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을 넘어가 버리자 어둠이 땅 밑에서 서서히 땅 위로 기어 나오기 시작을 했다. 산과 들에는 어둠이 덮어지게 되자 서서히 기온이 내려갔다. 해가 있는 동안에는 수많은 짐승들이 숲 속을 돌아다니고 그랬었다.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땅 위에는 기는 벌레와 뛰는 벌레들도 있었다. 하물며 꽃들도 여기저기 피어나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버리자 숲 속에 짐승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늘에 새들도, 땅 위에 기는 벌레도, 뛰는 벌레도 어딘가 숨어버렸다. 아니 각자의 처소로 갔나 보다.
어둠이 땅 위에 가득해지자 바람도 자취를 감추었는지 너무나 고요한 밤이 되어버렸다. 어둠 속에 나무들은 날개를 내리고, 땅에 풀들도 팔들을 내리고 축 처진 채로 있었다.
오직 하늘에 달과 별들이 나와서 어둠을 헤치며 땅을 살피고 있었다. 어떤 날에는 달이 밝은 빛을 뽐내며 어둠을 밝히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박쥐와 올빼미들이 어둠을 타고 이리저리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모든 짐승과 벌레들이 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말썽꾸러기 몇 명의 작은 짐승과 벌레들은 달빛 아래서 밤늦도록 돌아다니다가 박쥐와 올빼미에게 먹혀버리고 말았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옅은 햇빛이 땅 위에 내리며 차가웠던 땅에게 따뜻한 선물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땅에서는 작은 이슬이 고개를 들고 솟아 나오고, 풀잎과 나뭇잎에서도 이슬들이 스멀스멀 모습을 내밀었다. 그때에 풀잎이슬들이 종알종알 소리를 냈다.
“애들아! 모두들 안녕~ 오늘도 좋은 아침이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햇살이 우리를 키워주고 있잖니!”
“어머, 넌 무지개 옷을 입었니? 너무나 아름답다.”
“나? 저 햇살이 내 몸에 들어와서 그래~ 내 몸을 점점 키워주고 있어!”
“넌 좋겠다. 나도 햇살이 내 몸속으로 곧 들어올 거야!”
“그래, 어머~ 제 좀 봐! 풍선처럼 커지더니 사라졌어?”
“너도 곧 그렇게 될 걸~ 네 몸속에 햇살이 차고 넘치면 너의 몸도 점점 커지다가 사라지는 거야.”
“너희들~ 무슨 소리하는 거니? 사라지다니? 사라지는 게 아니야! 우린 하늘에 올라가는 거야. 저기 봐 하늘이 푸르지? 그게 다 우리가 만드는 거야!”
“너희들 잘 들었지? 우리는 어둠을 뚫고 나와서 햇살을 받으며 몸을 키워가는 거지. 그러다가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거란다. 그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딘 가에 내려앉기도 하지.”
“그리고 저 하늘 높이 올라가서는 구름을 만들지~”
“구름? 흰 구름?”
“그럼! 우리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며 놀고, 또는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해~”
“재밌겠다. 나도 빨리 하늘로 올라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
“기다려~ 곧 그렇게 될 거야!”
햇살이 점점 강하게 내려지자 여기저기 아침이슬들은 하나둘 하늘로 올라갔다.
“와~ 나 하늘로 올라가고 있어!”
“나도!”
“나도 야!”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자 햇살이 더 강하게 내려지니, 풀 이슬도 하늘로 오르고, 나뭇잎 이슬도 하늘로 오르고, 땅에 있던 이슬은 스멀스멀 흙속으로 스며들었다.
“제들 봐! 땅속으로 스며들어가네?”
“부끄러워서 그래!”
“아냐~ 무서워서 그래! 하늘 높이 올라가기 싫은 거지.”
풀잎이슬도, 나뭇잎이슬도, 바위이슬도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하늘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여러 가지 구름모양을 만들며 놀았다. 또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흩어지기도 했다. 점점 많이 모여들면 서로 뭉쳐서 큰 물방울을 만들며 누가 누가 더 큰가 놀이를 하다가 너무 무거워서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