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편]
(1998.08.11. 밤글)
무더운 여름날이었단다. 어느 시골에 천민출신 나무꾼 멍쇠는 산에서 해온 장작나무를 지게에 가득히 지고 복잡한 장터에 들어와서 느티나무 그늘에 지게를 세워두고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었지.
그때에 양반집의 한 꼬마가 다가와서는 멍쇠에게 꾸벅 절을 하고 나서는 지게에 있는 장작나무 한 개를 쏙 빼가는 것이었단다,
“도령님, 장작을 가져가면 안 돼요!”
멍쇠가 외쳤지. 대꾸도 않고 가버렸지 뭐야. 조금 있으니 아까 그 꼬마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와서는 멍쇠 앞에서 꾸벅 절을 하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절을 하는 거야. 멍쇠는 눈이 똥그래져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그러자 그 꼬마와 동네 아이들은 와르르 달려와서는 장작나무를 하나씩 빼가는 거야.
“애들아! 그러면 안 돼!”
멍쇠는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아 버렸단다. 이번에는 동네 아이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는 멍쇠 앞에서 꾸벅 절을 하고 나서는 장작나무 하나씩을 빼가는 것이야. 멍쇠의 지게에 있던 장작나무들이 순식간에 없어져 버렸지 뭐야. 멍쇠는 그만 먼 하늘만 쳐다보고는 힘없이 지게만 덜렁 지고는 집으로 돌아왔단다.
다음날에도 날씨가 무더웠지. 그러나 멍쇠는 열심히 산에서 나무를 해서 지게에 가득 싣고 마을 장터에 왔단다. 땀을 식힐 겸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겠다. 어제 왔던 그 꼬마가 또 와서는 꾸벅 절하고는 장작나무 하나를 쏙 빼어가는 거야.
“도령님, 이러시면 안 돼요.”
멍쇠는 당황하며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지. 그리고 잠시 후에 동네 아이들이 몰려와서는 꾸벅 절하고는 우르르 몰려들어 장작나무들을 하나씩 가져가버렸단다. 멍쇠는 빈 지게만을 지고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지. 이렇게 하기를 열흘이 지났지 뭐야.
멍쇠는 다시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도끼로 좋은 나무들을 자르기 시작했겠다. 열심히 나무를 지게에 담고는 이마에 땀을 손으로 흩어내면서 산을 내려오는데, 지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멍쇠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는 거야. 얼마 못 가서 멍쇠는 도저히 더 걸을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가까운 소나무 밑에서 쉬려고 지게를 내려놓고 보니, 웬 할아버지가 지게 위에 앉아 있지 않겠어. 그제야 멍쇠는 할아버지가 지게에 앉아 있어서 무거웠구나 하며 할아버지께 물었지.
“할아버지, 어쩐 일이셔요?”
“허허, 이놈아~ 몰라서 물어! 네 놈이 내 나무를 훔쳐가고 있지 않느냐?”
“아니옵니다요. 전 늘 이 산에서 나무를 해 왔는데요. 할아버지의 산에는 간 적이 없습니다요.”
멍쇠가 그렇게 대답을 하였겠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긴 담뱃대로 멍쇠의 머리를 딱 때리고는 말했다.
“바로 이 산이 내 산인 거야.”
“아이쿠, 머리야.”
멍쇠는 머리를 비비면서 할아버지께 머리를 꾸벅 절하고는 애걸을 했지.
“그럼 저는 어디에서 나무를 해 올 수 있겠습니까?”
“물론 넌 이 산에서 나무를 해 가야지. 그렇지만 넌 나무를 팔면 십 분의 하나를 나에게 줘야 하는 거야. 알겠어?”
할아버지는 멍쇠에게 호통을 쳤단다.
“예, 예.”
멍쇠는 지게를 다시 지고는 마을로 내려갔단다. 그리고는 느티나무 그늘에 지게를 세워두고 땀을 식히고 있었지. 웬 아주머니가 오더니 멍쇠에게 다가와 말했단다.
“장작을 저기 푸른 대문 있는 집으로 가져다주오.”
멍쇠는 지게를 지고는 아주머니가 가리킨 푸른 대문 집으로 찾아갔지.
“주인님, 계셔요?”
하인이 다가와서는 집 뒷간에 장작을 쌓아 놓으라고 하여 지게에 있던 나무들을 모두 잘 쌓아 놓고는 하인에게 찾아갔단다.
“주인마님께서 부르신다.”
하인이 멍쇠에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래서 멍쇠는 주인마님께서 계신 안채의 마당으로 갔지.
“마님, 쇤네를 부르셨습니까?”
멍쇠가 머리를 조아리니 느티나무 그늘에서 만났던 꼬마 도령님이 방문을 열고 내다보고 있지 않는가? 멍쇠는 깜짝 놀라 뒷걸음을 치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야.
“자네, 수고하였네. 우리 도령님이 가져간 나무 값까지 친 것일세. 자 받게나.”
마님이 멍쇠에게 돈을 건네주었단다. 멍쇠는 정신이 얼떨떨하였지. 마님이 준 돈을 손에 쥐고 대궐집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멍쇠는 곰곰이 생각하였단다. 그러나 멍쇠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 그래서 멍쇠는 집에 계신 어머니께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말했겠다. 그러자 어머니는 멍쇠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얘야, 산의 주인은 누구겠니?”
“물론 하나님이시죠.”
“그럼 산의 나무는 누구의 것이겠니?”
“물론 하나님 것이죠.”
“맞았어. 그러니 넌 지금까지 하나님의 산에서 나무를 해 마을에 다 팔고는 그 돈을 다 가져오지 않았니?”
“네, 맞아요. 전 그냥 산에서 나무를 잘라서 장터에 팔았고, 판값을 내 몫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니 도령님이 절만 하고 가져간 것도 당연하고, 산 할아버지가 네 지게 위에 앉아 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란다.”
멍쇠는 어머니의 말씀을 알아듣고는 반드시 나무를 팔면 십의 하나를 가지고 묘목을 사서는 산에 심었단다. 그러자 산 할아버지도 나타나지 않았고, 도령님도 장난을 치지 않았단다. 멍쇠는 열심히 산에서 나무들을 잘라서 장터에 내다 팔고는 또 나무 묘목을 사서 산에 심었더니 언제나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지 않게 되었단다.
[※ 그렇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주인이시다. 아담에게는 잘 관리하라고 명하셨던 것이었단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토지매매를 하지 않았던 것이란다. 그런데 니므롯 왕 시대 후에는 인간들은 자연은 절로 있었다고 하면서 산과 들에 나무들과 동물들을 함부로 헤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다스리고 지배하려고 얼마나 인간을 괴롭히며 죽이는 악을 행했던 것이란다. 그래서 십의 하나를 떼 내어 되돌려주는 것이 자연을 다스리는 지혜일 뿐 아니라, 창조자의 명령인 것이란다.]