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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와 썰매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바람도 없는 따스한 겨울이었다. 아이들 일부는 오전반이어서 학교를 갔다. 오후반 아이들은 하얀 눈이 덮인 개천에 나왔다. 손에는 썰매를 하나씩 들고 모였다. 여자아이들은 벙어리장갑을 끼고는 좋아라 서로 자랑을 했다.


"응, 이거 우리 언니가 떠준 털장갑이야~ 예쁘지?"

"어머, 따뜻하겠다. 한번 껴보자!"

"그래~"


남자아이들은 빙판 위에 썰매를 놓고 앉아 꼬챙이로 빙판을 밀며 신나게 썰매를 탔다. 힘껏 꼬챙이를 뒤로 밀어내면 썰매는 앞으로 신나게 달린다. 누가 더 빨리 달리나 내기도 했다. 군고구마 장사를 하는 아빠가 지난밤에 만들어 준 썰매를 훈이는 가져왔다. 사과상자를 뜯어서 썰매를 만들어 주셨다. 예쁘진 않지만 튼튼했다. 훈이의 썰매는 날이 쇠 날이 아니라 철사줄을 붙인 날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 꺼보다는 빨리 달리지 못한다. 그래도 훈이는 신났다. 전에는 친구의 썰매 뒤에 붙어서 탔는데, 이제는 혼자서 직접 꼬챙이로 밀며 탈 수 있어서 기뻤다. 훈이는 썰매를 타고 이리저리 신나게 달렸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를 가야 한다고 집으로 갔다. 훈이는 조금만 더 타야지 하면서 신나게 달리고 달렸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훈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잊고 늦도록 썰매를 탔다. 나중에 훈이는 학교를 안 갔다고 엄마께 혼이 났다. 훈이는 썰매를 머리 위까지 높이 쳐들고 벌을 서고 말았다. 그러나 훈이는 힘들지 않았다. 신나게 썰매를 탔던 것을 생각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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