있었다. 마루 한편에는 등잔불이 마루 안을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어느새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은비는 마루로 와서 함께 했다. 그때에 토마스는 은비에게 말을 했다.
“은비는 요한복음 전체를 다 외운다지요?”
“네, 매일 외우고 그래요. 그러면 시간이 빨리 흘러가거든요.”
“오~ 매일 외우신다고요?”
“은비가 다른 책을 볼 수가 없으니 항상 쪽복음을 보고 또 보고 그러더니 이제는 안 보고도 혼자서 중얼중얼하면서 외우더군요.”
은비의 아빠가 보탬이 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토마스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때에 토마스의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알겠는가? 너를 이곳으로 가라 한 이유를 말이다.”
토마스는 깜짝 놀라더니 민석씨에게 방금 들은 것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은비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얼마나 은비가 가련하였으면 이렇게 토마스 목사를 우리에게 보내셨는지 생각한 은비 아빠는 은비를 손짓으로 불렀다. 은비는 아빠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 그러자 은비 아빠는 은비에게 말해주었다.
“하나님이 너를 위해 토마스 목사님을 여기로 오게 하셨단다. 방금 토마스 목사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구나.”
“저도 자주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요. 처음에는 누가 말하나 하고 살피곤 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은비야, 나는 네가 항상 암송하는 요한복음의 주인공 예수란다’고 말해주었어요.”
“은비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토마스 목사님은 눈을 크게 뜨면서 감격해서 은비에게 말을 했다.
“저는 자주 들어요. 아니 대화를 하거든요.”
“대화를 한다고? 예수님과 대화를 해요?”
“네, 오늘 아침에도 대화를 했거든요. 손님이 오실 거라고 말해주었어요.”
“손님이 오신다고 말해주었어요?”
토마스 목사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예쁜 성경책을 꺼내어 은비에게 주며 말했다.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요. 왜 하나님이 내게 이곳을 가라고 하셨는지를 알겠네요.”
“어머, 예쁘다. 이 책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있어요? 와~ 두껍다.”
“그럼요. 은비가 외우는 성경 이야기는 이 성경책 속에 들어있어요. 한번 찾아봐요!”
은비는 토마스 목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성경을 폈다. 그리고 요한복음을 찾았다.
“찾았다. 요한복음. 복음이 여러 개 있어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그럼요. 마태복음에서부터는 예수님의 이야기예요. 신약성경이라고 불러요.”
“신약성경? 무슨 뜻이에요?”
“그러니깐, 예수가 오시기 전에 이야기를 구약성경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예수가 오신 후에 이야기를 신약성경이라고 불러요.”
은비는 성경책의 앞부분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첫 줄을 읽었다.
“맨 앞에는 창세기라 쓰여 있네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요한복음에도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로 되어있어요. ‘태초에’가 같아요.”
“예, 그래요. 창세기와 요한복음에만 ‘태초에’란 말씀으로 시작하지요. 그래서 저는 요한복음 쪽복음을 늘 가지고 다녔지요.”
은비는 너무나 기뻐서 토마스 목사가 준 예쁜 성경책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자 토마스 목사는 은비에게 성경책을 달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성경책을 받아서는 성경책 첫 부분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주님이 사랑하는 은비에게 드립니다. -토마스 목사-’
토마스 목사는 성경책을 다시 은비에게 전해 줬다. 은비는 목사님이 쓴 글을 읽어보고는 너무나 좋아서 성경책을 가슴에 꼭 품었다. 이를 바라본 두 사람도 기뻤다. 은비는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등불 아래에서 성경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마루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냥 하늘에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토마스 목사는 은비를 통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아니 은비의 순수한 믿음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보고는 토마스 목사는 저절로 겸손해졌다. 그리고 토마스 목사는 자신을 여기로 보내신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민석씨, 제 말을 들어보세요. 하나님이 왜 저를 여기로 가라 하셨는지를 이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은비를 통해 저를 깨우치시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두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라니요?”
“첫째는 하나님이 얼마나 은비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저의 믿음을 깨우치시려고 하심을 알았습니다.”
“무엇을 요?”
“민석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민석씨도 하나님을 믿으시지요? 물론 민석씨 아버지도 목사님이셨으니 믿음이 있으셨겠지요.”
“네, 하나님을 믿습니다. 한 번도 부인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성경 속에만 계시는 하나님이셨는지, 아니면 삶 속에 하나님이셨는지요?”
“글쎄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렇죠? 성경 속에 하나님이신 거지요. 그러나 은비에게는 달라요. 생활 속에 하나님을 믿고 있었던 것이에요.”
“아~ 은비가……. 그래서 하나님과 대화를 해왔던 것이었군요.”
“그렇죠. 은비에게는 살아 계시는 하나님이셨지요. 그래서 하나님과 대화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은밀하게 부인했던 것이지요. 성경 속에 하나님인 걸로만 알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 믿음은 온전한 믿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를 깨우치시려고 여기로 가라고 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멘. 저도 부족한 믿음으로 살아온 것이네요. 하나님은 지금도 여기에 계신다는 것을 믿지 못한 모습이 우리였습니다.”
“맞아요. 목사인 제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그러고도 교회에서 설교를 했으니…….무엇을 전한 것일까요?”
은비 아빠는 토마스 목사님의 손을 잡고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토마스 목사님도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부족한 믿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토마스 목사님은 민석씨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에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는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한편 은비의 방에는 아직도 등불 빛이 창문 밖으로 비치고 있었다. 이를 바라본 하나님은 밝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평안한 밤이 되어라 축복을 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