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내 연구가 처음에는 잘 될 것 같더니, 요즘에는 진척이 느리고 문제점이 많구나. 물리학의 근본을 캐는 연구는 현재 암중(暗中) 모색 상태에 있다고나 할까? 아무도 남들이 큰 기대를 갖고 노력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는 날까지 계속적인 긴장 속에 사는가 보다, 다만 내 연구 결과의 주요 부분이 과학의 공인된 기초가 되었다는 사실이 한 가지 위안이 되는구나.
우리 세대에 일어나는 큰 정치적 변동들이 너무나 실망적이어서 이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외롭게 느껴진다. 마치 사람들이 정의와 품위에 대한 애착을 잃어버린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이 뛰어난 희생으로 이룩해 놓은 것을 더 이상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구나. …… 인간의 가치의 근본은 궁극적으로 도덕관념에 있지 않을까! 이 사실을 미개하던 시대에 벌써 인식했다는 것은 우리 선조 모세의 다시없는 위대함이라 하겠다. 거기에 비해서 이 세대를 사는 사람들을 보렴. …….”
<인간 아인시타인/헬렌 듀카스-배니시 호프만 엮음/김철구 옮김>
아인슈타인에게 유일한 누이동생인 마야에게 보낸 편지의 글이었다. 1935년 8월 31일에 쓴 편지로써, 베를린 시절 이후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특히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통일장론(unified field theory)으로 일반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아인슈타인은 외로운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양자이론의 발전을 아인슈타인은 조심해야 한다고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종종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보냄으로 위안을 삼기도 했던 것 같다. 역시 아인슈타인이 염려했듯이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양자물리학에 대해 회의를 가졌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창조자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또는 그것은 아주 위엄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욱 회의를 갖게 되는 이유는 인간의 탐욕의 도구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욱 회의를 갖는 이유는 양자물리학의 근본 이론은 불확정성론이라는 데에 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시대는 불확정성론에 뿌리를 둔, 불확실성적 이념으로 확대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간들은 발 빠르게 이 불확실성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 예로써, ‘반지의 전쟁’, ‘아바타 1,2,3’로 심화되어 가고, 오징어 게임으로부터 시작해서 게임문화가 대중화로 가는 것 등에서 인간들은 매몰되어 집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진정성을 잃어 판타지 같은 세계로 감을 아인슈타인은 염려했던 것이다. 즉 비과학적 사고를 정념(正念)화 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의지를 상실해 가는 것에 염려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사람들이 정의와 품위에 대한 애착을 잃어가는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현대인들은 가상세계에 도취되어 창조자의 형상으로 지은 바 된 인간의 본질을 놓치고 잃어버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하! 참으로 애통하고 비통하다.
[추론: 양자물리학은 진화론과 유사한, 아니 한 뿌리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